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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한국엄마 독일아빠/한독커플 국제부부

돈에 대한 불안을 가지고 있는 듯한 남편

by nDok 앤독 2021.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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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남편이 왜 그렇게 돈에 대한 불안을 가지고 있는 걸까 하고 의문을 가졌었다.
직업을 잃게 되면 한 회사에서 1년을 일한 경우 6개월, 2년을 일한 경우 1년의 실업급여를 받는 데다, 이미 따로 또 보험도 들어놨고, 이후에 다시 구직을 할 수 있도록 나라에서 물심양면 도와주기 때문이다. (물론 가만히 앉아서 떠먹여 주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열심히 찾아봐야 한다.)
자격 문제는 일단 나중으로 미뤄두고 다자녀인데 금전적 상황이 어려운 경우 나라에서 무료로 집을 빌려주기도 한다. (뮌헨의 한 우버 기사에게서 들음.)

 



한국에서 돈에 대한 불안을 가지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미국처럼 극단적이진 않지만 그래도 내가 실패를 했을 경우 나라가 나를 책임져주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독일은 한국과 미국의 경우와는 다르므로 상대적으로 불안이 적을거라 생각했다. 

남편의 어린 시절 기억

통일 당시 구 동독의 상황


내가 베를린에 가기 전 무엇을 사다 줄까 하고 물어본 일이 있다. 그러면서 여기저기 검색을 해 보니 베를린 장벽 조각을 판다는 것이다. (물론 가짜겠지만) 그래서 남편에게 시부모님 크리스마스 선물로 베를린 장벽 조각을 사다 드리는 건 어떨까 하고 넌지시 물어봤다. 그러자 남편은 난색을 표하며 그거 사지 말라는 얼굴을 했다.

 


나는 동서독이 통일이 된 지금 모두가 통일은 옳은 선택이었고 통일 덕분에 더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독 쪽 사람들이 통일세 때문에 힘이 들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동독 사람들은 가난했던 시절을 지나 금전적으로 나아진 지금을 더 행복한 시절이라 여길 거라고 감히 생각했었다. 하지만 남편의 말로는 통일은 동독 사람들에게, 적어도 본인의 가족에게는 큰 불안과 고통이었다고 한다.

 


시아버지께서는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구 동독의 한 기관에서 일하셨다고 한다. 봉급이 어땠는지는 일단 제외하고 공무원이었으니 어쨌거나 안전한 직업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장벽이 무너지며 시아버지와 시 할아버님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게 되었다. 물론 이미 그 당시 나이가 많으셨던 시 할머님도 함께 직장을 잃게 되고 나이가 있으셨던 만큼 자동적으로 은퇴를 결정하게 되셨다고 한다. 당시 구 동독의 시스템 아래서는 모든 직종이 나라에 귀속되어 있었으므로 거의 모든 구 동독의 주민들이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 셈이다.

물론 금전적 지원이 있긴 했다. 하지만 엄청난 지원이 있었다기보다는 지금의 그것과 비슷하게 실업 급여를 지원받았고 당시 구 동독의 주민들은 스스로 살길을 다시 모색해야만 했다. 이로써 남편의 아버지는 스스로 사업체를 구성하기에 이르고 이후에도 몇몇 다른 직업들을 거쳐 현재는 은퇴를 하신 상황이다.

통일은 남편이 어렸을 적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통일 당시가 기억나냐 물어봤을 때도 본인은 기억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분명 남편은 기억하고 있었다.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괴로워하다 다시 일어서려 고군분투하시던 그 부모님의 모습을 기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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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성격과 돈에 대한 불안

어린 시절 불안한 기억은 현재의 나를 지배하기도 한다.


내 추측에 힘을 더해줄 합리적 의심을 해보자면 남편은 평소에 일할 때 인터넷이 안 되는 등의 문제로 전화가 제대로 연결이 안 되거나 어떤 일을 언제까지 끝내야 했는데 그걸 깜박해 잊어버렸거나 하는 등의 일이 벌어질 때면 내가 보기에는 약간 과잉 반응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불안해하며 (스스로에게) 화를 내곤 했다.
그리고 이따금씩 가령 인터넷이 잘 되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 몇 번씩이나 인터넷 때문에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단 언급을 하곤 했다.

또한 일전에 내가 정부 지원을 신청했을 당시 남편이 고소득 직종이라 지원이 어렵겠다는 답변을 받은 일이 있었다. 이에 남편은 은근히 본인이 '고소득'이라는 사실에 자랑스러워하며 "돈 필요하면 말해. 내가 얼마든지 줄 수 있어."라는 식으로 나를 안심시키곤 했다.

그때는 그저 남편이 나를 안심시켜주려 한 말이겠거니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어쩌면 본인이 고소득 직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외부(정부기관)로부터 인정받은 것이니 이에 안도감을 느꼈으리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남으로부터 '당신은 고소득 업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라는 말은 '당신은 당신의 아내와 자식들을 돈 걱정 없이 충분히 지원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지고 있습니다.'라는 인정의 말로써 해석될 수도 있다고 본다.

여기에 나의 근거없는 추측을 더하면 가난하던 그때 그 시절 고생하던 어머니 아버지의 모습을 기억하고 부모의 불안과 어려움에 아무것도 할 수 없던 당시의 힘없고 약한 어린아이가 아닌 이제는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다는 일종의 안도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종종 부모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하면 한 달에 얼마씩은 보내드릴 참이다 하고 나에게 말을 하곤 한다.
나는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 이 사람이 여기저기 다 돈을 뿌리고 다니는 사람도 아닌 데다 누군가에게 돈을 줄 때는 늘 계산을 한 뒤 자신의 자산이 심각하게 타격받지 않는 선에서 금액을 잘 조절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 나도 일을 할 예정이니 돈은 없어도 어떻게든 살아지겠지 라는 나의 천하태평한 마인드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심리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고 나는 심리학자도, 상담가도 아닌지라 어떤 이론에 근거에 이런 행동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라는 말은 하지 못한다.
하지만 나의 이런 추측이 일부 들어맞는다면 이는 모두 어렸을 적 기억 - 부모가 금전적인 문제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적 기억 - 때문에 이런 성격이 형성이 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심리 문제는 거의 어린 시절의 영향으로 생긴다고 한다.

어쨌거나 모든 것은 과유불급이니 이런 남편의 불안을 어떻게 바라볼 지가 현재 나의 과제이다. 사실 본인의 심리 문제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상 사실상 누군가가 어떻게 해주기 어려운 문제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어느 정도 합리적인 추측을 하고 어느 정도는 그의 불안을 이해했다고 가정하는 이 상황에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해주고 싶은 것이 아내의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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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궁금해서 찾아본 '아내'의 의미 : '아내'라는 호칭은 집의 안쪽이라는 의미로 內(안 내) 자가 들어가며 옛말로는 <<번역 소학>>(1518)에서 '안해'라고 기록이 되어 있다고 한다. 해는 처격 조사 '-ㅐ'라는 설과 사람이나 물건에 붙이는 접미사라는 얘기가 있다.

https://www.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216&qna_seq=121105

물론 본인은 현재 행복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래서 딱히 뭔가 고쳐야 할 점이라고 여기기엔 또 미묘한 것이 있기에 일단은 그 사람이 이러한 '불안한 상태'에 접어들면 남편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고 최대한 이해해주려 하고 있다.

단지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심리적으로 큰 압박을 주는 직장을 단순히 '다른 곳으로 가면 이만큼 받지 못할 것을 아니까'라는 이유로 몸 건강과 정신 건강을 해치며 다니는 것에 대해서 과연 내가 이 사람이 선택한 인생이니 그저 지켜봐 줘야만 하는 일인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내 마음속의 두 자아가 말려라/말리지 말라 편으로 갈려 매일 싸우고 있다.

 

그래서 다다른 결론은 현재 내가 이 사람에게 어떤 대단한 것을 해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우리가 결혼식 날 서로에게 반지를 끼워주며 했던 맹세에 걸맞게 어려움이 있을 때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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