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언젠가는 다 끝이 있다는 말은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정작 가슴으로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말이다. 하지만 이도 세월이 지나며 점점 받아들여져가고 있다.
해외에 살다 보면 한국과는 다른 문화에 의해 종종 충격 아닌 충격을 받게 될 때가 있는데 이것은 비단 독일 사람들 뿐 만이 아니라 한국 사람들 에게서도 느끼게 된다.
그동안 내가 이런 사람들을 모르고 살았던지 아니면 나와 다른 사람들을 알고 싶어 하지 않아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해외에 나오니 정말 다양한 성격의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낀다.
한국인이면 대충 이런 느낌으로 다가가면 되겠지 라는 생각을 한국에서는 했던 것 같은데 내가 그동안 알고 있던 상식이 모조리 깨어지는 느낌이었다.
몇 년 동안 꾸준히 알고 지냈던 지인이 있었다.
물론 자주 만나고 그러진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 주기적으로 커피를 마시러 시내에서 만났던 기억이 있다.
그분이 저녁식사에도 나를 초대했었기에 나는 그 분과 나의 사이가 아주 남남까지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내 착각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느 날 문득 생각을 해 보니 그분은 나에게 안부를 전혀 물어보시지 않는 것이다. 만나자는 약속도 항상 내 쪽에서 먼저 했었고 선물을 준 것도 나이고.. 그저 저녁 초대 그 한 번으로 나는 뭔가 대단한 착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 그분에게 일방적으로 연락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러고 1년을 연락 없이 지냈는데도 단 한 번도 나에게 잘 지내냐고 연락을 주시지 않았다.
결국 내가 다시 연락해서 한번 만나자고 했지만 그때는 서로 엇갈려서 또 다음을 기약하게 되었다. 그러고 몇 달 뒤 나는 그분이 임신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현지 한인 그룹을 통해 알게 되었다.
아 그랬구나 그분에게 나는 자신의 임신 소식을 알릴 정도의 가치도 없던 '그냥 아는 사람'이었구나.
순간 서운하다는 감정이 일면서 이 분과 연락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잠시 후 내가 그분에게 했던 연락들이 그분의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다가왔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서로의 마음의 속도가 달랐구나. 그래도 몇 년을 알고 지냈으면 일 년에 한 번이라도 안부라도 물어봐줄 줄 알았는데 이것은 내가 마음대로 정한 기대치였는지도 모른다.
어차피 사람 인연이라는 것은 헤어짐이라는 것이 필연적이라고 한다. 스쳐 지나가는 인연도 있고 내 곁에 오래 남아 나를 지지해주는 든든한 인연들도 있기 마련이다.
소수의 스쳐 지나가는 인연들에 아쉬워 말고 내 곁에서 묵묵히 남아있는 나의 수많은 소중한 인연들에 감사하며 그들에게 최선을 다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는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년 까지도 연락을 주고받지 않던 친구들에게 안부 인사를 건네기 시작했다.
마음이 다시 차오르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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