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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일상) 명절도 아닌데 벌어지는 시댁에서의 'Familienfest(가족 축제)' 3 - Goldene Hochzeit(금혼식) feat. 독일 가족 파티 드레스 코드?

by nDok 앤독 2021.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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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댁의 가족 축제에서의 하이라이트인 선물 개봉과 Goldene Hochzeit(금혼식) 축하 후 평범한 다른 파티처럼 먹고 마시고 춤추는 시간이다. 이때 시댁 가족들은 본인이 준비한 선물을 잘 챙겨 와서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한 곳에 잘 쌓아둔다. 그리고는 볼링 순위에 따라 선물을 먼저 가져가게 되는데, 무엇을 선택할지는 본인 자유이다. 당연히 선물상자 안의 내용물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가족 간에도 서로 물어보지 않으므로 본인이 좋은 선물을 고를 수도, 다소 아닌 선물을 고르게 될 수도 있다. 

 


 

금혼식 전 Begrüßung(인사)


일단 시댁의 가족 파티라고 해도 드레스 코드는 정장 같은 다소 포멀한 느낌의 옷들로 가주는 것이 안전하다. 눈치로 보아하니 짝꿍의 남동생의 여자 친구가 화사한 색의 여름용 파티 드레스를 입고 왔었는데 그런 튀는 색상보다는 시댁 가족들은 어두운 색상을 선호하는 듯 싶었다. (이런 건 한국이랑 비슷한 듯)

 

대부분은 정말 한국 결혼식에서나 볼 듯한 옷차림이었지만 베를린에서 온 사촌 한 분의 옷은 좀 화려했었다. 하지만 뭔가 독일 내에서는 베를린 사람은 이 세계가 아닌 느낌적 느낌? 독일이 아니라고 해야할 것 같은 느낌? 그런 게 있어서 워낙 파티 드레스가 화려해도 시댁 가족들이 이해해주는 편이긴 하다. (원체 어려서부터 화려했던 분이라 이 정도만 되어도 괜찮다 라는 느낌도 있는 듯)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동독의 패션 스타일에 관한 것인데, 짝꿍의 남동생이 말하기를 동독 사람들 중 머리 색을 인위적으로 바꾸거나(e.g. 탈색, 화려한 염색) 타투를 하는 사람들이 구 서독 사람들보다 비교적 더 많다고 한다. 본인 말로는 지나가다가 이런 스타일의 사람들이 있으면 거의 동독 사람이라고..

이유를 물으니 본인이 추측하건대 구 동/서독 시절, 동독이 가난했었기에 통일이 된 지금도 동독의 가난한 이미지에서 벗어나고자 일부러 화려하게 몸을 꾸미는 것 같다고 한다. 파티에서 내 옆에 앉았던 짝꿍의 사촌도 어렸을 적에 머리카락을 굉장한 색으로 많이 하셨었다고 한다. (타투는 지금도 갖고 계심)



우리 시댁을 보면 독일에서의 파티 차림은 주로 옷 색이 화려하지 않고, 한국으로 치자면 결혼식 복장 정도? 느낌에 치마의 길이도 너무 짧지 않은 것이 좋은 것 같다. (그럼에도 짧게 입고 오는 분들이 있긴 하다.) 차라리 이브닝 드레스 같이 바닥까지 닿는 드레스를 입는 것이 훨 낫다. 물론 지역 차, 가족 차 당연히 있다. 눈치껏 잘 보고 주변 사람들의 대부분이 어떻게 입는지를 보면 된다.





fingerfoodforparties



본인 자리에 앉은 뒤 본격적으로 파티를 시작하기 전 간단한 Häppchen(핑거푸드)을 먹으며 담소를 나눈다. 메뉴에는 Appetithappen으로 쓰여있는데 독일에서는 작고 귀여운 것을 말할 때 끝에 -chen을 붙이곤 한다.


내가 첫 Häppchen으로 선택한 것은 저렴이 캐비어가 올라간 건데.. 음.. 별로였다... 그래서 두 번째는 안전한 연어 선택🙃


 

선물 개봉박두



쌓여있는선물



처음에 파티가 시작되기 전 레스토랑에 들어올 당시 시댁 가족들은 각자 가져온 선물들을 이렇게 큰 테이블 위에 다 올려놨었다. 선물들을 볼 때면 그 순간은 어린아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우리 시댁은 이런 천진난만한 모습이 참 좋다.

 

이 선물들은 파티 중간에 볼링 순위가 발표되면 순서대로 가져갈 수 있는데 나의 순위는 5위였다. 내 차례가 되어 선물을 고르러 나갔는데 가만히 다른 선물들을 지켜보다 크고 묵직한 것이 뭔가 대단한 것이 들어 있을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으로 시댁 가족 중 베를린에 사는 짝꿍의 사촌인 Dana가 가져온 선물을 골랐다. (Dana 하고 Julia는 둘이 자매 사이라지만 너무 닮아서 이름이 항상 헷갈린다 휴)


그렇게 내가 그녀에게서 얻은 선물은 Römertopf라고 하는 오븐 용기인데 아직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잘 몰라 설명서를 천천히 읽어봐야 한다. 일단 요리 전에 물에 30분은 푹 담가 충분히 물을 먹인 뒤 사용한다고 하고 오븐 요리를 할 때 수분이 달아나지 않게 하는 용도로 쓰인다고 한다. 느낌에 유약이 발려져있지 않은 뚝배기 느낌이다. 갈비 같은 거 이런 데다 해 먹어도 될 것 같기도 하고.. 아직은 잘 모르겠다.



짝꿍이 Brigitte(영어 이름 같은데 독일식 이름이라고도 한다. '브리기트'라고 읽는단다.)라는 시댁 가족에게서 받은 것은 냄비받침같이 생긴 것과, 얼룩말 모양 그릇, 젓가락세트, 액자틀인데 그분이 세계를 다니며 모은 것이라고 하셨다. 얼룩말 그릇과 액자는 나미비아를 여행하면서 구매하신 것이고, 젓가락은 중국, 그리고 냄비받침 같은 건 뉴질랜드를 여행할 때 구매하신 것이라고 하셨다. 주제를 위해 상당히 고민하신 것 같아 감동이었다. 나는 그냥 안 쓰는 거 가져온 건데..!
(그래도 내 선물을 선택 한 Peter의 딸인 Cecilia가 내 선물을 발견하고 맘에 든다며 강탈🤣 했다고 하는데 어쨌거나 좋은 새로운 주인을 찾아서 다행이다. )

 

⬇⬇ 주제하고는 살짝 벗어난 것 같은 혼자 주절거리며 시어머니 하는 얘기(스킵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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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하니까 사귀고 나서 처음 초대받아 방문했던 가족 파티가 떠올랐다. 시댁의 가족 축제에는 특별한 점이 하나 더 있었는데 처음 방문하는 외부인(보통은 가족의 여자 친구/남자 친구)의 경우 마이크를 잡고 본인 소개를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나는 독일어를 하지 못했으므로 부끄러움은 짝꿍의 몫이었다. 😂

 

내가 처음 초대받았다 해도 선물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예외가 없었으므로 나도 무언가 준비를 해가야 했다. 당시의 주제는 '어떠어떠한 의미가 있는 음식'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나는 맛탕을 준비하려고 했다. (여기서부터 독일 사시는 분들은..... 아시죠..... 🤦‍♀️🤦‍♀️)

 

독일을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그리고 나 같은 참사가 또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약간의 설명을 덧붙인다면 독일의 고구마는 모조리 물고구마이다. 물론 맛도 물이다..; 한국은 밤고구마라는 딱딱한 고구마가 있지만 여기는 그런 게 없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그것을 몰랐다. 그저 맛탕을 만들어 보려고 여러 번 시도를 해봤지만 번번이 망하는 바람에 나는 내가 요리 똥 손이라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여차저차 해서 조금 나은 모양을 만들어 밀봉해서 갔는데 이미 이동하는 동안 내 맛탕은 맛탕이 아닌 고구마 죽이 되어 있었다. 😭 나는 망했다를 연발하며 울며 겨자 먹기로 음식을 내놓았었다.

 

 

아무튼 그때도 지금과 마찬가지고 게임의 승자부터 하나씩 음식을 가져가는 것이었는데, 시댁 가족들에게는 아무래도 어느 날 갑자기 툭 떨어진 외계 생명체와 같았던 외국인의 음식을 감히 먹어보겠다 나설 용기가 있는 사람은 없었고 그렇게 나의 음식은 자꾸 외면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다 시어머니가 음식을 가져갈 차례가 되었는데 그분이 대뜸 내가 한 음식을 가져가겠다고 하신 것이다. 아마 다른 가족들이 가져가지 않을 것을 어렴풋이 알고 계셨고, 내가 민망해할까 봐 본인이 희생양(?)을 자처하신 것이리라. (얼마 전 우연히 고구마 얘기를 한 일이 있었는데 그분은 고구마가 뭔 맛인지 모르겠어서 아예 안 드신다고.... 하하.... )

 

아무튼 그분의 독일인 답지 않은 센스에 나는 너무나도 큰 감동을 받았고 그때의 선택이 단순한 우연히 아닌 나를 배려하신 것이란 것은 그 이후로도 쭉 느낄 수 있었다. 근데 아직 그 죽 같은 음식을 드셔 봤는지 감히 여쭤보지 못했다..... 영원히 우리들 만의 비밀로... 하하


 

금혼식 이벤트: 결혼식 날 먹었던 음식의 재현



결혼식뷔페메뉴예시



금혼식 파티의 코스 요리 음식은 Ulrich 삼촌과 Minoka의 50년 전 결혼식 메뉴를 그대로 재현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50년 전 동독 음식은 과연 어땠을지..!

독일전통수프



나는 맛있었는데 은근 반응 안 좋던 Festtagssuppe.. 역시 입맛 참 달라

독일전통송아지고기스테이크



짝꿍도 거의 30년 만에 먹어 본 다는 동독의 음식인 Kalbssteak au four와 같이 나온 Herzoginkartoffeln (Duchess potatoes, 공작부인 감자🤣). Kalbessteak는 송아지 스테이크, au four는 프랑스 말로 구웠다는 건데, 독일어로는 "im ofen" 혹은 "gebacken"이라는 의미란다. 여기에 그.. 영국 식초 같은 거 뭐더라... 그게 있는데 내 입맛엔 안 맞아서 패스!

독일샐러드보울



사이드로 나온 Salatvariation(다양한 샐러드)

독일전통디저트바닐라파르페



디저트로 나온 Vanilleparfait(바닐라 파르페)에 heiße Himbeeren(따뜻한 라즈베리)와 Sahne(크림)를 곁들인 달달 구리

 

 

 

 

파티는 새벽까지 이어졌지만 우리는 이미 그렇게 될 것을 예상을 하고 12시가 되기 전 빠져나와 잠자리에 들었다. 이래서 짝꿍이 차를 가져가자고 그랬구나! 탁월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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