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 이어 이제 시댁 가족 축제의 본 게임이다. 이 때는 낮에는 액티비티를 하고 저녁에 파티가 열린다. 코로나 이전 가장 최근에 했던 가족 축제에서는 낮에는 독수리 쇼를 보러 갔던 걸로 기억하는데 올해는 짝꿍의 친척 중 한 분이 Goldene Hochzeit(결혼 50주년, 한국의 금혼식)를 맞이해서 낮에는 버스를 대절해 본가에서 다소 떨어진 누가(Nougat) 초콜릿 공장을 방문 한 뒤 저녁에는 평소와는 달리 시댁의 고모님 댁 정원에서의 Gartenparty가 아닌 레스토랑을 빌려 금혼식을 축하하기로 했다.
누가(Nougat) 초콜릿 공장 방문
처음엔 축제 초대장에 뭐라 쓰여 있었는지 까먹었는 데다 그마저도 까먹고 가져오지 않아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마냥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랬더니 웬 누가 초콜릿 공장이라네? 한국에서는 가족끼리 초콜릿 공장에 온다는 걸 그렇게 좋아하진 않을 것 같은데(전통 찻집이나 한정식 이런 데 좋아하신다면 모를까) 시댁 가족들은 모두가 들떠있는 것이 참 문화가 다르긴 다르다. 하긴 독일은 부활절이고 크리스마스고 엄청난 양의 초콜릿들을 주고받는 나라였지..
그래도 버스는 참 정겨웠던 것이 버스 디자인은 전 세계 공통인가 창문에 무늬 있는 커튼 달린 거랑 맨 앞자리에 앉은 사람이 마이크 잡고 얘기하는 거나 참 한국 같아서 웃음이 나왔었다. 새삼 놀라는 거지만 참 가족적인 지역이다. 한국도 많이 개인주의적으로 변했다지만 그래도 아직 가족 중심적인 것은 맞는지라 이런 문화들이 나한테 더 익숙하게 다가오는 듯하다. (하지만 언어를 못하면 지옥 그 자체... )
아무래도 코로나 때문에 모두가 한번에 같은 체험을 할 수는 없었으므로 A, B 팀으로 나누어(이거도 약간 한국 수련회 느낌) 한 팀은 먼저 체험을 하고 다른 한 팀은 먼저 식사를 한 뒤 바통 터치를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나는 그중에 먼저 초콜릿 공장 체험을 하는 팀이 되었다. 나와 짝꿍은 A팀이 되었고 먼저 체험을 하는 조가 되었다.
하지만 먼저 누가 초콜릿 공장에 가기 전에 같이 샴페인 한 잔 하며 건배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는 원샷 후 후다닥 누가 공장엘 가게 되었다.
입구를 들어서자 먼저 매년 볼 수 있는 누가로 만든 대형 초콜릿 산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았다. 잘은 모르지만 저 틀에 딱 맞는 용량의 초콜릿을 넣고 계속 빙글빙글 돌리며 초콜릿이 안에서 잘 굳도록 하는 듯..??
그렇게 만들어진 초콜릿은 Weihnachtsmann(산타) 보다는 약간 밤손님 느낌이 나긴 하지만..
마지막으로는 누가 초콜릿을 직접 만들어 보기도 했는데.... 이거 초콜릿 아무나 만드는 거 아니었네... 역시 어려서 들었던 손재주 있단 말은 다 뻥이었던 것이다.. 시댁의 고모님 한 분이 바로 내 앞에서 누가 체험을 같이 하셨었는데 역시 호텔 셰프라 그런지 너무 잘 만드셨다. 어우 비교된다.
공장에 딸린 뷔페에서의 식사
체험을 마친 뒤 내려온 식당에서는 바이에른 컨셉의 Vorspeise(전채)를 볼 수 있었다. 여긴 바이에른이 아닌데..
바이에른 지역의 전통 샐러드인 Wurstsalat과 미니 모짜렐라로 만들어진 카프레제, 구운 채소 그리고 바이에른 음식에 빠지면 아쉬운 Obazda도 있었다. 뭔가 바이에른이 아닌 곳에서 바이에른 음식을 먹다니 신기했다. 근데 시댁 가족들은 Obazda를 별로 안 좋아하더라. (근데 여기서 먹은 건 직접 만든 것인지는 몰라도 좀 별로이긴 했다. 사 먹는 건 쫀득쫀득한데 여기껀 약간 덩어리 진 딱딱한 크림치즈 느낌?)
그다음은 앞에 차려진 미니 뷔페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가져다 먹는 것이었는데 여기 음식은 쏘쏘였다. 그나마 Apfelkraut은 좋아하기에 맛있게 먹었다.
잠시 휴식(이라 쓰고 도망이라고 읽는다)
전날 저녁에 잘 못 잔 데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버스까지 타고 오느라 너무 지쳐있던 나는 마침 집에서 잠시 쉴 건데 따라올 거냐는 짝꿍의 동생의 제안을 냉큼 물고 다른 가족들이 어딘가 다른 곳에 가 있던 순간 누구보다 빠르게 도망을 나왔다.
짝꿍 가족의 강아지(라고 쓰고 곰이라고 읽는)는 아무래도 내부에 들어오기가 힘들었으므로 시아버지께서 계속 케어를 하고 계셨는지라 강아지도 집에 둘 겸 같이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시어머니가 계실 땐 그렇게 옆으로 가려고 낑낑거리더니 시어머니가 안 계시니 참 얌전하던 이놈... 매일 산책시키고 궂은일은 다 아버님이 하시는데 서운하시겠다 😂
집으로 홀랑 돌아가 잠시 꿀잠을 자고 나니 짝꿍이 돌아와 곧 다시 나가야 한다며 나를 재촉했다. 어후 시댁이니 참고 나가지 무슨 가족 축제 일정이 이렇게 타이트하다냐.. 몰래 도망 와서 자기를 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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