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동독 지역은 구 서독 지역보다 가족 색이 짙다. 그중에서도 짝꿍의 가족, 즉 나의 시댁에서는 (나의 주관적인 견해로는) 특히 더 짙은 편인 것 같다. 이 가족은 매년 시댁의 할아버님, 즉 짝꿍의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를 기리는 행사를 매년 열며 다른 가족이 어디에 살건 이 때는 무조건 고향에 와야 하는 것이다. 한국으로 치자면 매년 제사를 치르는 건데.. 밥 차리고 사과 나르고 배 나르고 하는 것이 아닌 그냥 같이 모여 돈 쓰고 재밌게 노는 것이다. 이 때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어린아이들로 돌아가 서로 게임도 하고 선물도 주고받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0. 가족 축제를 위한 선물 준비
매년 특정한 주제를 주고 구성원들은 그 주제에 맞는 물건을 가져오는 전통이 있는데 올해는 시댁에서 조금 어려운 주문을 받았다. 무려 주제가 "etwas, was am Herzen liegt" 란다. 게다가 사이즈 제한도 있다. 너무 크지 않고 신발 보관상자 사이즈 정도여야 한다.
일단 주제는 재미있다.
솔직히 나한테 정말 의미가 있는 것들을 뽑자면 호주에서 사서 아직까지 죽어라 입고 있는 나의 파자마, 그리고 독일에서 처음 완독한 책 정도인데....... 책은 그렇다 치지만 파자마는.... 선물을 이거 서로 주고받는 건데.... 좀 아니다 싶어 눈치껏 나한테 별로 필요 없지만 어느 정도의 값어치를 하는 물건을 골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은 다행히도 잘 들어맞았다.)
항상 초대장이 사전에 먼저 오고, 디자인도 매년 약간씩 다르다. 사진은 돌아가신 시댁의 할아버님, 그러니까 시어머님의 아버지의 어렸을 적 사진이란다. 돌아가신 이후로 제사처럼 기일을 이런 식으로 챙기다 보니 빠지면 절대 안되는 가족 행사인지라 이 때는 책임감을 가지고 전국에 흩어져 사는 모든 친척들이 모인다. 사실 이 가족에게는 크리스마스보다 더 중요한 행사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영-독 플래시카드(누구든 영어를 배우고 싶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디자인 페어에서 구매했던 양 면을 다 써먹을 수 있는 선글라스지만 나는 이제 쓰지 않는 것을 선물하기로 했다. 짝꿍도 이전에 호기심에 사본 게임 팩인데.. 스트리트 파이터 같은 고전 게임이 들어있던 팩이었다. 아무튼 이것도 재밌는 선물이니 통과!
1. 가족 축제 본 게임(?) 전
본격적인 축제에 뛰어들기 전 시댁에 가면 자주 가게 되는 레스토랑이 있는데, 시댁에서 중요한 날에는 여기서 주로 커피를 주문해 시고모님 중 한 분이 만드신 케이크를 먹는 것이 전통 아닌 전통이다. (보통 중요한 날이란 가족 축제, 크리스마스 정도이다.)
전경이 참 멋있다.
레스토랑은 언덕 외딴 곳에 위치해 있어 내려갈 때는 걸어서 내려갔다. 그 와중에 보이던 우리를 빤히 쳐다보던 소.
소가 저렇게 낮잠자는거 처음 봤다.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 는 아니고, 얘는 시댁에서 기르는 강아지인데 조수석에 앉아 계신 시어머님께 어떻게든 가보려고 탈주 각 재는 중. (결국 성공했다.)
2. 축제의 시작: 저녁 6시에 시작하는 볼링 경기
여기는 우리가 매년 볼링을 치는 곳인데 (매년 시댁의 할아버님? 시할아버님? 기일 근처로 꼭 저녁 6시에 만나 볼링을 치는 것이 가족 축제의 시작이다.) 본격적인 운동 전 꼭 이렇게 뷔페를 시켜 먹는다. 그다음 모두 Sekt로 anstoßen(건배)한 뒤 식사를 한다.
항상 이렇게 팀을 짜서 플레이하는 편인데, 나는 정말 못한다.. 늘.... 다행히 막판에 한 시댁 가족이 약간의 요령을 가르쳐 주셔서 조금 점수를 낼 수 있었다. 이때의 순위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다음 날 있을 파티에서의 선물을 고를 수 있는 순서가 정해지기 때문에 나름 경쟁이 치열하다.
⬇⬇ 내가 기억하기 위해 쓰는 볼링 팁(필요시 펼쳐보세요)
Schritt 1:
나와 맞는 공의 무게를 찾아야 하는데, 일단 당시에 가장 가벼웠던 공이 보라색 공. (근데 이거도 무거웠다.. 게르만 족의 파워는 역시..) 백스윙때 공이 어깨 높이만큼 올라와야 하는데 공이 너무 무거우면 그것이 불가하다.
Schritt 2:
출발선에 잘 서는데 왼손으로 공을 굴린다면 출발선에서 가장 오른쪽에 서서 공을 굴린다.
Schritt 2-1:
스텝은 왼손잡이인 나의 경우 왼발부터 4스텝 정도, 무릎을 살짝 구부리고 오리가 걷는 것처럼, 하지만 뚜벅뚜벅 걷는 게 아니고 스치듯이(스케이트 타는 느낌?) 앞으로 가다 3 스텝에서 세게 찬 뒤 그 반동으로 4 스텝에서 슬라이딩을 해준다. (빠르게 달려 나가는 것 아님)
Tipp: 평소에 스쿼트나 런지 같은 운동을 많이 해둘 것, 뒤꿈치부터 걸으면 자연스러운 스텝이 된다.
Tipp 2: 스텝 연습을 위해 오른 발에 스타킹을 신고 왼발은 맨발로 연습을 해본다. (오른손잡이는 반대로)
처음엔 공을 든 팔과 발이 수직으로 잘 위치해있는지 확인 후 공을 굴릴 땐 핀을 보고 핀 중간을 쳐다보며 굴린다.
Schritt 3:
Release 이후 Follow Throw(공을 굴린 이후 팔을 들어 올리는 구간)할 때는 팔을 귀 옆까지 올린다는 생각
Tipp: 1리터 짜리 물병에 모래를 끝까지 담아 채운 뒤 공이라는 생각으로 연습
참고: 짝꿍의 가족, poinCampus포인캠퍼스 [볼링유치원 1기 1회] 볼링의 기본은 역시 스텝이다. , [볼링유치원 1기 2회] 스텝에 이어 볼링 스윙을 배워보자. 빈스윙 훈련법 (YouTube)
일단 나는 볼링도 잘 못치는데 공들이 너무 무거워서 정말 힘들었다. 그런데 시댁 사람들은 독일인이라 아무래도 정말 체력이 남다른가 보다. 애들조차도 그 무거운 공들을 한 손으로 편하게 스르륵 들고 치는 걸 보니..
아무튼 가볍게(?) 모임의 시작을 마무리하고 본 게임인 다음날을 위해 잠을 비축해둬야 한다.
독일인 남자친구와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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