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이후 그다음 주말에는 특별한 일이 생겼다. 타 지역에서 사는 남편의 친구가 방문한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뮌헨은 아니고 뮌헨 근처의 Therme Erding 에르딩 온천에 온 것인데, 지난번 방문 당시 같이 갔을 때 꽤나 맘에 들었던 모양이다. 원래는 같이 오기로 한 다른 사람이 있었지만 사정이 있어 오지 못했고 남편 친구 혼자만 방문을 하게 되어 그 친구가 도착하는 날 밤 같이 저녁을 먹고 일요일에 에르딩 온천에 같이 가기로 했다.
(참고로 정말 온천까지는 아니고 락스 많이 넣은 따뜻한 수영장 정도? 놀이기구 적은 워터파크 같은 느낌이다.)
남편 친구에 대한 서론
아이컨택의 힘
독일에서 살게 되면서 아무래도 다른 언어와 문화 때문인지 그룹 안에서 나 혼자 동떨어진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레스토랑에 가면 예약한 사람은 나인데 내 남편만 쳐다보고 얘기하는 종업원, 나랑 먼저 알게 되었지만 같은 독일어권이라는 편안함 때문일지 아니면 남편의 손님 접대 능력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보다 내 남편을 더 쳐다보고 얘기하는 사람들.. 이제는 거의 익숙해졌고 그 시간 동안 나 혼자만의 세상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지만 처음에는 소외당한 느낌에 상당히 서럽고 나는 왜 여기 있지 라는 생각에 우울했던 날들이 있었다. (그렇다고 나도 잘하는 거 아니고 나도 한국에 가면 친구들이랑 수다 떠느라 남편을 신경 쓰지 못할 때가 있다. 그래서 더욱이 이해하는 편이다.)
이 친구는 내가 낯을 워낙에 가리는 성격이라 많이 친해지지는 못했지만 내가 좋아라 하는 남편의 친구 중 한 사람인데, 이 친구는 남편과 무슨 얘기를 나누던 항상 내 눈을 같이 번갈아가며 쳐다봐주고(설사 그 주제가 둘만의 주제일지라도!) 반응해주는 편이다. 사소한 것 같지만 그 사소한 배려로 나도 그 그룹에 같이 속해있는 느낌이 들고,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독일 사회에 잘 편입이 된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참 고마워하고 있는 친구다.
우리가 만나던 날(금요일)은 마침 이 친구의 생일이기도 해서 생일 선물도 같이 포장해서 Erding 에르딩으로 갔다.
에르딩 지역 레스토랑
지역 맥주 Stiftungsbräu
Empl-Keller Erding
08122 9994609
https://goo.gl/maps/eTjsaPUYHJW9SZHu9
우리는 Erding 에르딩 지역의 맥주인 Stiftungsbräu에서 맥주를 공급받는 이곳에서 Radler 라들러를 주문했다. 뮌헨도 그렇지만 대부분 한 양조장을 정해 그 양조장에서만 맥주를 공급받는 것 같다. 비어가든류가 아닌 아시아 레스토랑 같은 곳은 여러 맥주를 팔기도 한다.
참고로 라들러는 맥주와 레모네이드를 섞은 것으로, 일반 맥주보다는 쓴 맛이 덜하다. 처음에는 이건 대체 무슨 맛이야.. 하고 마셨지만 이제는 나도 그 맛을 즐기고 있다. 여기에 더하자면 뮌헨에서는 Russ라고 하는 일반 라거가 아닌 밀맥주를 섞어서 만든 라들러가 있다.
식사로는 돼지고기 스테이크에 Spätzle 슈페츨과 Rahmsoße(버섯 크림소스)를 곁들인 것을 주문했는데 고기가 좀 건조했지만 그런대로 맛있었다. 대신에 이런 음식을 먹게 되면 꼭 소화 보조제를 미리 먹고 시작을 해야 하는데 이 날은 미처 잊고 챙기지 못해 소화시키느라 무던히 애썼다😅
남편 친구는 에르딩에 숙소가 있어 숙소까지 차로 태워주고 우리는 토요일을 건너뛰고 일요일에 같이 온천에 가기로 했다.
에르딩 지역 브런치 레스토랑
싸고 맛있었던 도스토예프스키
Brasserie Dostojewskij
08122 559940
https://goo.gl/maps/ZgJuBojvkEGvs98JA
우리들은 여기서 밥을 먹고 온천으로 향하기로 했다.
독일에서는 커피를 시키면 작은 스낵이 같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비스킷을 주는 카페가 있고 사진에서처럼 아마레띠 Amaretti라는 이태리 과자를 주는 곳도 있다. 나는 비스킷을 받은 경우 커피 속에 푹 찍어 먹거나 아마레띠같이 작은 과자를 받을 경우 카푸치노 속에 퐁당 담가 티스푼으로 우유 폼과 같이 떠먹는 편이다.
아침식사로 나는 Meerrettich를 곁들인 Wikinger Toast (8,20 Euro)라는 걸 먹었는데 샌드위치가 상당히 컸다. (Meerrettich는 매운 무를 갈아 나온 것인데 일종의 와사비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생와사비가 아니고서야 굳이 더 비싼 와사비를 먹지는 않고 와사비 대신에 저렴한 Meerrettich를 먹는 편이다. )
결국 샌드위치는 나 혼자 다 먹지 못해 1/4 정도는 남편이 가져가 먹었다.
에르딩 온천 Therme Erding
온천보다는 수영장에 가까운 그곳..
Therme Erding
08122 5500
https://goo.gl/maps/jjfGUgrCEaBqT9Au6
에르딩 온천의 외관은 대충 이렇게 생겼는데, 가다 보면 예약자 우선 입장할 수 있는 줄이 있다. 원래는 이런 시스템이 없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돈을 벌지 못하자 수금하려고 일부러 만든 시스템인 듯하다.
우리는 다행히 그전에 먼저 가 있던 남편의 친구 덕에 미리 예약할 수 있었고 각 3,90 유로를 지불했다.
실제로 정문 앞으로 가니 예약 시스템을 몰랐던 사람들이 일반 줄에 서서 추위 속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러한 이상한 예약 시스템에 대해 강렬하게 항의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티켓을 전체 구매한 것은 아니고 Galaxy 종일권과 Vitaloase를 추가 구매했는데 사실 나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주말은 4유로 추가) 암튼 그렇다는 거..
온천 입구에서 티켓을 구매하고 나면 이런 팔찌를 받는데 안에서 추가로 결제하게 되는 것들은 다 여기에 적립이 되고 나올 때 재결제를 한다. 미리 적립해두고 쓰는 게 아니라니 머리가 좋네….
내부 사진은 노느라 딱히 찍진 않았다.
에르딩 온천은 실내와 실외로 구분이 되어 있는데 놀이기구는 많지 않다. 나는 놀이기구보다는 그냥 뜨끈한 물이 있다는 것이 좋았으므로 만족도 최상이었다. 사우나도 몇 군데 있었고 야외로도 나갈 수 있었는데 특히 해질 녘에 뜨끈한 물 안에서 노을을 바라보는 것이 최고였다.
특히 에르딩 온천은 날씨가 살짝 추워지고 입김이 나올 때쯤 가는 게 최고인 것 같다. 겨울이 너무 무르익으면 해가 빨리 지고 더 추울 것 같아 이맘때쯤이 제일 좋은 것 같다.
참고로 당연하겠지만 에르딩 온천 내부에 위치한 식당들은 가격이 비싸다. 친구 피셜 그나마 제일 가격이 나았던 곳은 버거집이었는데 이름이 Ruff's Burger였나.. 그래도 워터파크가 다 그렇지 뭐.
에르딩 온천에는 여기저기 쉴 수 있도록 긴 의자 등이 있는데 이 중에서 계란 모양으로 된 공간은 뺀 나머지는 무료였다. 그래서 사람들이 일찌감치 와서 본인의 수건으로 자리를 맡아놓는 진귀한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수건쯤이야 없어져도 그만이라는 건지는 몰라도 말이다.
그래도 가족 단위로 오는 사람들은 계란 집이 은근히 괜찮은 것 같다. 특히 아이가 어린 경우에 안에서 낮잠도 재우고 말이다. 가격은 3-40 유로 했던 것 같다.
마무리 & 에르딩 온천 방문 시 주의사항
나 같이 뜨끈한 곳에서 지지는 것을 좋아한다면 에르딩 온천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대신 피부가 약하다면 좀 고려해봐야 할 곳이긴 하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이용하는 곳이라 아무리 본인 슬리퍼를 신고 다닌다고는 하지만 물은 한국의 그것처럼 화학처리가 되어있어 다녀온 뒤에 몸을 꼼꼼하게 씻어주고 보습제를 평소보다 훨씬 많이 발라줘야 한다. 나는 여기를 다녀온 뒤 며칠 동안 피부가 너무 건조했고 몇몇 뾰루지가 생겼었다. 남편은 건조한 건 나보다 덜한지는 모르지만 뾰루지가 몸 여기저기에 생겼었다.
그리고 내부에 물 마실 만한 곳이 단 한 군데뿐이다. 사우나 옆 쪽에 물을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그 이외에는 레스토랑에서 물을 사 먹는 방법뿐이다. 주변에 보니 허가를 받은 지는 모르지만 물이나 과자 같은 건 개인적으로 챙겨 오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리고 개인 수건은 넉넉하게 챙겨 오는 것이 좋다. 나는 큰 바디 타월을 두 장 정도를 챙겨갔는데 남편 친구는 목욕 가운+바디 타월을 챙겨 왔었다. 돌아다니다 보면 수건이 물에 젖어 축축해져서 추위를 느낄 수 있으므로 장시간 머물 거면 세장 정도는 가져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개인 차!)
점심을 먹고 난 이후 오후 즈음에는 체력이 슬슬 떨어지면서 잠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여기 사람들은 해가 잘 안 들다 보니 햇살 아래에서 잠드는 것을 좋아하는데 물론 내부에도 검은 우산이 비치되어 있긴 하지만 개인 선글라스를 챙겨 오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독일의 햇살은 꽤나 따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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