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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함께하는 독일생활/하루하루 독일일상

내가 독일에서 살아가며 겪는 성장

by nDok 앤독 2022.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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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나 선호되는 인생의 항로가 있는 것 같긴 하다. 물론 이는 나의 개인적인 경험이라는 적디 적은 데이터베이스에서 만들어진 결과이니 일반적이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는 결과물이다.

어쨌든, 내가 한국과 독일이라는 두 나라에서 살면서 느낀 것은 한국이라는 사회 안에서 ‘선호되는’ 인생의 항로는 그 길이 상당히 뚜렷하다. 되지도 않는 비유를 한번 해보자면 한국의 그 길은 상당히 견고한 벽으로 이루어져 있어 그 길을 벗어나기 위해선 내가 망치를 들건 삽을 들건 그 벽을 때려 부수어야 하지만 독일에서의 그 길은 수영장 안에 있는 조명 기구가 빛을 비추기는 하지만 맘만 먹으면 손쉽게 다른 항로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이랄까?

이렇게 써놓고 보니 마냥 좋아 보이지만 이를 다르게 말하자면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 이쪽으로 가면 좋다고 방향 제시를 알아서 떠먹여 주는 한국과는 달리 여기는 하나부터 거의 열까지 내가 스스로 알아보고 결정해야 한다. 선택도 본인이 책임도 본인이 지라는 것이다. 처음에 겪은 이러한 방목 시스템은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특히 직장에 갔는데 한국의 (말은 많지만 아무튼) 사수를 정해주는 시스템과는 달리 정말 아무도 나를 케어해주지 않던 그때는 정말 당황스러웠다. 사실 아직도 가끔은 나의 언어가 완벽하지 않으니 누가 옆에 붙어서 이거 저거 다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내가 온실 속의 화초였다는 것을 독일에서 깨닫고 있다.

의자-위-잠자는-고양이
하지만 너는 나의 온실 속 화초로 남아줘 :)


한국에 대한 부정적 시선

아직 현재 진행 중


한국에서 다른 길로 나아가려면 수많은 장애물을 뚫어야 한다. 부모님, 선생님, 친구들, 그리고 제일 힘든 장애물인 나 자신이 있다. 벽으로 견고하게 지어진 그 길로만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고 굳게 믿으며 살아온,

다들 지겹게 아는 얘기겠지만 학생 때는 공부만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면 다시 또 피 터지게 공부해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야 하고 이제 좋은 직장에 들어가면 결혼할 사람이 있어야 하고, 결혼을 하면 애가 있어야 하고, 애를 하나 낳으면 둘째까지는 있어야 하고……

이런 것들이 한국 사회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최고의 길이고 그러한 길 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행복할 것이라, 아니 행복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 이 길을 벗어나려 한다면 ㅁㅊ거 아니냐, 그 좋은 길을 왜 벗어나서 구렁텅이로 가느냐 등의 마치 나의 선택이 최악의 그것인 것처럼, 선택이라는 것에 있어 나은 선택이 있고 그렇지 못한 선택이 따로 있는 것처럼 생각한다.

나는 독일에 온 이후로 몇 년 간 마음이 많이 아팠다. 제일 큰 이유는 바로 나이에 맞는 ‘인생 과업’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열등감에 있었다. 나는 이 정도 나이를 먹었는데 직장도 변변치 않네? 코로나 때문에 그마저도 잃었네? 나는 왜 남들보다 아는 게 적지? 나는 대체 그동안 살아오며 뭘 했지? 뭘 배웠지? 개나 소나 다 있다는 대학 졸업장도 없네? 나이에 걸맞은 인생 과업도 성공하지 못한 나 자신이 과연 이 세상에서 멀쩡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나같이 덜떨어진 사람이 평균치를 낮추느니 차라리 없는 게 낫지 않을까? 애초에 나 같은 애는 인생의 기회라는 것이 없지 않을까?

물론 주변에서는 말한다. 남들과 가는 길이 다 똑같을 순 없다고.. 하지만 정말 그들이 그렇게 생각해서 그렇게 말했을까? 대개는 그저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함이다. 대개는 그들도 그 특정한 길이 인생의 정답인 것 차람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모순을 대화를 하는 와중에 드러나게 되는데 예를 들면 나와 전혀 상관없는 전공을 가졌지만 명문대를 나온 사람에게 이유 없이 열등감을 느끼거나, 맞지 않는 과를 중도에 포기하던지 아니면 계속 다닐지를 걱정하는 사람에겐 ‘그래도 기왕 해온 것이 있는데 끝마치는 게 낫지. 1년만 버텨봐.(왜냐면 대학 졸업장을 가지는 것이 인생에서의 최고의 항로인 것은 매우 당연한 사실이고 졸업장을 가진 사람은 지금은 괴로울진 몰라도 미래에 당연히 더 행복할 것이니까)’라는 조언을 하는 등의 사람들 말이다. 물론 여기엔 나도 포함이다. 꼴랑 독일에 몇 년 산다고 평생을 한국인으로 살아온 내 마인드가 하루아침에 뒤바뀌진 않는다.

 

내가 느끼는 한국에 대한 감정

한국에 사는 것이 불행하다?


하지만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나는 한국이 싫지 않다. 물론 개인적으로 봤을 때 장단점의 개수를 떠나 그 장단점의 크기가 나에게는 독일이 조금 더 크다는 것이다. 한국의 장점이 열 가지가 있고 독일의 장점이 다섯 가지가 있다고 쳤을 때, 이 장점들을 모아놓고 보니 나에게는 독일이 장점의 총합계가 조금 더 크다는 것이다.

한때는 한국을 싫어했었다. 그 이유는 나의 어린 시절 때문이다. 난 한국에서 자라서 이런 편협한 사고방식을 가지는구나 이 나라에서 나고 자란 나는 여기는 개나 소나 하는 수영도 스키도 할 줄 모르네 내 부모는 나에게 왜 남편의 부모처럼 이것도 저것도 요것도 못해줬을까 그런 경험들이 나에게는 그때 참 중요한 것이었는데 그걸 놓쳤으니 나는 죽을 때까지 열등하게 살 것이고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은 고장 난 한국의 시스템 때문이야.

그런데 내가 나의 나라를 비난하면 할수록 나의 열등감은 더 커져갔고 나는 더 우울해졌다. 당연한 것이다. 이런 못난 나라에서 온 나 자신을 독일의 ‘우월한’ 사람들과 비교하며 나는 먹이사슬에서 당연히 쟤들한테 먹히겠구나 하며 불안에 떠는 것이다. 나같이 열등한 인간이 독일에서 멀쩡한 직장을 잡아 밥 벌어먹고 산다는 것이 가능한가? 그렇다면 이렇게 괴롭게 언어를 배우는 것이 의미가 있나? 난 어차피 열등한 인간인데.. 하지만 이런 생각은 틀렸다는 것을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독일에서 살아가며 겪는 성장

인생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을 독일에 살다 보니 인생에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나는 다큐멘터리 류의 유튜브 비디오를 자주 보는 편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비추고 그들이 가진 생각과 신념을 전달해주는 그런 채널들을 자주 본다. 물론 독일도 크게 두고 보면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예를 들면 레즈비언 커플인데 아이를 입양한 경우, 두 사람이 아닌 세 사람이 반려자로서 인생을 살아가는 경우(독일 신조어로는 Trärchen) 등등 각자가 자신만의 인생의 항로를 개척해서 살고 있고 그러한 사람들도 어쨌거나 사회 구성원으로서 나름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인과 같은 반응을 쏟아내는 사람도 많다. ) 반면에 한국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 당연히 무리에서 만장일치로 제명이다.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 동물이지만 어떠한 이유로 인해 무리에서 떨어져 홀로 살아가야 하게 될 때 대개 그 개체는 쉽게 죽음에 이르게 된다.

또한 나는 한국에서 살 적에 이혼이라는 것은 특히 여성에게 삶의 끝이라는 신호 같다는 생각을 하며 살았다. 결혼을 안 해도 여자로서 수명이 끝나는 것이라 생각하며 살았다. 아무리 미디어에서 우리는 다양성을 존중합니다라고 떠든다 해도 사회에서는 그 다양성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을 어린 시절부터 쭉 몸에 새겨진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편과 연애할 당시 불안에 떨며 살았다. 이 사람이 좋아 시작을 하긴 했는데 난 이미 동거까지 한 사람이니 이 사람과 헤어지면 남편은 동거가 당연한 사회에서 멀쩡하게 다른 여자를 만나 잘 살 것이지만 나는 더 이상의 연애의 기회도 결혼의 기회도 없을지 모른다. 이에 더해 직장도 변변치 않으니.. 아무도 나와 연애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고 나는 홀로 쓸쓸히 죽어갈 것이다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그냥 내 인생에서 나는 이런 시기이구나 내가 좋을 때구나 안 좋을 때구나 어차피 저절로 흘러가겠지 남편 하고도 인연이라는 운명이 다 하게 되면 이혼이던 사별이던 어차피 헤어지게 되는데 헤어지면 뭐 그때 가서 생각하지 좀 일찍 헤어지면 다른 남자 하고도 살다 보니 뭐 어떻게든 살아지겠지
사람마다 인생의 시나리오는 다르게 흘러가기 마련이니 나는 이런 복을 타고난 사람이겠지 백만장자면 뭐 인생이 특별하게 좋은가? 여행은 많이 다닐 수 있으려나? 근데 나 어차피 여행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대저택에 살 수 있게 되려나? 근데 큰 집에 산다고 뭐가 크게 달라지나? 인생이 엄청 행복해지나? 맨날 미슐랭 먹게 되려나? 근데 나도 미슐랭 몇 번 먹어봤는데 그닥이던데.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떡볶이더라.

남편의 지지

내 사람의 무조건적인 지지를 받는 것이란


남편은 연애시절부터 나에게 늘 이런 말을 해 줬다. 내가 숫자에 약하지만 대신 요리는 잘하지. 언어도 빨리 배우는 편이고. 그러면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거 다 하등 쓸모없는 스킬이야. 나는 토익 점수도 없고 멍청해서 생존에 유리한 스킬들은 하나도 익히지 못했어.라고 하며 이런저런 다양한 가치들을 나만의 이기적인 잣대로 이건 우월하고 이건 열등하고를 갈라놓고 있었다.

남편이 공부를 권했을 땐 이 나이 먹고 언제 공부해서 언제 취직해? 공부도 다 때가 있는 건데 나는 이미 그 기회를 놓쳤고 그 기회는 앞으로 영영 다시 오지 않을 거야. 나는 공부보다 그냥 빨리 내 나이에 벌어야 하는 목표 월급에 빨리 다다르는 것이 목적이야. 하지만 나는 너무나도 열등해서 그곳에 내가 다다를 수 있을지 모르겠어.. 결국 나는 돈도 못 버는 쓸모없는 인간이야. 나 같은 게 세상에 존재할 이유가 있을까? 그냥 나 같은 거 말고 번듯한 학력에 직장에 고연봉인 새로운 여자 친구를 만드는 것이 너의 미래에 더 좋지 않을까?라는 식으로 말하곤 했었다. (남편 미안)

 

테이블-위-리본-묶인-로또-용지
생일선물로 무려 로또를 주는 남자 ㅎ 물론 꽝이었지만.. 



그럴 때마다 남편은 나를 달래며 세상에 우월하고 열등한 것이 어디 있냐며 그동안 나는 열심히 살았고 성과들을 이루며 살았다고 그렇게 말해주곤 했다.
당시에는 너는 유럽인이니까, 독일인이니까, 백인이니까 내 마음을, 아시안의 마음을 죽어도 모르겠지 라는 세상 뒤틀린 시각으로 그의 말을 받아들였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세상에 우월하고 열등한 것은 없으며, 또한 인생은 산 정상을 향해 등반을 하는, 정상에 서야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님을 안다. 과거를 후회하기보단, 미래에 불안에 떨기 보단 현재를 바라보며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하다 보면 그 순간의 점들이 모여 선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혹시 이전의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살았었다면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의 책 미움받을 용기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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