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득한 예전에 우연찮게 게리 채프먼(Gary Chapman)의 '사랑의 다섯 가지 언어'라는 책에 대해서 읽은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나이도 어렸고 무엇보다 남자 친구조차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이런 내용이 있구나 하고 대충 읽고 말았는데, 몇 년이 지난 후에 방송인 홍지민이 남편과의 관계를 이 책으로 회복시켰다는 얘기를 하자 문득 다시 생각이 났다.
사람은 모두가 다른 성격과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로를 100프로 이해하기는 힘들다. 사실 나 자신을 100프로 이해하는 것도 힘들다. 그래서 최대한 서로를 이해하고 타협점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 이 책이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국적을 떠나 모든 커플들이 비슷한 어려움을 안고 있지만 나의 경우는 짝꿍이 말도 문화도 음식도 완전 다른 타국 사람이었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이 더 큰 숙제로 다가왔다.
많은 국제 커플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겠지만 나의 경우에도 내가 무엇인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생길 때 이것을 문화의 차이로 둘 것이냐 아니면 개인의 성격 차이에 둘 것이냐에 대해 상당히 고뇌한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뭐.. 문화차이건 성격차이건 내가 맘에 안 드는데 어쩌라고 모드)
국제 커플의 경우에는 커플 카운슬링도 쉽지 않다. 우리의 경우 언어도 언어지만 두 문화를 다 알고 조율해줄 수 있는 상담사를 찾기가 굉장히 어려웠고 특히 대부분의 국제커플의 경우 공통의 언어인 영어로 상담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영어로 상담을 받게 되면 그 사람의 정서는 아무래도 한국인의 그것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의견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질 수 있다는 생각에 쉽사리 커플 상담을 신청하지 못했다. 물론 내가 망설인 이유에 높은 가격도 포함이 되긴 했지만 말이다..
물론 전문가가 아닌 같은 국제커플 중에 상담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알고는 있지만 몇 번의 개인 상담 경험을 통해 전문가가 아닌 사람의 상담은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해와서 비전문가의 상담은 고려하지 않았다. (도움이 되는 사람도 분명히 있지만, 나의 경우는 아니었다.)
그래서 다시 이 5 love languages(사랑의 다섯 가지 언어)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는데, 예전에 한번 해봐서 내용 다 기억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나의 기억력은 가끔 도움이 될 때가 있었다. 정말 0에 수렴하는 기억력으로 처음 보는 것처럼 테스트를 할 수가 있었다. 그렇게 나온 결과는 이렇다:
내 결과 페이지에서는 % 값을 찾을 수 없어서 직접 계산해본다. 10/30*100...... (수학을 못해서 안 잊으려고 쓰는 거)
그랬더니,
Physical Touch 33%
Acts of Service 27%
Words of Affirmation 20%
Quality Time 17%
Receiving Gifts 3%
라는 결과가 나왔다.
나의 주된 사랑의 언어는 12점 만점에 무려 10점을 받은 스킨십 🙊
맞다 나 스킨십 엄청 좋아한다.. 가만히 있어도 짝꿍을 만지작 거리는 습관이 있다. 그리고 매우 만족스럽게도 우리는 매일 뽀뽀와 포옹을 하루에 몇 번씩이라도 하는 편이다.
다음으로 높은 사랑의 언어인 Acts of Service에 대해서도 그런 것 같다. 여행 계획을 짜는 것도 이 사람이 주로 하는 일이고, 숙소의 경우에도 대부분 짝꿍이 도맡아서 한다. 물론 내가 아예 찾아보지 않는 건 아니지만 절반 이상의 경우가 이 사람의 지휘 아래에서 이루어진다. 그걸 또 내가 원하기도 한다. 이런 걸 보면 나도 짝꿍 못지않게 일해라 절해라🙇♀️(ㅋㅋㅋ) 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기도..?
비슷한 점수를 기록한 Words of Affirmation과 Quality Time의 경우에도 상당히 공감이 된다. 말뿐 만인 네가 최고야 이런 것보다는 뭔가 정확한 해결책을 주는걸 더 좋아하는 타입이다.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도.. 뭐... 굳이 항상 그래야 할 필요가 있나? 이런 타입이라 (그래도 많은 시간 같이 있긴 해야 함) 거의 절반인 점수가 공감이 되었다.
마지막 선물은.. 아 이거도 완전 나다. 선물 같은 거 받는 거 별로 안 좋아한다. 물론 특별한 날에 선물을 주고받는 것 정도는 당연히 즐거워하지만 선물을 준다는 것 자체가 고마운 거지 비싼 것을 받는다고 해서 더 유별나게 즐거워하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 작년 생일선물로 아이패드를 받았을 때도 약간 심드렁해해서 짝꿍이 살짝 서운했다고 한다. 미안해😅
각각의 다섯 가지 사랑의 언어에 대해서 알고 싶은 분들은 여기서 상세 설명을 읽어볼 수 있다.
이제 짝꿍의 사랑의 다섯 가지 언어를 보자면... 내가 얼추 예상한 결과였다. 그중에서 제일 주된 사랑의 언어로 나온 Acts of Service는 무려 30 프로가 넘는다. (나의 스킨십과 마찬가지로 12점 중 10점을 받았단 소리.. )
이도 사실 예상했던 결과이긴 한데, 짝꿍은 평소에도 내가 이것저것 챙겨주기를 상당히 바라는 타입이다. 다행히도? 나는 전형적인 한국인답게 그 요구에 열심히 따라주고 있긴 한다. 삼시세끼 챙겨줘, 일할 때 물 챙겨줘, 허브티도 갖다 주고, 점심 이후에 커피도 갖다 주고... 현재까지는 다행히 고갱님께서 매우 만족스러우시단다.
그다음으로 높은 사랑의 언어는 Quality Time(7점)인데 이것도 얼추 이해가 간다. 짝꿍은 일이 끝난 이후에 넷플릭스를 보는 편인데 그때 내가 옆에 앉아서 같이 봐주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영화나 드라마 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딱히 좋아하는 활동은 아니지만 그래도 짝꿍이 좋아해 주니 같이 앉아주는 편이다.
주말에도 보면 꼭 어딘가를 같이 가자고 하는 편이라 이런저런 것을 생각해보면 함께 하는 시간을 상당히 소중히 여기는 사람인 듯 싶다.
그다음 똑같은 비율로 나온 스킨십(7점)! 음음 이건 내가 만족하는 편이니 본인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는 걸로..
Words of Affirmation(5점)의 경우 나의 Quality Time 점수와 동일하니까 대충 이런 느낌이구나.. 싶다. 역시.
남자들은 우쭈쭈 해주는 것을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본인이 자기 자신을 제일 인정을 잘해주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높은 점수가 나온 것 같지는 않다.
다행히 나처럼 물질적인 것은 별로 바라지 않는 타입이고(1점).. 이 사람은 상대에게 바라기보다는 그냥 내가 사면되지 이런 느낌? (나도 그런 편이고.)
이번에 포스팅을 준비하면서 내 점수를 퍼센티지로 환산을 한번 해봤는데 같은 수치로 두고 비교하니까 확 맘에 와닿는다. 내가 이런 것들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이 사람도 이렇겠구나.. 하고 얼추 그 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튼, 연인관계 혹은 부부관계에서 고민이 있는 사람들은 이 테스트를 같이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홈페이지에서는 영어로 테스트를 할 수 있는데 한국어로는 책으로 테스트를 할 수가 있다.
https://www.5lovelanguages.com/quizzes
(내가 테스트할 때는 이런 건 없었던 것 같은데 오늘 다시 확인해보니 Apology Language와 Anger Assignment라는 항목도 같이 생겼다. 이따 해봐야겠다.)
': - ) 한국엄마 독일아빠 > 한독커플 국제연애'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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