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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글쓰기는 운동처럼/오늘의 사색

내가 외국에서 새로운 사람과 인간관계를 만들어나가는 법

by nDok 앤독 2021.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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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아닌 해외에 살다 보니 인간관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이 들게 된다. 평생의 인연이라고 생각했던 오랜 친구들은 새로운 사람들과 하하호호 어울리며 나와는 점점 멀어지는 것 같은데 현지에서는 마음을 줄 친구가 없다는 좌절감과 그래서 마음이 이도 저도 아닌 채 붕 떠버린 듯한 그런 느낌 말이다. 

 


 

한국에 살 적에는 친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학창 시절부터 알고 지냈던 친구들이 이미 있었고, 그들은 내가 친구가 되려고 노력한 것이 아니라 같은 학교, 같은 반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진 경우이기 때문이다.

이후에 성인이 되어서 만난 친구들도 굳이 내가 친구를 만들고 싶어서 어울렸던 것이 아닌 우연히 만나 어쩌다 보니 마음이 맞아 우정을 쌓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내 나라가 아닌 곳에 살 때는 내가 여태껏 당연히 가져왔던 것들을 노력으로써 다시 채워나가야 한다는 핸디캡이 존재한다.

한국에 살 때는 당연히 이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상식들이 뒤집어지고, 생활에 필요한 간단한 업무를 하는데도 수많은 노력이 존재한다.

그리고..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친구를 대체 어떻게 만들지? 가 나의 오랜 고민이었고 현재에도 고민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굳이 새로운 사람과 만나고 싶지 않은 분들에게는 해당이 되는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나와는 다른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인간관계를 만들어나가고 싶었고, 그 시작은 같은 한국인이었다. 일단 말이 통하고, 정서가 통하기 때문에 약간의 공통점만 있으면 특히 해외에 사는 한국인들끼리는 금방 유대관계가 생긴다.. 고 생각했다.

 

 

하지만 살고 보니 한국에서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희한한 성격의 사람들도 있었고, 나와 친구가 되기를 별로 원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당황스러웠다. 게다가 나도 그 사람도 같은 한국인인데 속내가 어떤지 전혀 알 수가 없으니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전혀 알지 못했다.

 

 

반면에 몇몇 독일인들은 처음에는 상당히 쌀쌀맞아 보이고 몇 번 만나다 잠수를 타기도 해 버리니 이 사람들은 동양인에겐 마음을 주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었지만 시간이 점차 지나면서 그런 나의 편협한 시각은 이미 눈 녹듯이 사라져 버렸다. 모든 것이 나의 편견이었던 것이다. 

 

 

사실 나도 새로운 사람과 편하게 지내게 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나의 그런 성격을 생각하지 않고 나는 바보 같게도 무조건 그들이 나에게 다가와 주기만을 기다렸던 것이다. 독일에 와서 이런 수동적인 태도로는 친구를 사귀기 힘들다는 것을 그때 처음 깨달았다. 

 

 

그 이후로 천천히 내가 먼저 다가가는 연습을 하고 있다. 물론 아직 소심한 동양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지만 그래도 극심하게 낯을 가렸던 이전에 비해면 꽤나 외향적으로 변했다. 

 

 

 

 

하지만 내가 친구를 만들고 싶다고 해서 아무 나하고 다 우정을 이어가려고 하지는 않는다. 일단 기본적으로 나와 어느 정도는 맞아야 그래도 서로 좋은 인간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했을 때, 우정과 사랑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는 것은 내가 새로운 이성을 만나 연인 관계로까지 발전하기 위해 하는 행동들과 새로운 사람을 만나 좋은 우정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하는 행동들의 결은 상당히 비슷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학창 시절 때 만난 친구들과는 사실 별 노력 없이 우연에 의해 알게 되고 또 친해진 것이기 때문에 다소 무심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게 또 어느 정도는 용인이 되는 친구사이이기도 하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 만나는 새로운 관계들은 조금 다른 시각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일단 이것을 내가 했던 연애에 비유를 해보자면 내가 스무 살 시절 처음 만났던 사람들은 이거 저거 재고 따지지 않고 그저 이 사람이 마음에 든다 싶으면 좋은 마음으로 연인으로써의 관계를 시작했었다. 그러다 이런저런 사람들을 거치며 이별도 겪고 배신도 겪고 하다 보니 점점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것에 대해 상당히 겁을 먹고 위축되었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나이대가 되면 새로운 인연과 연인 관계가 되기 위해서 처음에는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꾸준히 어필을 하며 노력을 해야 상대의 마음을 열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우정도 이와 비슷하다고 본다. 처음 만나 바로 일명 '삘'이 꽂혀서 갑자기 친해지는 것이 아닌 꾸준한 노력을 통해서 점점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일단 어느 정도까지는 먼저 연락도 하고 차 한잔 하자고 불러보기도 하고 그렇게 알고 지내려고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상대도 나를 점점 편하게 생각하기 시작하며 서로 자주 연락하며 만나는 사이로 발전이 되면 그때 나는 그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반면에 몇 년이 지났는데도 상대가 여전히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며 나에게 연락 한통 없고 어떻게 보면 늘 나 혼자만 구애를 하는 듯한 모양새가 된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는 나는 그 사람을 한순간에 정리를 한다. 그게 아마 그 사람한테도 편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물론 세상사 모든 일에는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장, 단점이 존재한다. 내가 상대를 너무 빨리 보고 판단해버리는 것일 수도 있고.. 하지만 지금의 나에겐 이 방법이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후에 내가 마음의 여유가 더 생겼을 때 내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겼을 경우 비록 상대가 오랜 시간 동안 나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고 해도 꾸준히 삽질을 해볼 끈기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내가 연락을 막 갈구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적당하고 주기적인 관심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 나이에는 사실 서로 신뢰가 쌓이지 않은 인간관계에서의 무심함은 커리어 적으로 나에게 이득을 주는 사람이 아닌 이상 굳이 내가 왜 나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는 사람을 돈 쓰고 시간 쓰며 만나야 하는지 계산하게 되는 나이인 것 같다. 이제는 마냥 어린 시절처럼 순수하게 인간관계를 만들어 나가기는 이미 타락? 해 버렸는지라 그런 지도 모르겠다.

 

뭐 사실 이런 고민들도 자기 능력이 출중한 사람들은 내가 어떻게 하던 알아서 사람이 붙기 때문에 별 고민이 아닐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찌랭이 이므로 사람도 일도 열심히 삽질을 해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조금 슬프기도 한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지금 하는 인간관계에 대한 걱정은 내가 나이 차고 커리어도 생기고 그러면 다 부질없는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원래 커리어가 없을수록 사람관의 관계에 매달리게 된다는 것이다. 정말 그런 것일까? 나는 내가 알게 되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사랑받고 싶어 하는 마음을 이제는 차차 내려놓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우정의 깨짐에 있어 유달리 마음 아파하는 여린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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