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더 생각이 바뀔 수도 있지만 30대인 현재의 내가 생각하기에 친구는 꼭 필요하다. 많은 친구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생각났을 때 이따금씩 통화를 하며 아무 생각 없이 웃고 떠들 수 있는 그런 친구 말이다.
독일에서는 서로의 사이가 얼마나 가까우냐에 따라 호칭하는 정도가 다르다. 독일어 책에 따르면,
일단 거의 지나가는 행인 1 정도 급인 'der entfernte Bekannte'
한국어로 치면 아는 사람 정도 급인 것 같은 'der gute Bekannte'
친구라고 부를 때는 'der Freund'
좀 친한 친구일 경우엔 'der dicke Freund/der enge Freund'
제일 친한 친구인 경우엔 'der beste Freund'
라고 분류가 되어 있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일상에서는 사실 ein Bekannter와 ein Freund von mir, 그리고 ein guter Freund, mein bester Freund 이 정도로 부르게 되는 것 같다.
아무튼 독일에서는 내가 그 친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이들이 사랑에 신중하게 다가가듯이 우정도 신중하게 다가가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가끔 내가 아는 사람들에 대해 호칭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 고민거리가 되기도 한다.
나는 친구가 많지는 않다. 중고등학교 때 알고 지내던 친구들 몇, 스무 살 시절 인터넷으로 알게 된 친구들 몇,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알게 된 친구들 몇 정도. 적어놓고 보니 아주 적은 것 같지는 않네 😅
물론 내가 해외로 이주를 하게 되면서 사이가 조금 소원해진 것 같은 친구들도 있다. 하지만 그건 내가 해외에 사는 것 때문이 아니라 나이가 들며 각자에 일에 치여 살거나 가정이 생기고 아이가 생기며 자연스럽게 삶의 중심이 옮겨가는 과정이라서 그런 거라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서로 연락을 주고받기가 쉽지 않다. 심할 때는 친한 친구라고 해도 서로 일이 바쁘고 하다 보면 1년에 겨우 한번 연락을 주고받을까 말까 하는 격이다. 나이가 들어가며 우정에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점점 깨닫고 있다. 그래서 우정도 연애와 비슷하구나 라는 생각을 이따금씩 하게 된다.
그렇기에 서로 바쁘더라도 이따금씩 잊지 않고 나에게 연락을 해주는 친구들이 더욱 고맙게 느껴진다. 별 노력 않고도 쉽게 연락이 가능한 나이대는 이미 지났기 때문에 바쁜 일상 중에도 그들이 나를 생각해줬다는 그 마음이 느껴지는 것이다.
우정이라는 것이 가지는 힘은 일상에 고민이 있다가도 친구들과 전화 한 통씩 하고 나면 마음속에 뭔가 힘이 차오르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는 내가 방금 전까지 심각하게 하던 고민이 갑자기 별 고민도 아니었던 것처럼 느껴지며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마음이 생긴다. 혹은 나의 고민을 나누면 이렇게 간단한 해결법이 있었는데 그렇게 고민했구나 싶을 정도로 그들은 내가 생각지 못한 인사이트를 줄 때도 있다.
친구가 있다는 것은 세상을 헤쳐나갈 힘을 이따금씩 그들에게서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친구와의 통화 한 번은 (사실 화상통화를 하고 싶지만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화상통화라는 존재는 너무나도 부끄러운 것인 듯싶다.)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명상과 요가와 일기 쓰기 등등등을 모두 합쳐도 통화 한번보다는 대단한 변화를 주지 않는다고 느낄 정도로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물론 연인이 나에게 주는 힘도 있지만 친구와 연인의 역할은 그 메커니즘만 놓고 본다면 서로 비슷하다 느낄지라도 내가 느끼는 그들의 실제 위치는 다르기 때문에 우정에서 얻을 수 있는 힘이 있고 사랑에서 얻을 수 있는 힘이 각각 다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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