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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함께하는 독일생활/하루하루 독일일상

내가 현재 한국이 아닌 이곳에서의 삶을 추구하는 이유

by nDok 앤독 2021.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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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이 싫지는 않다. 하지만 나는 해외 생활이 현재의 나에게 맞는 옷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한국에서 살면서 딱히 불만은 없었다. 다들 비슷하게 살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란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현재의 내 상황에서 무언가를 많이 바꾸거나 할 의지가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의도치 않게 지구 반대편에 떨어진 지금, 나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매일매일 나의 새로운 면을 발견해내고 있고 내가 이런 다양한 경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우연히 한 유튜브 비디오를 보게 되었다. 그 내용은 왜 한국 사람들의 구글에서 높은 자리에 올라가지 못하느냐는 다소 여러 번 들어봤음직한 주제의 비디오였다. 그리고 그 영상의 댓글에서는 설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 순간 한 사람의 댓글이 눈에 띄었다.

 

 

동아시아 사람들이 실패는 데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불확실한 것에 대해 회피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두 가지 다 내가 해당되는 내용이었고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이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 내가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는 이유이기도 했다.

 

 

아 분하다. 너무 나잖아 이거..

 

 

평소에서 내가 무엇을 해볼까? 했을 때 짝꿍은 해보라고 하는 편이다. 그에 반해 나는 한번 생각을 하면 이 생각이 '안전하게 나에게 금전적 이익을 벌어다 줄 것인가'에 대해서 너무나도 깊은 생각을 하는 편이고 결국 나의 이 생각들은 한 번도 실행을 옮겨진 적은 없다.

 

 

 

 

 

독일에 살면서 몇 가지 알게 된 점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한국보다 많다는 것이다. 어떤 시스템적인 보호가 있는지는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대학생들만 해도 학교를 다니며 창업을 하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보이고, 실제로 내 친구 중 하나만 해도 3년간의 아우스빌둥 후 바로 창업을 했다. 그때의 나는 '와 대체 뭘 믿고 저렇게 무모한 결정을 하는 것일까?' 라고 생각했다.

 

 

그에 반해 나는 나에게 하나 잃을 점이 없는 것에 대해 결정을 하면서도 망설이고 있었다. 실패하면 쪽팔리겠지 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거 좀 틀리면 어때.라고 말은 하지만 내 깊은 마음속에서는 너 여기서 실패하면 개쪽인 거 알지?라는 속삭임이 계속 들려오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서의 실패란 인생의 끝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다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실패해서는 안 된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

 

 

우리 집에서만 해도 내가 작곡 공부를 해보고 싶다고 했을 때 갑자기 왜 그딴 생각을 하냐며 나를 말렸던 부모가 있다. (정확하게는 '모') 후에 사회복지를 공부해보고 싶다 했을 때 그런 돈 못 버는 거 말고 다른 걸 생각해보라고 또 나를 말렸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좋아할 만한 간호 대학교를 택했고 거기서부터 나는 처참하게 무너졌다. 결국 나는 우울증과 함께 자퇴를 택했다.

 

 

그 이후로 꽤 오랫동안 길을 잃고 방황했고 사실 아직도 하고 있다. 내가 하는 생각들이 올바른 생각이 아닐 것이라는 두려움이 계속 생기는 것이다. 내가 아니라 나의 부모가 틀렸다는 것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데 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해외에 사는 지금 나는 서서히 나아지고 있다. 30대가 되어가는 시점에서 점점 내가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을 내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면 이제 나에게 아까의 걱정에 대해 한번 물어보기로 한다:

 

"너는 그럼 누가 실패를 했을 때 그것도 못하냐며 비웃는 편이야? "

 

"당연히 아니지. 누구나 실패할 수 있어."

 

"그러면 왜 너는 다른 사람이 너의 실패에 대해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 생각해?"

 

"꾸준히 심리상담을 받으며 내가 왜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어렴풋이 알 것 같지만 이제 누구의 탓은 하기 싫어."

 

"그러면 그냥 해봐. 개쪽이면 어때? 개쪽 된다고 패가망신하는 것도 아니잖아."

 

"그렇지. 잃을 것도 없는데 그냥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내가 왜 이런 얘기를 적는지는 다른 포스팅에 한번 언급한 적이 있다. 아래 링크 참조)

 

 

 

 

 

사실 내가 이런 발전을 이루기까지도 해외에서의 삶이 컸다. 내가 의문을 가지는 것에 대해 짝꿍 혹은 유럽에 사는 친구들에게 말하면 왜 그런 걱정을 해? 그냥 하면 되지 않아?라는 대답을 얻었다.

 

 

한 때 나와 같이 일하던 친구도 자기는 여기서 일하다가 다른 나라에서도 일하다가 그 후에 공부를 하고 싶으면 대학교에 가볼 생각이야.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한국인인 내 입장에서는 '아니 그럼 너무 늦지 않나? 지금 할 수 있는 건 지금 빨리 결정하고 실행에 옮겨야 할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못할 건 없다. 시간이 여의치 않으면 Fernstudium을 하면 되는 거고 (한국에서의 사이버대 느낌) 당장 돈을 조금이라도 벌어야 하면 Ausbildung을 하면 되는 거고 선택지가 많다는 것이다.

 

 

내 기억에는 프로 축구선수였던 Stephan Lichtsteiner라는 사람도 현재 Uhrmacher로 일하고 있는 것을 보면 직업을 바꾸는 것에 대해 한국만큼 세상이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다.

 

 

이 일기를 계기로 나는 또다시 내가 가지고 있는 약점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고 내가 이것들을 어떻게 돌파할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이런 것들이 거슬리지 않는다면 그냥 그대로 살아도 되지만 내가 현재의 나를 바꾸고 싶다면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고 기회가 있을 때 그냥 해보면 된다. 한국에서는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나는 한국에 살고 있지 않으니까 뭐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긴다.

 

 

그래서 내일의 나는, 또 내년의 나는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현재의 나는 여기서 머물고 싶어 한다.

 


 

위에서 언급한 내가 나에게 자꾸 말을 거는 이유

단순하게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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