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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함께하는 독일생활/하루하루 독일일상

나는 조금 느리지만 그래도 성장하고 있었구나

by nDok 앤독 2021.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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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 자신의 발전에 대해서 집착 아닌 집착을 하는 편이다. 그동안의 나는 무슨 발전을 이루었는지 늘 체크하고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으면 나 자신에 대해 크게 실망하고는 했다. 


이것도 약간 한국인의 병? 같은 것인지 나는 꼭 남과 나를 비교하며 내가 저 사람보다 더 나은 것은 무엇인지 확인하는 버릇이 있었다. 나와 비교당하는 누군가가 나보다 못한 사람이면 안심하고 나보다 잘난 사람이면 갑자기 내 인생 전체가 부정되는 기분이 들며 굉장히 우울해졌다. 

 

굳이 분석이라는 것을 해보자면 경쟁 사회에서는 내가 남보다 하나라도 더 갖고 있는 것이 먹이사슬에서 우위에 위치한다는 것인데 내가 남보다 못하다는 것은 이 사회에서 도태되기 쉬운 상태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므로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성격은 내 인생에서 상당히 큰 걸림돌이었다. 

 

 

"남들은 독일어를 1년 만에 C1까지 따고 바로 직장 구해서 쭉 잘 산다더라."

"여기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운 좋게 일을 구했지 뭐예요."

"독일어 진짜 못해요.. 근데 자격증은 C1까지 따긴 했어요." (공부 하나도 안 했다고 말하는 전교 1등 느낌)

...

 

이러한 나보다 잘난 사람들을 보면 기가 죽고 마음이 괴로웠다. 나는 정녕 게으름의 극치인 것인가? 내가 인생을 너무 쓰레기같이 사나?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열심히 노력해서 뭔가를 이뤄야 하는데.. 마음이 너무나도 쉽게 초조해졌다. 그리고 우울해졌다. 

 

 

 

 

이러한 내 안에서의 한국인스러운 면을 버리려고 굉장히 노력해왔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상담, 명상, 일기 쓰기, 요가, 책 읽기... 마음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은 거의 다 해본 것 같다. 이런 게 과연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달리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없었기에 그냥 잠자코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수년이 지났다. 

 

 

 


이번 여름휴가를 통해 오래전 알고 지냈던 친구를 만났다. 이 친구는 내가 여행 간 지역에서 좀 떨어진 다른 지역에 사는 친구인데 나를 위해 와 준 것이다. 

 

그 친구 하고는 2013년 내가 호주에서 워홀을 하던 시절 어학원에서 알게 되었는데 이전에 스위스에 방문하던 당시엔 그 친구가 다른 곳으로 떠나 있어 만나지 못했다가 이번에 드디어 만날 기회가 생겼다.

 

 

너무 오랜만에 본 친구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역시 너무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던 탓인지 우리 사이는 상당히 서먹해져 있었다. 뭐, 롱디 연애(Long Distance Relationship)하는 사람들도 오랜만에 만나면 서먹하다고 하니 친구끼리는 말할 것도 없겠지만.

 

 

다행히도 짝꿍이 접대하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지라 그 친구와 서로 티키타카를 잘 주고받았다. 오히려 그 친구는 나보다 내 짝꿍을 더 편하게 대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무래도 같은 독일인이고 하니 정서가 더 통하는 게 있겠지.. 그 둘도 코드가 뭔가 통하는 거 같아 보였다.  둘 다 이런저런 많은 것들에 대해서 일가견이 있고 그런 것들에 대해서 서로 지식을 나누는 것을 즐거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예전에 나였으면 그런 것들에 대해서 슬퍼하면서 쟤는 친군데 왜 내 짝꿍과 더 친해질까 혹은 나는 왜 저 사람들처럼 지식을 쌓지 못했을까 하는 자기 비하식의 생각을 자주 했었다면 그때는 뭔가 달랐다. 물론 중간중간 자격지심 같은 것들이 올라왔던 것 같지만 이전보다 훨씬 더 그 감정을 더 잘 다스렸던 것 같다.

 

그동안 마음을 다스리니 하면서 했던 여러 가지 삽질이 아주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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