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나와서 사는 사람들 중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해외에서 처음 스스로 살림을 하고 밥을 해 먹게 되는 사람들이다. 나도 역시 그랬기에 처음에는 약간의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냄비 밥으로 시작해서 전기밥솥, 이제는 압력밥솥으로 밥을 하기까지 오랜 세월이 지나 내가 그때 그 시절 밥을 해 먹었던 방법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잡곡의 양
나는 잡곡밥을 먹는 편인데 개인적으로 잡곡은 5곡을 넘기지 않으려고 한다. 과유불급이라고 잡곡밥이 아무리 몸에 좋다고는 하지만 너무 많이 섞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상한 고집인지는 모르겠는데 데엠에 6-Korn-Mischung이라고 분명 편하게 밥을 지을 수 있게 나온 잡곡이 있긴 하지만 나는 내가 먹고 싶은 잡곡을 골라 그때그때 다르게 넣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내가 밥을 지어먹는 방식
우리 집은 고기를 많이 먹지 않는 집이라 밥을 지어먹을 때 백미를 포함한 5곡 중 2곡 정도는 꼭 식물성 단백질 류를 넣고자 하는데 대표적으로 병아리콩과 렌틸을 사용하고 있다. 그 외에 검정콩, 퀴노아, 완두콩 등의 다른 식물성 단백질류도 넣어서 먹는 편이다.
여기에 다른 잡곡인 현미(독일에서는 Vollkornreis 내지 Naturreis라고 파는 것들인데 Langkorn 베이스라 한국 것과는 다르다. ), 검정 쌀, 스펠트 등을 넣어서 먹는다.
백미의 경우 한국 쌀 비슷한 쌀은 Rundkorn이라고 쓰여 있는 쌀을 사다 먹으면 되는데 독일에 처음 왔을 때는 Sushireis 혹은 Milchreis를 먹었었지만 Sushireis는 비쌌고 Milchreis의 경우 금방 딱딱해진다는 단점이 있어 불만이었다. 이제는 베트남 식 쌀에 익숙해져 비소가 제일 적다는 Basmati 바스마티 쌀을 먹거나 Jasminreis 재스민 쌀을 먹는데 여기에 Klebreis 찹쌀을 살짝 섞어 동남아 쌀의 단점인 풀풀 날리는 것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독일은 해조류 섭취가 압도적으로 부족한 나라라 Jod 요오드 부족이 있을 수 있는데 그래서 나는 다시마 조각 혹은 다시마가루를 밥에 섞어줄 때도 있다.
또한 현미를 같이 넣어지을 경우 올리브오일을 약간 넣으면 혈당에 도움이 되고 밥이 부드러워진다고 해서 올리브 오일도 조금 넣어서 밥을 짓는다.
밥을 조금 특별하게 먹고 싶다고 한다면 그리스 식으로 밥에 소금과 버터를 넣어 지으면 짭조름하고 고소한 밥이 된다. 버터는 나는 밥을 다 짓고 나서 넣고 섞어주는 편이다.
혹은 야매 솥밥 비슷하게 먹고 싶을 땐 원하는 재료 (나는 버섯이나 해물믹스, 콩나물 등을 그때그때 먹고 싶은 것으로 넣는다.)를 넣고 간장을 살짝 추가해서 밥을 지으면 재료의 맛이 밥에 배어들어서 더 맛있다.
독일에서 파는 잡곡의 독일어 이름
찹쌀 Klebreis
현미 Vollkornreis, Naturreis
병아리콩 Kichererbsen
완두콩 Erbsen
검정콩 Schwarze Bohnen
렌틸콩 Linsen
귀리 Hafer
퀴노아 Quinoa
스펠트 Dinkel
수수 혹은 조 Hirse (수수와 조는 조금 다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Hirse에 속한다.)
보리 Gerste
메밀 Buchweizen
호밀 Roggen
카무트 Kamut
...
파로 혹은 스펠트?
정확한 정보인지는 100프로 확신할 수는 없으나 요즘 모 연예인이 건강한 탄수화물이라고 하면서 즐겨 먹는다는 저당 곡물 중 하나인 Farro 파로라는 것이 인기 있는 것 같길래 나도 순간 궁금해서 이것이 무엇인고 하면서 찾아보니 독일에서는 Dinkel 딩켈이라고 파는 스펠트라는 것을 알았다.
이를 좀 더 파고들어가자면 Farro 파로라는 곡물은 고대 곡물로 총 세 가지 종류로 나뉘는데 이탈리아에서 흔히 부르는 Farro 파로와 독일에서 먹는 Dinkel 딩켈 혹은 스펠트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Farro 파로 카테고리에 속하는 곡물들이라고 한다.
1. 에인코른 Einkorn (Triticum monococcum)
단백질 함량이 높고 글루텐이 적다. 식감은 부드럽고 고소한(nuessig) 맛이 난다.
독일에서는 Einkorn 이라고 검색하면 금방 찾을 수 있다.
2. 엠머 Emmer (Triticum dicoccum)
Emmer 엠머가 이탈리아에서 주로 Farro 파로라고 부르는 곡물이라고 하며 쫄깃한 느낌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파스타나 리조또 스타일의 요리에 많이 사용된다고 한다. 독일에서 구매하고자 할 땐 Emmer라고 검색하면 된다.
3. 딩켈 Dinkel / 스펠트 Spelt (Triticum spelta)
딩켈 / 스펠트는 독일에서 제일 쉽고 흔하게 찾을 수 있는 Farro 파로의 한 종류인데 마트 어디에서나 쉽게 구매할 수 있다.
파로는 고대 곡물의 영양가 때문에 일부러 해외 제품까지 찾아먹는 듯싶은데 예전에 인기 있었던 Kamut 카무트도 고대 곡물의 한 종류이니 파로를 구할 수 없다면 카무트를 먹는 것도 좋은 대안이 아닌가 싶다.
냄비 밥 짓는 법
냄비 밥의 경우 짓는 방법은 간단하지만 아무래도 전기밥솥이나 압력밥솥 특유의 고슬고슬한 느낌은 없다. 그래도 돈 없는 자취생 입장에서는 냄비로도 밥을 지어먹을 수 있으니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본다.
냄비 밥에 물을 얼마나 넣고 몇 분이나 짓느냐는 사실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다른데 냄비 밥의 경우 냄비의 크기와 깊이, 사용하는 잡곡의 종류, 인덕션이나 하이라이트냐 등의 차이도 있기 때문에 일단 여러 번 시도해 보다 보면 본인에게 맞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밥을 미리 불리지 않는다. 밥을 불리는 경우 물 양을 더 적게 잡는 것이 좋다.
우리 집을 기준으로 둔다면 나는 전기 인덕션을 사용하고 있고 1-2인 정도의 적은 양을 냄비 밥으로 만들고 싶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밥 양이 늘어나게 되면 냄비를 바닥이 넓은 것을 쓰는 것을 추천한다. 그래야 열이 위쪽까지 잘 전달이 되어 밥이 골고루 익으니 말이다.
나의 경우 냄비밥을 할 땐 쌀과 물을 1:1 비율로 넣고 (백미밥의 경우 물의 양을 좀 줄이고 현미잡곡을 할 경우엔 더 넣는다.) 뚜껑을 덮고 인덕션 기준 9에 둔 뒤 물이 팔팔 끓으면 3으로 낮추고 15분 정도를 끓인 뒤 불을 끄고 5분 정도 뜸을 들인다. 마지막으로 뚜껑을 열어 밥을 휘저은 뒤 다시 뚜껑을 닫고 뜸을 들여 덜 익은 맨 위쪽까지 골고루 익도록 한다.
정리하자면,
1. 바닥이 넓은 냄비에 물과 불리지 않은 쌀의 비율을 1:1로 넣는다. (백미 잡곡 기준)
2. 뚜껑을 닫은 뒤 인덕션 기준 9에 두고 끓인다.
3. 물이 팔팔 끓으면 뚜껑을 닫은 상태로 3으로 줄인 뒤 15분 동안 끓인다.
4. 불을 끄고 5분 정도 뜸을 들인다.
5. 뚜껑을 열어 밥을 잘 섞어주고 다시 뚜껑을 닫아 뜸을 들여준다.
참고로 밥 양은 너무 욕심내지 않는 것이 좋으며 몇몇 잡곡 (검정콩, 병아리콩 등)은 미리 전날에 물에 불려두어야 한다.
완성된 밥이 너무 질어졌다 싶으면 뚜껑을 열고 한바탕 뒤섞어준 다음 그대로 두었다가 다시 한바탕 뒤섞어주고 그대로 둬보면서 밥물이 최대한 증발되도록 한다.
전기밥솥, 전기 압력밥솥 밥 짓는 법
냄비 밥을 하다가 전기밥솥이나 전기 압력밥솥으로 넘어오게 되면 밥 짓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이다.
나는 잡곡 및 현미 상관없이 백미 쾌속으로 밥을 지어주는데 내가 쓰는 쿠쿠 전기 압력밥솥의 경우 취사를 두 번 누르면 쾌속모드로 지을 수 있고 16분 정도가 걸린다.
물 양도 냄비 밥과 동일하게 1:1 비율로 잡고 마찬가지로 현미 등의 물이 더 필요한 곡물의 경우는 물을 조금 더 넣어준다.
밥 짓는 물의 양에 대해 감이 오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맨 쌀에 물만 넣어서 손가락을 넣어서 재어보았는데 물 높이는 대충 집게손가락을 넣었을 때 두 번째 마디 중간 정도의 높이까지 올라오면 된다. 자로 길이를 재보니 대략 3.5cm 정도가 나왔다.
나의 경우 백미를 넣고 잡곡을 섞은 경우라 물 양을 저 정도로 잡은 것이고 백미로만 밥을 짓는 사람들은 저기서 물 양을 좀 더 적게 잡고 현미를 쓸 경우 물 양을 더 잡는 것이 좋다.
정리하자면,
1. 쌀과 물의 비율은 1:1 동일하게(백미 잡곡의 경우)
2. 잡곡이건 현미건 상관없이 백미 쾌속
압력솥 밥 짓는 법
처음에는 유명하다는 휘슬러 제품을 샀었는데 안타깝게도 나한테 불량이 걸려버렸다. 이를 반품하는 과정에서 상담원과 기분 나쁜 경험을 해서 그대로 반품을 해버리고 그냥 저렴한 아마존 베이직 압력솥을 구매해 사용했었는데 물론 싸구려라 크게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가격대비 나쁘지 않아서 쭉 쓰다가 한국에 갔을 때 풍년밥솥을 사 오게 되었다.
화장품도 그렇고 밥솥도 한국 사람들은 일부러 독일 것을 쓴다던데 독일 사는 나는 일부러 한국 것을 사 오는 아이러니..😅
압력솥으로 밥을 지을 땐 인덕션 기준 8로 두었다가 삐 소리가 나면 한 템포 기다려준 다음 인덕션을 3으로 낮춰주고 15분가량 끓여준 뒤에 불을 끄고 뜸을 들여준다. 혹은 처음부터 9에 두고 삐 소리가 나면 1분 30초 정도를 기다려줬다가 불을 끄고 뜸을 오래 들여준다.
하지만 이미 언급했듯이 각자의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처음 밥을 지을 땐 냄비 근처에서 밥이 타는지 안 타는지 냄새를 맡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정리하자면,
1. 쌀과 물의 비율은 동일조건
2. 인덕션 기준 8에 두고 시끄러운 소리가 날 때까지 대기
3. 소리가 난다면 한 템포 기다렸다가 3으로 낮추고 15분 후 불 끄고 뜸
or
1. 위와 동일
2. 인덕션 기준 9에 두고 시끄러운 소리가 날 때까지 대기
3. 불을 줄이지 않고 1분 30초 정도 더 끓였다가 불 끄고 뜸 오래 들이기(대략 30분)
독일에서 훈제란 만드는 법
독일에서 훈제란을 만드는 것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한국에서는 그냥 편의점에서 파는 감동란을 사 먹는 것이 더 맛있다.
나는 훈제란은 꼭 실온의 계란을 사용했으며(그래야 온도차가 덜 나서 계란이 덜 깨진다.) 압력솥으로 만드는 편이다.
베스트는 압력솥 안에 삼발이 같은 것을 두거나 찜기를 넣어 계란을 바닥에 닿지 않게 하는 것인데 마땅한 것이 없다고 하면 천을 두껍게 깔아 계란이 압력솥 안에서 냄비 바닥과 부딪히며 깨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어쨌거나 각자 가능한 대로 계란을 압력솥 안에 넣었다면 냄비가 타지 않도록 물을 넣어주고(나는 넣을 만한 찜기나 삼발이가 없었기 때문에 계란 절반정도 높이까지 물을 채워주었다.) 인덕션 기준 9에 두고 끓였다.
물이 끓어 압력솥이 요란한 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5분에서 10분 정도 그대로 뒀다 2 내지 3으로 낮추고 1시간 동안 그대로 찌거나 삶아주었다.
당시 바닥과 계란 사이를 막아줄 찜기가 있었으면 조금 달랐을지도 모르겠는데 언젠가 남편이 인덕션 기준 4로 낮춰둔 것을 내가 30분 뒤에 발견을 하고 바로 2로 낮췄는데 의외로 더 훈제 느낌이 났지만 계란이 많이 깨져있었다. (사실 거의 다 깨졌었다. 😅)
아직 냄비에 맞는 찜기를 구매하지 못해서 실험해 볼 수는 없으나 언젠가 한 번 다시 이 방법으로 시도해보고 싶다.
훈제란은 집에 압력솥이 없다면 전기밥솥으로도 만들 수 있는데 지금 쓰는 밥솥으로는 시도해보지 못했고 예전에 쓰던 전기밥솥(전기 압력밥솥 아님!)으로 한 번 해본 결과 찜모드 혹은 90분 모드로 취사를 두 번 정도 하면 얼추 비슷한 느낌이 났었다.
하지만 그냥 삶은 달걀보다는 흰자에 탄력이 있었지만 훈제란의 색이 훨씬 옅었고 훈제란 향이 거의 나지 않았었다.
정리하자면,
1. 계란은 실온의 상태로 준비
2. 압력솥 바닥에 천을 두껍게 깔거나 찜기 깔고 냄비가 타지 않을 정도로 물을 채워준다. (바닥에 두고 만들 경우 물의 양은 계란의 절반 정도 높이, 조금 더 높아도 됨)
3. 전기 인덕션 기준 9에 두고 시끄러운 소리가 날 때까지 끓인다.
4. 5분에서 10분 정도 기다렸다 인덕션 기준 2 혹은 3으로 줄이고 1시간 동안 끓인다.
5. 불 끄고 뚜껑을 열 수 있을 때까지 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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