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있을 적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평범한 반찬이었지만 은근 독일에서 그리워지는 것 중 하나는 멸치 볶음이다. 아마 독일뿐만이 아닌 해외 내륙 지방의 거주자들은 공감할지도 모르겠다. 생선 자체를 편하게 구매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일단 내가 사는 곳에서는 멸치라고 하면 국물내기용 멸치밖에 구할 수가 없고 내가 좋아하는 잔멸치는 구할 수가 없다. (프랑크푸르트 같은 한인이 많이 사는 지역에는 아마 팔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멸치볶음 없이 몇 년을 지내다가 얼마 전에 우연히 견과류 볶음 레시피를 알게 되었는데 만들어놓고 보니 은근 한국의 그것과 비슷해서 (아닐지도) 멸치볶음 대신 해외 거주자를 위한 견과류 볶음 레시피를 두 가지 정도 공유해보고자 한다.
고추장 견과류 볶음
일단 재료를 소개해 보자면 견과류 아무거나, 고추장 2큰술, 꿀 1큰술, 올리브 오일 2 큰술, 파슬리가루 약간, 참깨 약간, 참기름 약간 이 정도가 필요하다.
여기서 1큰술(Esslöffel=EL)은 독일 수저 기준으로 약 15ml 정도이다.
집에 있는 견과류를 한번 훑어보니 이 정도가 나왔는데 나는 호두(Walnüsse), 아몬드 블래터 (Mandelblätter/Mandelblättchen), 치아씨드 (Chiasamen), 해바라기 씨(Sonnenblumenkernen) 이렇게 넣었다. 알갱이가 큰 건 나중에 소스가 잘 안 배어드니 작게 썰어주는 게 좋다.
이건 양이 얼만지 모르겠네.. 일단 내가 쓴 양은 지름 30센티 테팔 프라이팬에 바닥 덮을 정도의 양? 적진 않다.
처음에는 기름 없이 달달달 볶는데 견과류에는 기름이 있어서 나중에 보면 치이익 (?) 이런 소리가 난다.
견과류가 얼추 볶아지면 불을 끄고 여기에 독일 수저 기준 (1큰술= 15ml) 고추장 2큰술(Esslöffel/EL) 하고 꿀 1큰술, 올리브 오일 2큰술(키토제닉 하는 분들은 아보카도 오일 등으로 대체), 마지막으로 볶은 깨를 넣고 뒤적뒤적한다.
나는 매운걸 잘 못 먹어서 고추장을 저 정도로 넣으면 매운맛이 살짝 느껴질 정도인데 매운맛을 즐기는 사람들은 1큰술 정도 추가를 해주는데 조금씩 넣어서 맛보고 고추장의 양을 가감해주는 것이 좋다. 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베지테리언/비건인 경우 꿀 대신 쌀엿(Reissirup), 대추야자 시럽(Dattelsirup) 등으로 대체해도 된다.
나는 찬 온도에서 굳는 단단한 독일 꿀을 넣었는데 이게 아카시아 꿀 같이 주르륵 흐르는 꿀 보다 더 단 맛이 있어서 적게 넣었지만 일반적으로 주르륵 흐르는 꿀은 1-2 큰술 정도 더 넣으면 될 듯싶다.
어느 정도 잘 섞였다 싶으면 마지막에 참기름 살짝 넣고 버무려주면 완성이다.
이렇게 완성된 초간단 밥반찬.. 한 가지 팁은 그냥 먹어봤을 때 조금 짭조름해야지 밥이랑 함께 먹었을 때 밥과 맛있게 어우러진다.
간장 견과류 볶음
그다음으로 매운 것을 못 먹는 사람들을 위한 간장을 넣어 만든 견과류 볶음이다. 여기에는 간장 독일 수저로 3큰술, 꿀 1큰술보다 조금 모자라게, 올리브 오일 2큰술, 파슬리 가루, 깨, 참기름 정도를 넣으면 된다.
고추장 견과류 볶음과 동일한 방법으로 처음에는 기름을 두르지 않은 팬에 견과류만 올려두고 약한 불에서 달달달 볶다가 적당히 달궈지고 견과류에서 나온 기름이 치직칙 이런 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불을 끈 뒤에 나머지 재료들을 다 때려 넣고 섞는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견과류는 모르겠지만 해바라기씨와 치아씨드는 식감을 위해서 꼭 넣어주는 게 좋은 것 같다. (개취)
잘 식혀서 이렇게 용기에 담은 뒤 냉장 보관하면 된다. 한 가지 단점은 꿀을 넣어서 냉장고에서 차가워지는 순간 좀 굳는 경향이 있다. 내 기억에는 멸치볶음도 좀 이런 경향이 있었던 거 같기도 한데..... 한국에서 멸치볶음 먹은 지가 하도 오래되어서 사실 이제는 잘 기억이 안 난다. 아무튼 이런 게 거슬리는 분들은 물엿으로 대체를 해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대신에 단 맛이 좀 줄어들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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