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사는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김치를 담근다. 사 먹을 수도 있긴 하지만 가격이 비싸거나 한국에서 먹던 그 맛이 아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독일에서 이걸 어떻게 직접 담그지?라고 생각했지만 유튜브를 몇 번 보고 따라 하다 보니 이제는 어느 정도는 맛을 낼 줄도 알게 되었다.
김치 절이기
Napa Cabbage?
일단은 배추를 잘 절이는 것이 시작이다. 독일의 여름 배추는 물배추라고 해야 할까 배추 자체에 물기를 많이 머금고 있어 이따금씩 배추가 잘 절여지지 않아 결과물이 망하게 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웬만하면 잎이 살짝 푸른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고는 하는데 나는 배추는 잘 모르는지라 일단 누가 그렇다 하니 열심히 따라 해 보고는 있다.
나의 약간의 편견에 따르면 독일 마트인 에데카에서 파는 배추가 상당히 괜찮은 편이고 터키 마트에서 구매했던 배추는 물배추 느낌이 났다.
냉장고에 공간이 좀 있으면 좋은 배추가 나는 겨울철에 배추를 많이 사다가 미리 만들어놓고 먹는 것도 방법이다. 이래서 다들 겨울에 김장을 했나 보다.
유튜브에서 본 영상에서 얻어낸 지식으로는 소금은 배추 무게에서 0.07을 곱해서 절반은 물에 녹이고 절반은 위에 뿌려서 절이는 것이 좋다고 했는데 나는 통배추로 절이지 않고 그냥 다 미리 썰어서 막김치로 만들기 때문에 그냥 내 맘대로 했다. 사실 난 좀 더 짜게 절이기도 했다.
잘린 무게 기준 약 1,2 키로 정도 되는 배추는 큰 그릇에 물을 살짝 넣고 먼저 단단한 부분부터 위로 올라올수록 이파리 부분이 위치하도록 했다. 그리고는 그 위를 다른 냄비로 눌러 빨리 절여지도록 했다. 처음엔 저렇게만 놓고 절이다가 생각보다 누르는 무게가 별로였는지 잘 안 절여지길래 Gewürzgurken 병으로 더 세게 눌렀더니 빨리 절여졌다.
배추를 절인 후 먹어보고 너무 짜게 됐으면 맹물에 반나절~ 하루 담가보고 짠 기운을 빼주면 된다. 이미 담근 이후에 짠 걸 느꼈다면 무를 껴 넣어서 며칠 두어 짠 기운을 중화시킨다.
배추를 절일 때 사용된 소금은 굵은 바다소금이다. 저건 레베에도 팔고 내 기억엔 에데카에도 판다. 피시소스는 양념 용으로 사용했다. 피시소스 하면 사실 오징어가 그려진 다른 브랜드가 더 유명한데 나는 저게 특유의 냄새가 덜해서 저 브랜드를 사용한다.
김치 부재료 준비
생각보다 발효에 중요한 무
나는 무를 좋아해서 무를 많이 넣는 편이다. 김치의 발효에 있어서도 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하니 적게 넣지는 않는 것이 좋다.
개인적으로는 무와 배추의 비율은 1:2 정도로 하는 편인데 무가 이거보다 더 적어도 된다. 파도 많이 넣는 편이라 본인이 만들 땐 이거보다 적게 넣어도 된다.
흔히들 바람 들었다고 하는 가운데에 구멍이 뽕 뚫린 무는 사용하지 않고 뭇국 용 등으로 사용한다. (그나저나 난 바람 든 무를 독일에서 처음 봤다..)그리고는 신선한 것으로 새로 구매하는 것이 좋다.
독일의 무청은 상당히 뻣뻣하기에 웬만하면 추천하지 않는데 독일에서 무청을 먹고 싶다고 하면 라디시엔(Radieschen) 이라고 하는 독일에서 사시사철 흔히 찾을 수 있는 빨간 무의 무청을 사용하면 좋다. 라디시엔 무는 좀 잘 물러지므로 김치를 빨리 먹는다면 추천한다. 나는 깍두기 용으로 먹거나 동치미 같이 먹기도 한다.
나는 무를 이런 모양으로 잘랐는데 무를 어떻게 자르는지는 본인 맘이다.
무를 자른 뒤에 쌀가루 죽을 만들었는데 15ml 정도 되는 찹쌀가루를 10 배합해서 물에 끓인 뒤 식혀서 사용했다. 쌀가루 죽은 꼭 완전히 식힌 뒤 양념에 섞어야 한다.
그리고 설탕 대신에 사과 무스를 3EL(Esslöffel로 큰 수저를 의미한다.) 정도를 크게 넣고 고춧가루는 1컵, 근데 매운 거 좋아하는 사람은 매운 고춧가루를 섞는 것도 좋겠다. 사과 무스 대신에 잘 익은 바나나를 큰 것 하나 혹은 작은 것이면 1,5개 정도 넣어도 좋다.
여기에 생강가루 티스푼 하나, 피시소스는 3EL, 소금을 추가로 30ml 정도 넣어주었다. 젓갈을 넣는 사람은 소금 양의 3 배 정도 해서 넣으면 된다. 다른 레시피를 보면 양념에 양파를 많이 갈아넣기도 하는데 나는 파를 비율 상으로 봤을 때 어차피 많이 넣기 때문에 양파는 굳이 넣지 않는 편이다.
만들고 난 뒤에 생각났는데 피시소스와 소금을 무에 먼저 넣어두고 물이 좀 나오도록 절인 뒤 뻑뻑한 재료(고춧가루라던지)를 넣어주면 양념 만들기가 더 수월하다. 생각보다 양념이 좀 뻣뻣하다면 후에 물을 약간 추가해도 좋다.
마늘은 신선한 것으로 배추 무게의 0.5 프로 정도가 좋다는데 1킬로로 치면 5그람 정도가 되는 것 같다. 근데 나는 이건 굳이 따르진 않고 대충 1.2킬로 정도 되는 배추 한 포기에 약간 통통한 거 두 톨 정도 넣는 편이다. 한국에서는 이거보다 더 넣겠지..
김치 발효시키기
공기, 빛의 차단
양념과 잘 섞인 김치는 그릇에 꾹꾹 눌러 담는다. 공기가 많을수록 발효에 방해가 된다.
꾹꾹 눌러준 이후에 여기에 공기가 들어가지 않게 랩으로 싸주면 냄새도 잡고 일석 이조이다. 옛날에는 공기 빼려고 무거운 걸 올렸다는데 요즘은 밀폐라 그 정도까진 안 해도 된다고 한다. 그래서 옛날에 할머니 댁 가면 장독대 안에 돌이 있었나 보다.
개인적으로는 메이슨자(Mason Jar)라고 하나 그런 게 더 밀봉이 잘 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밀폐가 더 잘되는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게다가 여기에 담그면 김치를 꺼내먹기는 조금 불편하지만 냄새가 잘 안 난다. 집에 있는 락앤락 용기는 이케아에서 산거라 그런지는 몰라도 김치를 담그고 나니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사실 김치 냄새 때문에 독일 및 해외에 사는 유학생과 이민자들에겐 크고 작은 이슈가 되기도 하는데, 이게 한국인들에게는 괜찮겠지만 한식을 평소에 잘 접할 일이 없는 독일인 및 타국 사람들에게는 곤욕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에도 이러한 이유로 인해 냄새가 지독한 파김치는 전혀 먹지 않고 있고 다른 김치나 마늘이 들어가는 음식들도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 있을 땐 며칠 전부터 자제하기도 한다. 김치 냄새 이슈는 나처럼 국제 커플일 경우 심하면 이혼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그 냄새는 끔찍하다고 한다.
한 번은 이러한 김치 냄새에 대한 이슈를 접하고 독일인인 남편하고 얘기를 나눠본 일이 있는데 남편은 처음에는 싫었는데 지금은 괜찮다고 했다. 괜찮지 않다고 해도 어찌하리, 한국인 아내를 들인 본인의 업보인 것을!
이제 다 담긴 용기를 검정 비닐봉지로 덮고 약 15도 이상의 상온에 이틀 동안 숙성하는 것이 좋다. 뚜껑 열면 공기가 들어가 상할 확률이 높아지니 절대로 열지 않는다.
gif 화질이 별로라 잘 안보일지도 모르지만 자세히 보면 중간에 보글보글한 기포가 보인다. 그것이 발효가 잘 되고 있다는 얘기다.
상온에서 익히는 정도는 계절마다, 날씨마다 다른데 보통 여름의 경우 반나절만 익혀도 금방 적절하게 익을 때가 있다. 나는 보통 하루 정도를 익히는 편이다. 그리고 겨울철에는 날씨마다 다르지만 집이 따뜻한 경우에는 오래 발효시키지 않아도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더 오랫동안 발효를 시켜야 한다.
우리 집의 경우에는 서재 부근에서 살짝 바닥이 뜨뜻미지근 한 정도에 두고 발효를 시켰다. 나는 푹 익은 것을 좋아하는데 가을에 이틀을 숙성을 시키니(그때 좀 날씨가 춥긴 했다.) 지금 꺼내먹고 있는데도 살짝 덜 익은 듯한 느낌이 난다. (다시 생각해보니 생김치까진 아니고 평범하게 익은 정도? 근데 난 언급했다시피 신맛을 즐기는 편이라 푹 익은 것을 좋아한다. )
상온에서의 숙성이 끝났다면 비닐봉지를 덮은 채로 냉장고에서 2주가량 냉장고에서 가능한 한 온도가 제일 바뀌지 않는 곳에서 숙성시킨다. 숙성이 끝날 때 까진 뚜껑은 열지 않는다.
인터넷 여기저기서 긁어본 정보로는 냉장고 온도는 7도 미만이 좋다고 한다. 빵 만들 때도 6도에 맞춰두고 하는데 발효의 과학이란.. 그리고 김치냉장고가 있다면 0도가 좋다고 한다.
김치가 만들어진 이후 큰 용기에 두고 계속 뚜껑을 열어가며 꺼내먹지 말고 작은 데다 옮겨서 먹도록 한다. 먹을 때도 딱 먹을 양만 접시에 덜어서 먹고 나머지는 바로 냉장고에 다시 넣도록 한다.
딱 한번 내 김치에서 탄산이 톡 쏘는 듯한 맛이 제대로 느껴졌던 적이 있다. 어렴풋한 기억에는 그때가 여름 즈음이었는데 그때 한번 담가 두고 한참 동안 잊고 있다가 먹었을 때 그런 맛이 났던 것 같다.
여름이라 냉장고 온도도 낮게 썼을 것이고 의도치 않게 오랫동안 발효를 하며 뚜껑을 열었으니 김치 발효에 최적이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하고 있다. 독일에 살다 보니 김치를 대량으로 만들어 놓는 것이 힘든데 이전보다는 더 자주 먹는지라 계속 이런저런 요리를 하기 위해 뚜껑을 열게 되어 그런 톡 쏘는 맛은 이젠 기대하기가 힘들다.
큰 집으로 이사 가게 되면 김치용으로 작은 냉장고를 하나 더 두고 싶다.
김치로 뭐해먹지?
': - ) 먹는것이 남는거다 > 한국 요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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