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테기 두 줄을 본 것이 엊그제 일 같은데 벌써 임신 후기이며 산전교실을 방문할 시기라니 놀랍다. 독일에서 산전교실은 Geburtsvorbereitungskurs라고 부르는데 출산 전에 필요한 이런저런 정보도 얻고 공부도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독일 산전교실 Geburtsvorbereitungskurs
독일에서는 모든 산모는 이 산전교실 Geburtsvorbereitungskurs를 들을 자격이 있다. 비용 같은 경우 공보험의 경우는 무료인데 사보험의 경우에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내가 듣기론 한국은 제왕절개 비율이 자연분만보다 더 높다고 알려져 있는데 독일은 그 반대이다. 물론 제왕절개를 잘 안 해주려고 하는 문화 탓일 수도 있는데 많은 독일인 산모들도 자연분만을 더 선호하고 심지어는 무통주사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
산전교실은 Hebamme 헤바메가 진행하는 것을 듣기도 하고 나처럼 Physiotherapeut 물리치료사가 진행하는 수업을 듣게 되기도 하는데 나는 물리치료사가 진행하는 수업을 듣게 되었다. 둘 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나는 어차피 정기적으로 만나는 헤바메가 있기도 하고 물리치료사가 근육에 대해서는 더 잘 알지 않을까 싶어 물리치료사의 수업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이 든다. 여차하면 내 헤바메에게 2차 의견을 물을 수도 있고 말이다.
산전교실 Geburtsvorbereitungskurs은 언급했던 대로 내 담당인 헤바메가 진행하는 수업이거나 추천하는 수업이 아니라면 스스로 알아봐야 하는데 나는 이런저런 웹사이트를 내 헤바메에게서 추천을 받아 직접 예약을 했다. 1월이라 그런지 산전교실을 진행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어서 굳이 더 알아보지는 않고 내가 원하는 시기에 아직 남은 자리가 있다고 쓰인 웹사이트에서 바로 예약을 해버렸다.
내가 들은 수업은 총 4회에 걸쳐 진행이 되는데 1,2회는 남편과 함께 듣게 되고 남은 3,4회는 산모들만 듣는 구성이었다.
첫째 날은 16시부터 19시까지 총 3시간, 둘째 날은 10시부터 15시까지 총 5시간, 셋째 날과 넷째 날은 16시-19시로 각 3시간씩 구성되는 총 14시간 정도로 구성된 코스였다. 위치도 보겐하우젠으로 나쁘지 않았다.
산전교실 진행방식
다른 산전교실에 참석해 본 적은 없지만 내가 참석한 산전교실의 진행방식은 이랬다.
1회 차와 2회 차 때는 남편과 함께 듣는 수업이었는데, 간단한 이론소개와 함께 진통 시 남편이 할 수 있는 마사지와 호흡법에 대해서 설명을 들었다.
엔돌핀 마사지
그 중에 흥미로웠던 것은 남편이 쓰다듬는 것만으로 엔돌핀을 만들 수 있게 하는 활동이 있었다.
방법은 그저 남편이 산모의 등을 양손을 사용해 와이자 형태로 쓸어주거나 팔 등을 살살 어루만지는 것이었는데 원래 방법은 손끝으로 피부가 닿을 듯 말 듯 털을 쓸어주는 것이나 각자 좋아하는 방법대로 손등을 사용할 수도 있었다.
나는 간지럼을 너무 타서 실패했지만 그냥 손바닥으로 만져주는 건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진통이 오기 전에 다시 시도해 볼 예정이다.
발마사지
그다음 의외로 좋았던 것은 바로 라벤더 오일을 이용한 발마사지였다. 라벤더는 뭔가 방향제 느낌도 나서 특별히 좋은 향이 난다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은은하게 풍기는 라벤더 오일 향을 맡으며 발마사지를 받으니 왠지 모르게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기도 하고 기분이 좋았다. 진통 중에 발마사지를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나의 취향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었다.
팟캐스트
산전교실에서 임신과 출산 관련해서 도움이 될 만한 Die Friedliche Geburt라는 팟캐스트 추천을 받았는데 인포아벤트에서 할 수 있는 질문이라던지 출산가방에 무엇을 싸야 하는지 등 초산모에게 유용한 정보가 많이 있었다.
호흡법
순산을 위한 호흡법으로는 두 가지 정도의 호흡법을 배웠는데 우선 기본적인 호흡법의 형태인 Bauchatmen, 그러니까 복식 호흡에 대해서 배웠다. 그다음에 Wellenatmen이라고 하는 진통 호흡법에 대해서도 배웠는데 날숨을 들숨보다 길게 하는 법이며 날숨을 오래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했다. 산전교실에서는 3초 정도 들이마시고 6초-8초 정도 페이스로 내쉬는 연습을 했었는데 내 헤바메는 10초 혹은 그 이상으로 내뱉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두 가지 호흡법 말고도 헤바메에게서 두 가지 호흡법을 더 배웠는데 Uebungsphase까지 쓸만한 호흡법이라고 했고 짧게 하 하 하 내쉬는 듯한 호흡법과 말처럼 푸르르하고 입술을 떠는 호흡법도 있었다. 일단은 이런저런 호흡법을 다 숙지하기엔 내 기억력이 도와주지 않을 것 같아 복식호흡을 기반으로 한 호흡법만 연습할 예정이다.
이외에 유튜브에서 찾은 여러 방법을 조합해 정리해 보자면 자궁경부가 대략 3cm까지 열리는 Latenzphase까지는 3초 들숨 6초 날숨의 법칙을 지키고 자궁경부 입구가 대략 8cm까지 열리는 Uebergangsphase 까지는 들숨 날숨을 더 짧게, 내쉬는 호흡에 아, 이, 우, 에, 오 중에서 한 음을 골라 낮게 내쉬는 방법을 추천한다고 한다.
그다음 대망의 분만호흡의 경우 숨을 짧게 들이마시고 똥 쌀 때 힘주는 느낌으로(하지만 항문보다는 질에 힘을 준다는 느낌) 10초간 숨을 참으며 최대한 밑으로 내려보내고 다시 짧게 숨을 내쉰다.
똥 쌀 때를 생각해 보면 이때 호흡이 짧으면 똥이 나오려다가 다시 들어가는 것처럼 평소에 긴 숨을 참는 것을 연습해야 한다. 안되는데 억지로 참는 건 호흡곤란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평소에 연습해 둔다. 임신 중에는 아기가 내려올 수 있으므로 밀어내지 말고 숨을 참기만 해 본다.
진통 중에는 Reflexpunkte(미간, 턱근육, 등근육)에서는 힘을 빼는 것이 중요한데 이 부분은 남편이 잘 보고 중간중간 힘 빼라고 해줘야 한다.
참고로 진통 호흡법을 연습하기 위한 한 가지 좋은 방법을 소개하자면 바로 '얼음'이다.
➡️ 독일 출산 준비 - 진통 연습 | 한국과 독일사이
이를 정리하자면,
1. 진통 초중반
느린 호흡, 3초 천천히 마시고 6초간 천천히 내쉰다. 파트너가 숫자를 같이 세 줘야 한다.
2. 진통 후기까지
빠른 호흡, 들숨 날숨의 간격을 더 좁게, 아이우에오 중에 편하게 숨 쉴 수 있는 모음으로 낮은음으로도 내뱉어 보기(불편하면 중단)
3. 분만호흡
들숨 짧게, 10초 동안 갈비뼈를 짜내고 거대한 똥을 싼다고 생각하며 10초 동안 숨 참으며 얼굴에 힘주지 말고 밀기, 다시 짧은 날숨
대추야자
독일에서는 Dattel이라고 부르는 대추야자가 순산에 도움을 준다고 하여 출산 예정일 4-6주 전부터 하루에 6개까지 대추야자를 먹는 것을 추천한다. (한국에서 흔히 생각하는 그 대추가 아니다.)
하지만 꽤나 단 음식이라 임당이 있는 사람은 먹는 것을 추천하지 않고 임당이 없는 경우에도 과한 당 섭취는 순산의 방해요소가 되기 때문에 과한 섭취는 추천하지 않는다.
내 헤바메도 대추야자를 먹을 바엔 식단에 더 신경을 쓰고 회음부 마사지를 하는 것이 더 순산에 도움이 될 거라고 했다.
회음부 마사지 추천 자세
회음부 열상방지를 위해 Dammmassageoel이라는 것을 사용해 회음부 마사지하는 방법은 널리 알려진 방법이다. 산전코스에서는 자세하게 알려주진 않고 프린트물을 정리해서 주었는데 그래서 나는 회음부 마사지를 하는 방법을 따로 찾아보았다.
산전교실에서는 32.SSW부터 주 1-2회 정도 해주면서 점차 횟수를 늘리는 방법을 추천했으나 나는 당시에 이미 34주였던 데다 보편적으로는 34주부터 시작한다길래 나도 이때 시작을 했다. 주수가 늘어날수록 횟수와 시간을 늘리면 된다.
나의 경우 지금은 이틀에 한 번씩, 5분 정도로 하고 있는데 이틀에 한 번씩 10분까지 늘려보고 막달에는 매일 할 예정이다.
회음부 열상방지를 위한 이 마사지는 쉽게 설명하자면 회음부를 미리 만지작 거리면서 부드럽게 하여 출산 시 열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가장 이해하기 쉬운 방법은 회음부를 시계라고 생각하고 3시부터 9시 방향까지 손가락의 엄지, 검지, 중지를 사용해 동글동글 굴리듯이 만져주기도 하고 안에서 밖으로 밀어내면서 늘려주기도 하고 특히 6시 방향, 그러니까 항문과 가장 가까운 부분을 지긋이 아래 방향으로 눌러주면서 만지작 거리는 것이다.
사실 나는 이렇게 회음부 마사지를 몇 번 해보니 나한테는 아픈 것 같아서 조금 더 덜 아픈 방향으로 나름의 방법을 강구해 보았는데, 일단 자세는 욕실에서 욕조나 변기 위에 한쪽 발을 올리고 사이드 런지 자세에서 손을 뒤로 하는 자세가 편했다. 그리고 거기서 집게 손가락과 가운데 손가락으로 3시 방향, 6시 방향, 9시 방향을 바깥쪽으로 지그시 눌러주는 방법을 쓰고 있는데 효과가 어떨지는 모르겠다. 안 하는 것보단 낫겠지 뭐..
이때 추가 팁으로는 진통 호흡법을 같이 연습하는 것인데 그렇다고 해서 통증을 참기만 해서는 안 된다. 적당한 자극은 괜찮지만 통증이 과할 경우 자궁수축이 올 수도 있으므로 조심하는 것이 좋다.
호흡법 연습은 위에 소개한 호흡법대로 Reflexpunkte를 신경 쓰면서 입모양은 어떻게 하는 것이 나한테 편한지, 어떻게 숨을 내쉬는지 편한지 등을 계속 테스트해 보면 된다.
예를 들어 나는 턱근육에 특히 힘이 들어가는 것 같아서 일부러 웃는 모양을 하면서 숨을 쉬는 등 턱근육에 힘을 빼는 것을 연습했고 숨을 내뱉을 때 입을 오므리는 것과 벌리는 것 둘 다 시도를 해보고 입을 벌리는 모양이 좀 더 편하다는 것을 알았다.
여기에 그냥 후우 하고 숨을 내쉴건지 아니면 낮은 소리로 '아, 이, 우,에, 오'라고 내뱉어 보고 어느 음이 나에게 더 맞는지도 테스트하였는데 결론적으로는 입을 벌리면서 낮은 '미' 정도의 음을 내며 '아' 소리를 내는 것이 제일 편했다.
여기에 말이 푸르르 하는 모양으로 입술을 떠는 모양도 (혹은 입술을 떨지 않고 모양만 유지하면서 '푸우' 숨을 내쉴 수도 있다.) 같이 연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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