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결혼식을 위한 다음 스텝으로 결혼반지를 맞추는 일이 남았다. 나는 알아본 바가 없어 잘은 모르지만 한국이 독일에 비해 금 가격이 좀 싸다 해서 결혼반지는 종로에서도 많이들 맞추시는 듯싶다. 나는 뭐 그런 거 다 따지기도 귀찮고.. 질이고 디자인이고 뭐고 (이런 거 보면 정말 창작은 나하고는 아니올시다인 듯.. ) 그냥 반지만 있으면 되겠지 싶어서 짝꿍이 약혼반지를 구매했던 곳으로 갔다.
1. 매장 방문
123 gold Trauring-Zentrum
089 32362065
https://goo.gl/maps/pE3PKRxgQFtcs75d9
여기는 온라인에서도 구매가 가능하고 샵이 뮌헨에만 있는 게 아니라 체인이라 타 도시에도 샵이 입점해 있다. 다른 곳을 아는 것도 아니었고.. 뭘 모를 땐 그냥 체인이 평타는 치겠다 싶었던지라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같다. 게다가 나 자체가 워낙 귀걸이를 제외한 장신구에 관심 자체가 없었고 말이다.
2. 반지 고르기
샵 내부에 들어서니 손님이 많았다. 독일은 Querdenker(코로나가 정부의 농간이다 어쩐다 하며 백신 맞기를 거부하는 사람들)니 뭐니 하지만 아무래도 거의 다 백신을 맞는다는 분위기라 그런지 이제 다들 미뤄놨던 결혼을 하려는지는 몰라도 말이다.
우리는 디자인이고 뭐고 아무것도 생각해둔 것이 없기 때문에 일단 샵에 있는 모델(Muster)들을 쭉 둘러본 뒤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반지 상자에 골라 담았다. 그 후에 하나씩 껴보고 햇빛 아래도 비춰보고 한 뒤에 견적을 상담을 받기로 했다.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아무래도 본인이 원하는 디자인이나 금의 종류 이런 건 미리 알아두고 가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뭘 모르고 막 고르니까 이게 맞는 선택인지 아닌지 알쏭달쏭하기도 하고 말 그대로 머리가 백지상태였던지라 그런 건 좀 아쉬웠다. 그래도 나는 워낙 무던한 성격이라 뭐던 그게 그거로 보여서 딱히 크게 아쉽진 않았지만 말이다.
반지를 알아보며 안 사실이지만 왼손 약지에 결혼반지를 끼는 한국과 달리 독일에서는 왼손 약지에는 약혼 상태일 때, 결혼반지는 오른손 약지에 끼는 것이 전통이라고 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별로 그런 게 중요치 않는 것 같다. 가끔 보면 중지에 끼기도 하고 (남성성을 상징한다나 뭐라나..) 반지 대신 타투를 하거나 아예 끼지 않는 커플들도 있고 꽤나 다양하다. 나도 어쩌다 보니 독일 전통에 맞춰서 오른손 약지에 맞추기로 했지만 순전히 요리할 때 자주 쓰는 왼손에 반지가 상할 것 같다는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짝꿍은 실용적인 독일인답게 스톤 없이 그냥 금으로만 반지를 맞추려고 했으나 샵에서 내가 스톤으로 끼고 싶다고 말한 순간 살짝 좌절한 듯 보였다 😂 (왜냐면 스톤이 들어가는 순간 최소 1000유로는 더 올라가기 때문.. 그래도 드레스는 돈 안 받고 맞췄으니 이 정도는 써도 된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반지는 마음대로 커스텀이 가능하다. 내가 고른 반지는 반지 전체에 스톤이 있는 형태였는데 나는 어차피 밑부분은 보이지도 않고 여기저기 쓸릴 거라며 반만 하기로 했고, 스톤의 질은 업그레이드도 가능했다.
같은 약지라도 오른손이냐 왼손이냐에 따라 크기가 조금씩 다를 수도 있으므로 꼭 본인이 맞추고자 하는 손의 사이즈를 측정해야 한다.
반지를 처음 맞추고 절반 정도의 가격을 미리 낼 수가 있는데 (완납도 당연히 가능하다.) 이때 이런저런 선물을 챙겨주신다. 저 와인은 금가루가 들어간 샤도네이였나.. 독일에서 이런 서비스와 섬세함을 보니 마케팅 짱 잘 알..
3. 완성된 반지 수령
몇 주 뒤 반지가 완성되었다 하여 찾으러 간 날 이렇게 준비를 해준 샵을 보고 ‘이 사람들 돈 벌 줄 아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화할 때도 막 본인과의 공통점 찾으려고 하고 (야너두?야나두! 이런 느낌) 마케팅 제대로다 👍👍 재방문할 일이 생기면 (?) 다시 이곳으로 오길 원할 정도로 괜찮은 곳이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반지가 생각보다 두꺼웠다. 너비가 아니라 높이? 손과 반지와의 거리가 좀 있어서 일상생활에서 아주 편하게 쓰이지는 못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살짝 들었지만... 뭐 이미 맞춰진 거 어떡하나 그냥 끼는 거지 라는 생각으로 별 말 안 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구매 전에 이런 거에 대해 미리 신경을 쓰면 좋을 것 같다. (내 손가락은 얇고 깡마른 손가락이라 더 그런 듯. 손가락에 좀 살집이 있으면 또 괜찮을 거 같기도 하고.. )
첫 방문 때도 장미를 받았었는데 마지막 픽업 때도 또 장미를 받았다. 비록 조금 오래된 장미이긴 했지만 그래도 이제 돈 다 냈으니까 상관없다는 태도를 보이기보단 손님을 마지막까지 섬세하게 대한다는 점이 참 인상 깊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디테일 대박이라고 느낀 부분은 장미 한 송이 주면서 워터픽까지 챙겨주는 섬세함이다. 와.. 꽃집 가도 워터픽까지는 안주던데 진짜 마케팅은 본받을 만하다. 그래서 여기가 그렇게 잘 된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결혼반지 맞추기는 이렇게 끝났다. 너무 늦게 하기보다는 제작 시간도 은근히 걸리는 데다 결과물이 조금 마음에 안 들 경우 수정하게 될 때를 대비해 적어도 한 달 전에는 결혼반지를 맞추는 게 좋을 것 같다. 그전까지 이런저런 후기를 보며 스톤의 여부라던지, 반지의 소재 같은 기본적인 것들을 미리 찾아보며 준비하는 것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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