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실 결혼식에 대해 전혀 로망이 없는 사람인지라.. 결혼식(엄밀히 말하면 standesamtliche Trauung 이라고 함)이 한달 뒤로 다가온 지금 이 시점에도 뭔가 엄청 예쁜걸 사고 싶고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일단 나 자체가 실용적인걸 엄청 따지는 사람인지라 그거 다시 못입을거 뭐하러 비싸게 돈 주고 사지? 이런 느낌.. 나처럼 결혼에 뚱한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결혼에 대해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지난 주말 예비 시어머니와 시고모님과 함께 결혼 장소를 보고 식사 메뉴 결정을 하러 시댁에 방문했었는데 일단 난 뭘 먹어도 사실 독일 음식은.... 미안하지만.... 다 거기서 거기인지라 짝꿍 입맛에 맞춰 음식을 결정했다. 예비 시어머니께서 결혼 선물로 해주시는 거라며 가격 생각 말고 그냥 고르라고 하셨지만 가격이 젤 비싼게 제일 내 취향이 아니었어서..ㅎㅎ
그러고 결혼 장소도 한번 쭉 보여주시고.. 나는 뭐가 뭔지 사실 잘 모르기 때문에 아하 오호 유후 예뻐요 짱이에요만 연발하며 종종걸음으로 어머님을 쫓아다녔다.
그 이외에도 이런저런 절차며 장신구며 얘기를 나눴는데 나는 대충 걸쳐입을 가디건 같은 거랑 드레스랑 신발만 사면 되는 줄 알았더니 헤어장식에.. 마스크도 결혼식 용으로 글씨가 써져서 나오는 것이 있다며 그것을 사라 하셔서 아 네.. 하고 그러기로 했다. 주문제작이니 뭐니 하시길래 주문제작은 좀..^^ 이라는 말이 살짝 나올 뻔 했지만 두 분이 너무나 즐거워 하시는게 보여서 네네 하고 말았다. 결국 주문제작은 안하기로 하고 그냥 이베이에서 적당해 보이는거로 한쌍 주문했다.
원래 그 이외에는 다른 걸 굳이 안하려고 했는데 두 분이 하도 들떠서 말씀을 나누셔서 나도 그 분위기에 약간 휩쓸렸는지 이걸론 좀 심심한 것 같은데.. 라는 생각에 여기저기 뒤져본 결과 마스크 줄을 사서 거기에 우리를 상징하는 작은 Charm 을 달기로 했다.
이렇게 나처럼 마스크를 사도 되고 아니면 Überzug (덮개)을 사서 갖고 있는 마스크에 그냥 씌워도 좋을 것 같다. 나처럼 Maskenkette(마스크 줄)을 사서 달아도 좋다.
이것들이 바로 그 결과물인데, 사실 난 참을 사진 않았고 귀걸이를 사서 걸이 부분을 떼버렸다. 일거양득 이랄까?
한 가지 아쉬웠던 건 아무래도 저렴한 가격 때문에 마스크 끈 쪽이 단단하지 못해서 각 끝을 한번 더 단단하게 꼬맸고 그게 어려운 부분은 본드로 붙였다.
내가 마스크에 사용한 이 본드는 Alleskleber 혹은 Sekundenkleber 라고 불린다. 본드는 UHU(이하 우하우) 라는 브랜드가 제일 잘나가는 편이다.
이 밖에 결혼식 노래도 정해야 한다 하셨고.. Brautauto.. 결혼식 꽃 색상... 디자인.... 어휴.. 진짜 나는 아무거나 다 좋은데 그냥 룰렛 하나 돌려서 다트핀 하나 던져보고 랜덤으로 골라도 난 만족했을 것이다.
그러고 이제 나의 드레스에 대해 얘기가 나왔는데.. 내가 볼레로 대신 가디건에 색깔도 약간 핑크라고 하니 두분 다 으음... 나쁘지는 않은데... 색깔이.. 흰 드레스에 핑크는 좀 아니지 않니.. 그래도 볼레로 하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시길래 아 그런가요 하고 흰 볼레로랑 흰 구두를 새로 샀다. 머리 장식도 그냥 평범하게 보석 박힌거랑 푸른 빛 꽃이 달려있는 핀 등을 샀는데 일단 매치해 보고 둘 중에 어울리는 걸로 사용할 예정이다.
처음엔 은색이 아닌 금색이라 고민이 되었는데 드레스를 자세히 보니 금색? 노란 빛? 이런 무늬가 있어 써도 되겠다 싶었다.
혹시 몰라 예비로 구매한 머리 장식인데 대충 싼거 아무거나 고른거라 정말 예비용..
사실 내가 이렇게 편하게 돈을 쓸 수 있었던 이유는... 작은 장식들을 제외한 옷, 구두는 중고로 구매했기 때문에 부담없이 살 수 있었다. 남이 쓰던 걸 좀 불쾌해 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은데 나는 평소에 옷도 중고를 많이 사서 입으므로 아무 생각 없었다.
독일에서 제일 광범위하게 쓰이는 중고나라 격의 사이트는 이베이 클라인안짜이게(ebay Kleinanzeige)가 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사이트가 예쁘지가 않아서 손이 잘 안가고 일단 물건 찾기도 뭔가 쉽지가 않아서 주로 vinted라는 다른 곳을 애용한다. 이거는 중고 의류 앱인데 독일, 프랑스 사람들이(타국도 있을 수 있음) 안입는 옷들을 사고파는 곳이다. 다른 웹사이트와 비슷하게 여기도 Abholstation을 지정해서 거기서 직접 가져올 수도 있고 아니면 집으로 배달하게 할 수도 있다. 한 가지 단점은 아무래도 중고 사이트이다보니 옷의 정확한 색상과 핏을 알 수가 없다는 점..
암튼 정리를 하자면,
- 결혼식 장소 와 일정 확인
- 식사 메뉴 결정
- 꽃장식: 색, 디자인 (보통은 신부의 드레스 색에 맞춘다고 함)
- 시청 결혼식에 쓰일 노래 (이거는 결혼하려는 곳 Standesamt와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한다.)
- Absprache ➡ Absprache에 대한 설명은 여기에:
독일 결혼준비) - 시청결혼식 전 관청 방문(Absprache)과 시내 구경 (+성 변경에 대한 궁금증)
- 신부 헤어핀(Braut Haarschmuck), U핀(Haarnadeln), 실핀(Haarklammern), 그... 머리딸 때 쓰는 작은 머리끈(Mini Haargummis), 헤어롤(Lockenwickler)....
- 결혼식 용 마스크(Hochzeitsmaske)와 장식(e.g. Charm)
- 웨딩카(Brautauto) - 우리는 안하기로 결정
- 흰색 볼레로(Bolero)와 구두
- 식 초대장(Einladungskarte) 보내기
이 정도가 되겠다. 준비 과정은 아무래도 개인 차가 있겠지만 얼추 이런 식으로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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