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뜬금없이 수술을 하게 되었다. 난임 병원에서 한 초음파에서 자궁내막증의 소견이 보이니 수술 가능한 병원으로 위버바이중을 써준 것이다. 그렇게 나는 갑작스럽게 인생 첫 수술을 독일에서 하게 되었다.
* 임신 전에 경험한 일입니다.
독일에서의 자궁내막증 Endometriose 수술
내 주치의는 수술은 하지 않는 분이라 부인과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으로 위버바이중(한국에서는 소견서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듯싶다.)을 써주었다. 독일에서는 정말 응급이 아닌 이상 예약을 당장 잡기가 어렵기 때문에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나는 해당 병원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잡았다.
그렇게 방문한 병원에서 생각보다 훨씬 빠른 한달 뒤로 수술 예약이 잡혔는데, 보통은 자궁 내막증 수술만 잡지만 나는 감염 위험성이 있어서 처음에는 질을 통해서 용종만 제거하는 시술에 가까운 수술과 본격적인 자궁 내막증 수술을 그다음 주에 받기로 해서 총 2번의 전신 마취 수술을 받게 되었다.
처음에 병원에 방문하게 되면 내가 받는 수술에 대한 설명을 간단하게 받고 내 주기에 맞춰서 배란일을 피해 수술을 받게 된다. 그 다음에 마취과 의사를 만나 마취에 대해 얘기를 듣고 수술 전 주의사항 및 준비물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된다.
독일에서는 Koerperuntersuchung 이라는 수술 전 신체검사를 본인의 가정의에게 받아 결과지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것도 너무 일찍 받으면 안 되고 수술 2주 전의 결과부터 인정이 된다고 한다. 나는 수술을 총 2번을 받게 되어서 2번째 수술로부터 2주 전에 검사를 받았다.
사실 조금 의문이 든 것이 다른 후기들을 찾아보니 입원 수술을 많이들 하는 것 같은데 나는 당일 퇴원이었던 지라 그 점에 대해서 궁금했지만 2번에 나눠서 수술을 해서 그런가 하고 그냥 넘겼다.
가정의에 예약을 할 때는 praeoperative koerperliche Untersuchung(조금 어렵다면 그냥 koerperliche Untersuchung vor Operation이라고 말해도 된다.)을 받고 싶다고 하면 어떤 수술을 받는지, 어떤 항목에 대해서 신체검사를 받는지에 대해 질문을 받는데 어떤 수술인지는 본인이 알 것이고, 항목에 대해서는 병원에서 수술 전 항목에 대해서 안내지가 사전에 제공되므로 어려울 것이 없다.
수술 전 주의사항은 으레 다른 수술들과 비슷하게 아스피린 류의 약을 먹으면 안되었고 전날은 오후 열 시부터였나 물을 포함해서 금식을 해야 했었다. 약 복용은 예외적으로 적은 양의 물과 허용이 되었다.
병원에 도착하면 이렇게 옷을 갈아입으라고 주시는데, 머리가 긴 사람은 머리끈 없이! 머리 전체를 망에 잘 집어넣어야 했고 팬티를 제외한 모든 옷을(사실 나는 발이 찬 사람이라 양말도 신었다.) 벗은 후 저 가운을 입으면 되었다. 생긴 건 일반 가운처럼 생겼지만 일반 가운처럼 앞으로 입는 것이 아닌 끈이 목 뒤로 가도록 입는 독특한 옷이었다.
옷을 입고 베드에 누워있으면 간호사 선생님께서 오셔서 간단한 인적사항 확인 후 살짝 따뜻하게 데워진 침대 안에서 누워있다가 내 차례가 되면 일어나서 수술방으로 걸어 들어가게 된다.
나는 첫 주와 둘째 주 둘다 전신마취를 했지만 첫째 주에는 정맥 주사를 이용해서 마취를 했는데 주사약이 들어오는 순간 뭔가 굉장히 뜨거운 것이 내 혈관을 향해 들어오고 가슴이 뻐근하다고 느낄 때쯤 까무룩 잠이 들었고, 둘째 주에는 산소마스크 같이 생긴 걸 내 목 위에다 두길래 아직 준비 중인가 하고 생각했는데 '잘 자고 이따 봐요~'하는 순간 금방 잠이 들어버렸다.
그렇게 눈을 뜨면 아직 마취약이 다 깬 상태가 아니라서 정신이 몽롱하다. 첫번째 수술 때는 그냥 몽롱한 정신에서 서서히 깨고 그러고 멀쩡하게 집으로 귀가했지만 두 번째 수술 때는 아무래도 배꼽, 아랫배, 양 나팔관 쪽으로 각 4개의 구멍을 냈던 지라 마취약이 더 세게 들어가고 그만큼 깨어나는데도 시간이 좀 걸렸다.
일단 두번째 수술 때는 수액 같은 게 내 팔과 연결되어 있고 (사실 수액이 아니고 진통제) 눈을 뜨자마자 머리가 미친 듯이 아파서 으어어.. 거리고 있는데 간호사 선생님께서 약이 좀 더 빨리 들어가게 조절을 해주신 뒤에 나는 다시 까무룩 잠이 들었다.
두 번째 깨었을 때는 눈앞에 Leibniz 비스킷과 Zwieback(독일식 미주라 비스킷?)이 조금 담겨있는 그릇과 그 옆에 가득 찬 찻주전자가 놓이게 되는데 화장실에 가기 전에 꼭 이 차를 다 마셔야 한다고 하셨다. 이미 나는 화장실이 가고 싶었지만 차를 꼭 다 마셔야 한다길래 꾸역꾸역 마시다가 도저히 안될 거 같아서 반절쯤 마신 후 다시 간호사 선생님을 호출했다.
그러자 간호사 선생님이 오셔서 주의사항을 알려주셨는데, 수술 직후에는 진통제 때문에 혈압이 낮아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절대 앉으면 안되고 일어나도 일단 옆으로 누운 뒤에 팔로 누르면서 천천히 일어나야 한다고 하셨다.
그다음 발목을 위로 올렸다 내렸다 하고 동시에 팔을 같이 올리면서 혈액이 잘 돌게 한 뒤 절대 바닥을 보지 말고 정면을 보고 걸으라고 하셨다.(볼일 볼 때도 마찬가지)
그렇게 한두 번 화장실을 다녀오고 또 잠을 자다보니 오후 세시 정도가 되어있었고 병원에서는 남편을 불러 나를 데려가라는 연락을 하셨다.
이제 상태가 어느정도 호전이 되어 스스로 일어나서 걸을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스스로 옷을 갈아입고 이부프로펜 600 짜리를 한 알 먹은 뒤 사진처럼 생긴 회복실에서 의사와의 면담을 기다리는데 이 때는 고통보다는 그냥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서 의사가 올 때까지 잠을 잤던 것 같다. ㅎㅎ
수술 후 관리 - 방광염
이윽고 남편이 오고 의사와 면담을 같이 했는데 수술 후에 방광염 증세가 올 수 있으니 이부프로펜 600 짜리가 10알이 든 진통제를 주고 하루에 두 알씩 5알을 먹으면 된다고 했다.
이부프로펜은 일반적인 방광염에도 효과가 있는데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부프로펜이 소염 작용이 있어 방광염이 걸렸을 때 동반되는 고통 경감에 도움을 주고 염증을 완화시키는데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나는 600 짜리를 처방받았지만 400짜리를 먹어도 효과는 있다고 하니 긴급할 때 써먹어봐도 좋은 방법인 듯싶다.
하지만 걱정되는 사람은 미리 방광염 약을 같이 처방하도록 말씀드려봐도 좋을 것 같다.
이외에는 당분간 운동은 절대 금물이지만 너무 오래 앉아서도 일어나 있어도 안 좋다고 한다. 그래서 가끔씩 밖에 나가 걸어야 한다고 하셨다. 수술 첫날에는 5분? 정도도 못 걷고 바로 집으로 돌아와 버렸는데 날이 갈수록 증세가 호전되는 속도가 빨라지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틀 동안은 씻으면 안되고 그다음부터 살살 씻으며 밴드를 교체하면 되는데 굳이 좋은 거 살 필요 없고 dm 같은 곳에 파는 적당히 사이즈 맞는 밴드를 붙이면 된다. 피부타입에 따라 다르지만 나는 센시티브형으로 구매해서 사용했다.
이건 임신 계획이 있는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정보인데 아직 수두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 수술 2주 전과 수술 후 3주까지는 생백신을 맞으면 안 된다고 하셨다.
그리고 부부관계는 2주 후부터 가능하고 레트로졸도 그때부터 복용이 가능하다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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