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첫 초음파를 보았다. 내가 엄마가 된다니, 들뜨기도 하고 묘하기도 하고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출산 예정일: ET 혹은 GT
임신 어플에 입력할 때 처음에는 생리일 기준으로 입력을 하게 되는데 6-7주 차에 처음 산부인과에서 초음파를 찍고 나면 출산예정일/분만예정일을 받고 이에 주차수가 수정이 된다. 물론 그 날짜에 낳는다는 보장은 없다는 거..
첫 출산 예정일을 받고 어플에 기록을 하려면 ET를 쓰라던지 혹은 GT를 쓰라는 이상한 약자가 보이게 된다. 차라리 한국어랑 비슷하게 vorraussichtlicher Geburtstermin 이렇게 쓰여있으면 출산 예정일을 말하는 거구나! 할 수 있지만 저렇게 약자로 쓰여있으면 당최 뭔 소린지 알 수가 없다.
ET(errechneter Termin)
그래서 이래저래 검색해 보니 ET는 errechneter Termin의 약자로 직역해 보자면 '계산된 예약'이라는 의미인데 여기서 Termin은 Geburtstermin을 말하는 것이다.
GT(Geburtstermin)
ET가 아닌 GT날짜를 쓰라는 앱들도 있다. 그래서 도대체 이게 뭣인고.. 하게 된다면 GT는 Geburtstermin의 약자로 이 또한 출산 예정일을 의미하는 것이니 두 약자 다 출산 예정일을 물어보는 약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보통은 ET라는 약자를 더 쓰는 것 같다.
Schwangerschaftswoche(SSW)
독일에서는 주수 계산을 할 때 SSW라는 용어를 쓴다. 이것이 무엇인고 하니 독일어로는 Schwangerschaftswoche라고 쓰는 용어인데 보통 마지막 생리의 첫날부터 계산해서 적용한다.
마지막 생리의 첫날을 0일이라고 하고 이때부터 6일 차 까지를 1. SSW라고 한다. 그래서 현재 7주 0일 차(글이 올라가는 시점에는 7주 1일 차)인 나는 8.SSW라고 하는 것이다. 8.SSW는 7주 0일 차부터 6일 차 까지를 말한다. 그다음은 8주 차 때에는 9.SSW라고 부른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주수 계산은 처음에는 생리 마지막 시작일을 기준으로 하나 임신 6-7주경에 시행되는 첫 초음파를 보고서는 실제 출산 예정일이 정해지면 재조정될 수 있다.
며칠차인지도 표기하고 싶다면 +며칠 째라고 같이 표기하면 되는데 예를 들어 7주 3일이다 했을 때 8.SSW+3이라고 표기하면 된다는 것이다. 나도 임신은 처음이라 잘은 모르지만 언뜻 찾아보기에는 며칠 차 까지는 표기를 안 하는 것 같고 그냥 몇 주 차까지만 표기하는 것 같다.
경미한 입덧 증상
임신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제일 먼저 걱정하게 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입덧인데 나는 5주 차 즈음에 경미한 입덧 증상이 있었다. 지금은 그냥 약간 소화가 안된다 정도? 하지만 찐 입덧을 위한 워밍아웃일 수 있으니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
5주 차 즈음부터 뭔가 소화가 좀 안 된 느낌이고 (전날 밤에 야식 먹고 바로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속이 좀 더부룩한 느낌?) 헛구역질 증상이 있었다. 그러고 살짝 속도 니글거렸다. 소화가 안되어서 헛구역질 증상이 있는 건지 입덧이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원래 소화가 좀 더딘 편이고 헛구역질도 아침에 종종 하는 편이라 특이점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원래 식욕이 좀 없는 편이긴 한데 유달리 식욕이 더 없었고 혹은 식욕이 생겼다가도 갑자기 니글거려서 못 먹는 음식들이 있었다.
그리고 원체 고기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이때부터 고기에 대한 나의 애정은 더욱더 차갑게 식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입덧 증세가 그리 심하진 않았고 (혹은 잠시 소화가 안되던 시간이었을지도..) 대신에 너무 먹고 싶어 배달시킨 음식을 눈앞에서 보자마자 식욕이 갑자기 뚝 떨어지는 정도였던 것 같다.
원래 신 음식을 좋아하긴 했는데 신 것에 대한 애정도가 더더욱 올라갔고 그래서 맹물보다는 레몬수를 즐겨 마시는 중인데 그냥 맹물에다가 레몬즙을 조금 넣은 것이다.
또 알디 슈퍼마켓에서 파는 감기사탕 중에 레몬 생강 맛이 있는데 근무 중에 구역질 증세가 올라오면 그 사탕을 입에 넣고 천천히 녹여먹어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리고 크래커 한두 개 정도 먹는 것도 증상 완화에 조금 도움이 되었었다.
눈에 띄는 증상 중 또 다른 하나는 음식을 원래 먹던 만큼 먹으면 더부룩하고 또 속이 비어 있어도 더부룩했다. 아침에는 그래서 사과 반쪽에서 하나 말고는 딱히 먹을 수 있는 게 없었던 것 같다. 상태가 괜찮으면 된장찌개에 밥 조금 말아서 먹어도 괜찮았다.
이거는 알디 슈퍼마켓에서 판 Elster 사과인데 이게 상큼하면서 달콤하면서 너무너무 맛있었는데 이번주에 가보니 없다... 띠로리... 다른 슈퍼마켓에서 찾으면 꼭 꼭 쟁여두고 먹을 거다.
임신 중 조심해야 하는 음식
내가 진료를 보았던 의사가 너무 생각이 없는 건지 혹은 독일 산부인과 의사가 다 그런지는 몰라도 역시나 '알레스굿'이었다. 심지어 내가 샐러드를 먹어도 되냐고 했더니 잘 씻으면 문제가 없단다. 임신은 질병이 아니니 딱히 조심할 건 따로 없다고 했다. 근데 내가 알기로는 톡소플라스마 때문에 조심해야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리고 치즈 같은 것도 전혀 얘기가 없었다.... 까망베르 같은 치즈도 먹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 ㅜㅜ 역시 산부인과로 옮겼을 때 다시 물어봐야겠다.
첫 초음파
나는 일단 다니던 난임 센터에서 첫 초음파를 보게 해 주었는데 정말 내가 임신이라는 게 되었을지 궁금하던 찰나 요 조랭이떡 같은 애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우 쪼그매 ㅠㅠ
이거도 엄청 확대해서 주신 사진이라 실제 초음파에서 보이는 아기집은 굉장히 작았다. 같이 동행한 남편은 산부인과를 너무 어색해했고 진료 내내 약간 흥분한 어조로 다다다 떠들어댔다.
독일에는 태명이라는 개념이 없어서 아마 나 혼자 부르게 될 이름 같지만 딱 보자마자 조랭이떡 말고는 생각나는 게 없어서 조랭이라고 부르지 않을까 싶다. 태몽을 안 꾼 게 조금 섭섭한데.. 임밍아웃하고 나서 누구 이맘때쯤 태몽 비슷한 꿈 꾼 사람이 없는지 수소문해봐야 할 것 같다. ㅎㅎ
이제 다음 단계는 산부인과인데.. 12주에서 14주 사이에 다음 초음파를 찍어야 하는데 문제는 내가 지금 산부인과를 못 찾았다는 것이다.
독일은 참 이럴 때 힘든 게 지금 시점에서 제일 빠른 테어민은 가을이나 되어야 한다... 띠로리... 그동안의 진료는? 초음파는? 휴... 다행히 임산부의 경우 새 환자를 받을 여력이 없다고 해도 받아야 한다고 어디서 주워 들어서 산부인과에 직접 찾아가서 테어민을 잡아보려고 한다.
아무 데나 가기엔 아무래도 산부인과는 한번 등록하고 나면 바꾸기가 쉽지 않아서 (분기별로 바꿔야 한다고 들었고 곳에 따라 타 산부인과에 내 정보를 넘겨주는 비용? 같은 걸 청구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것도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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