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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한국엄마 독일아빠/한독커플 임신일기

임테기 두 줄! | 임신 일기 | 5. SSW | 한국과 독일사이

by nDok 앤독 2024.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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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테기 두 줄을 과연 내가 볼 수 있을까 하던 지난날들을 뒤로하고 노력 끝에 나도 결국 두 줄이 떴다. 하지만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임신 5주 6일 차

 
글이 올라갈 때 즈음이면 6주 1일 차이겠지만 일단은 글을 쓰는 오늘 날짜를 기준으로 썼다.

 

 

내가 임신을 알게 된 것은 일본에서였다. 아직 포스팅은 안 했지만 지난 2년 간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심적으로도 정말 힘들었었던 것 같다. 
다른 난임 부부들처럼 시험관 몇 차니 뭐니 얘기하면서 말할 정도는 되지 못하지만 시험관까지 하지도 않았는데도 참 마음고생이 컸다. 당시 일을 하고 있지 않아 온 마음이 아기 생각에 쏠려 있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난임 병원 등록도 하고 검사도 하고 약도 먹고 하다가 자궁내막증 수술을 받게 되었는데 자궁내막증 수술을 받기 전 수술 후기를 찾다가 자궁내막증 수술을 하고 나면 임신이 빨리 될 수 있다고 조심해야 한다고 하는 글을 읽었었다. (내가 본 수술 후기는 난임 케이스가 아니었다.) 당시에는 그냥 블로그 글이려니 하고 웃어넘겼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임신 생각이 없었다면 정말 조심했어야 하는 시기가 맞았던 것이다. 
 
물론 수술 이후에 아무것도 없이 바로 임신이 된 것은 아니고, 배란유도제인 레트로졸(한국에서는 페미비온이라고 하나?)을 6개월 치 처방을 받아서 한 달 정도를 먹고 배란 촉진 주사인 오비트렐도 한 번 주사했었다.
 
내가 나에게 자가 주사를 하다니! 하고 벌벌 떨었는데 막상 큰맘 먹고 푹 찌르고 나니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피하지방이라 통점이 없어서 그렇다고 어디서 주워 들었긴 했는데 진짜로 아무 느낌도 없어서 마취한 후에 주사를 했다고 믿어도 될 만큼 아무런 통증이 없어서 신기했다. 
 
이후에 3-4일 정도 피크 상태가 계속되었는데 피검사상 주사를 맞고 12-24시간 후에 배란이 된다고 해서 수치가 떨어지겠거니 했지만 계속 피크가 지속되는 걸 보고 병원에 연락했더니 주사 때문에 그렇게 될 수는 있는데 피검사로 나온 추정 배란일이 변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사실 이후에 바로 한국 여행이 예정되어 있었고 시차도 달라지고 비행기를 타야 하니 스트레스 때문에 이번에는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이후에 프로게스테론 질정을 12일 정도 넣었어야 했는데 이 질정을 넣던 도중 한국에 가게 되었으니 질정도 같은 시간에 넣지 못했고 말이다. 한국에서는 그냥 임신 생각하지 말고 맛있는 거 먹으면서 즐겁게 지내다가 다음 달부터 다시 열심히 해보자 라는 마음도 임테기도 챙겨가지 않았다. 
 
그렇게 한국에서 즐겁게 지내면서 맥주도 한두 잔 마시면서 지내다가 일본에 놀러 가게 되었는데 하이볼이라는 걸 한번 마셔보고 싶어서 혹시 모르니 임테기를 한번 사서 가져가 보고 비임신인걸 확인한 후에 마음 놓고 술을 마시리라 하고 생각했다. 
 
그렇게 일본에서 첫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그날 밤 가슴이 아직도 약간 부풀고 살짝 아프길래 이번에는 생리가 좀 늦나? 싶어서 내일 일어나면 하이볼을 맘 놓고 마시기 위해 아침 일찍 임테기를 한번 해보자 하고 생각했다.
원래 생리 하루 전날이나 당일에 살짝 탱탱했던 가슴이 바람 빠진 풍선 마냥 푸슈슉 줄어들면서 다시 말랑해지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확실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생리 날짜가 늦는 건 원래 하루이틀 정도는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임신이라고는 1도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렇게 테스트날 당일, 테스트를 본다는 생각에 긴장한 건 아니었는데 새벽 일찍 갑자기 너무 화장실이 가고 싶어서 눈이 번쩍 뜨였다. 이때만 해도 전혀 임신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더운 날씨 탓에 음료수를 많이 마신 게 원인이라고만 생각했다. 소변을 참고 눈을 감을까 말까 하다가 기왕 일어났으니 테스트 한번 해볼까 하고 출국 전에 서울역에 있던 편의점에서 산 얼리 임테기를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에이 설마 임신이겠어하고 한껏 기대하게 하고 단호박 한 줄을 선사했던 지난 과거들을 생각하며 별생각 없이 테스트를 했다.  테스트를 하고 나서 5분 정도 기다리라길래 그냥 변기에 앉아있어야겠다 하고 잠시 멍을 때리던 와중 1-2분 정도가 지났을까 임테기에 선명한 두 줄이 떴다. 매직아이니 뭐니 볼 필요도 없었다. 누가 봐도 두 줄이었다. 
 

두 줄이 뜬 임신 테스트기 두 개
아직도 얼떨떨한 임테기 두 줄



이 순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거 편의점에서 산 거라 불량 아니야?'였다. 이렇게 임신이 빨리 될 리가 없는데.. 한국에서 맥주도 마셨었는데.. 내가 임신이라는 사실이 믿기지도 않았고 실제로 막 기쁘기보단 얼떨떨했었다. 
 
일단 두 줄이 뜨긴 떴으니 잘 자고 있는 남편을 깨워서 두 줄을 보여주었다. 
 
어떤 반응을 보일까 생각했는데 역시 우리 남편, 세상 재밌는 반응이다.
 
"이게 무슨 의민데?"
 
"봐봐. 두 줄이라고."
 
"두 줄이 뭔데?"
 
"나 임테기 두 줄 떴다니까?"
 
"한 줄은 뭔 뜻이고 두 줄은 뭔 뜻인데?"
 
하이고 인간아...
 
"두 줄이 임신이라고!"
 
"... 오.. 축하해. 나 이제 좀 자도 돼지?"
 
하.. 역시 내 남편..
 
아무튼 나의 첫 임밍아웃은 이벤트고 뭐고 꽤나 싱겁게 끝났다. 사람에 따라 실망할 수는 있겠지만 일단 나조차도 임신에 대해 받아들이지 못한 상태였고 또 남편이 너무 신나 해 주면 내가 이 임신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해서 혹시나 나중에 어떤 일이 생길 때 너무나도 크게 좌절하게 될까 봐 두려웠기에 차라리 남편처럼 미적지근한 반응이 지금의 나에겐 도움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요 며칠 소변을 자주보고, 소변을 자주 보는데도 그 양이 찔끔찔끔 나오는 게 아니라 양이 꽤 되어서 이게 뭐지 싶었는데 그게 임신 초기 증상이었나 보다. 그 이외에는 정말 아무 증상이 없었다. 배 콕콕 증상이 제일 흔한 증상 중 하나인 것 같은데 난 그런 것도 없었다. 
 
다음날 일반 임테기도 다시 한번 테스트해 봤는데 역시나 두 줄이었다. 그래도 나는 안심할 수 없었다. 주사약이 아직 몸에 남아있어서 두 줄이 나올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남편한테도 피검사하기 전까진 우리 너무 기대하지 말자고 했다. 
 
그렇게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여행을 끝낸 후 독일로 돌아와서 며칠 전 난임 병원에서 피검사를 하기로 했다. 그 사이에 나는 한번 더 임테기를 했고 또다시 단호박 두 줄을 본 뒤 진짜 임신이 된 것 같다는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일단 가슴도 아직 부풀었고 생리를 안 하고 있지 않은가! 
 
피검사 후 임신이라는 확정 연락을 받고서야 내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나는 새벽마다 잠에서 깨서 소변을 봐야 하는 증상 때문에 잠의 질이 조금 떨어진 상태였다. 
 
 
 
임신도 9주 차는 되어야 태아라고 부르고 그전까지는 배아라고 부른다던데 그 쪼그만 세포 하나가 들어있는데도 묘한 변화를 느낀다. 
 
이건 오늘 느낀 건데 일단 배고픔을 더 참지 못하게 된 것 같고 먹는 양도 조금 늘었다. 나는 원래 마른 체형으로 식욕도 그렇게 있는 편은 아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곡기를 끊고 귀찮아서 밥을 거른 적도 있다. 그런데 오늘 배고픔을 참지 못해서 파스타를 해 먹고, 갑자기 찐만두가 생각나서 찐만두를 어디서 사 먹지 하고 검색해 보았다. 그러다가 내일은 완탕피를 사서 그걸로 만두를 해 먹어야겠다는 생각까지 이르렀다. 
 
나의 첫 초음파는 다음 주인 7월 18일로 잡혔다. 그때가 6주 차인지라 너무 이른 게 아닌 가 싶어 전화로 예약을 늦출까 하니 딱 좋다며 아무 문제없다고 했다. 일단 남편에게도 첫 초음파니 같이 가는 게 좋겠다 말을 해두었는데 사실 아직도 좀 얼떨떨하면서 기대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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