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 ) 함께하는 독일생활/해외생활 감정 노트

시작이 어려운 회피형 성격 바꾸기 | 완벽주의, 우울증 극복 | 한국과 독일사이

by nDok 앤독 2024. 3. 20.
반응형

나는 회피형 성격을 가진 사람이다. 부끄럽지만 이를 인정하기 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우울증을 핑계로 책임지기를 거부하고 우울증이 있어서 뭐든 시작이 어렵다며 또 도망 다녔다. 핑계는 차고 넘칠 정도로 많았기에 숨을 곳은 많았다.




원래부터 회피형 성격을 갖고 있었는지 독일에서 이런 성향이 된 건지는 모르겠다. 회피형이라고 하면 일단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고 나는 내 자신이 장점만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싶기 때문에 나의 단점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이게 회피형이랑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계속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싶고 미움을 받고 싶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좋아할만한 나’ 라는 가상의 인간을 만들고 그 사람 안에 나를 꾸역꾸역 끼워 맞추려고 했다. 그래서 남들이 생각하는 완벽한 나라는 가상의 인물과 진짜 나 사이의 간극이 크다 보니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컸다. 그리고 결국 이러한 완벽주의가 나의 우울증을 더 악화시켰다.

명상, 요가, 일기쓰기…. 웬만한 방법은 다 따라 해봤지만 효과가 없었고(효과가 나타날 정도로 꾸준히 하지 않았다는 말이 더 정확한 듯싶다.) 나는 뭘 해도 안 되는 인간이야 하며 새로운 기회가 있어도 지레 겁을 먹고 시작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이 되는 사건이 두 가지가 발생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통역 알바와 취업이다.

나와 같은 도시에 사는 교민 중 한 분이 급하게 통역 알바를 구하는 글을 커뮤니티에 게시를 했었고 그때 나는 무슨 용기였는지 덜컥 그 알바를 하게 된다.

솔직히 알바를 하겠다고 하자마자 나같은게 통역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과 회피형 성격답게 당장 도망치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들었지만 어쩌다 보니 하겠다고 해놓고 바로 못하겠다 연락할 용기가 없어서 어찌어찌하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일을 해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쉬운 일이었고 완벽했다고는 하기 어렵지만 어찌어찌 일을 해 냈다.

통역 업무가 일종의 촉매가 된 듯 얼마 되지 않아 내가 한 번도 해 보지 못한 분야에서 일을 할 기회가 있었고 나는 겁도 없이 그 기회를 덥썩 붙잡았다. 하지만 그 일은 매일 나를 울게 만들었다. 내가 해 보지 못한 업무이다 보니 그 일은 나에게 너무나도 벅찼고 특히나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 인간으로서는 정말 견디기 힘든 압박이 많았다.

 

그동안에는 모르는 것이 있어도 대충 아는 척 잘하는 척 대충 흘려넘기며 살았는데 이번 일은 그럴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끊임없이 실수를 했고 매일같이 발가벗겨지는 기분이었다. 일이 끝나고 나면 집에서는 더 이상은 못하겠다고 그만두겠다며 우는 날들이 반복되었다. 업무량은 끝이 없었고 나는 매일 허덕이며 일을 했다. 그러다 안 그래도 부족한 인력이 더 부족해지는 일이 발생을 했고 나는 업무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동네방네 나 못하겠다는 말을 떠들고 다녔다. 사장에게는 내 이력서 알지 않냐며 나 이런 업무 감당 못한다고 몇 번이고 얘기를 하고 누군가가 내가 모르는 일에 대해 메일을 보냈을 땐 나 이거 모르는 업무라서 다른 동료한테 물어봐야 한다 라는 말을 밥먹듯이 했다. 한 번은 내가 도저히 모르겠는 희한한 메일이 왔는데 그 길로 사장에게 나 이거 모르는 메일인데 누구한테 물어봐?라고 얘기했다. 한국이었으면 내가 과연 이럴 수 있었을까 싶지만 그때 당시에는 정말 될 대로 되라는 식이었기 때문에 이것도 모르냐며 그만두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컸었다.

 

그렇게 매일같이 나의 부족함을 드러내야 하는 일이 생기다보니 나도 서서히 ‘모른다’라고 말하는 것이 그전보다는 조금 익숙해졌고 모르는 업무가 생겨도 나 혼자서 일을 어떻게든 처리해 내야 한다는 압박감보다는 동료들한테 물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게 되었다.

이런 일련의 사건 사고를 겪다보니 나 같은 회피형 성격 유형들을 위한 나름의 팁이 생긴 것 같아 몇 가지 나열해보고자 한다.


회피형 성격 바꾸기: 운동하기

 

시간을 나타내주고 있는 디지털 시계를 차고 있는 사람의 손
개인적으로 운동할 때는 Garmin 시계를 애용중이다.

 


마음과 몸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체력이 떨어지면 멘탈도 약해진다. 그래서 일단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체력을 기르는 것이다. 그런데 운동도 나랑 맞는 운동을 찾아야 한다. 나는 여러 시행착오를 겪다 보니 나한테 맞는 운동은 활동적이고 누군가와 같이 할 수 있는 운동이었다.

나는 혼자 고요속에서 야외에서 달리기를 하는 것보다는 사람이 바글바글한 헬스장에서 나보다 더 열심히 운동하고 있는 사람 옆에서 운동을 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잡생각이 많이 들게 되는 요가보다는 힘들어서 아무 생각이 들지 않게 되는 유산소나 어떤 홀드를 잡아야 할지 끊임없이 머리를 굴려야 되는 클라이밍이 나와 잘 맞았다.

 


회피형 성격 바꾸기: 모임 참여하기

 

 

흰색 커피잔에 담겨있는 두 잔의 카푸치노와 그 옆에 놓인 설탕이 뿌려진 도넛, 그리고 초콜렛이 입혀진 도넛
단것을 즐기지 않던 나이지만 독일에서는 카페에서 모임을 가질때는 음료와 함께 꼭 디저트도 시키게 된다.

 


처음에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회피형 성격을 가진 나로써는 정말 곤욕이었다. 어색한 정적이 흐르는 것이 싫어 아무 소리나 하다 보면 꼭 내가 말하고 싶지 않던 것까지 말해버리고 저녁에 이불킥을 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면서 그 사람들로 인해 내가 조금 변화하기 시작했다.

 

나는 나와 다른 사람, 정확하게 언급하자면 내가 닮고싶은 성격이나 가치관을 가진 사람과 대화하고 싶어 했는데, 사람은 환경에 따라서 변화하는 존재라는 것을 믿고 있었고 내가 닮고 싶은 사람 주위에서라도 얼쩡대다 보면 내가 그 사람의 좋은 점은 조금은 닮게 되리라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본인이 누군가와 만나고는 싶지만 적극적으로 만나자고 하기가 힘들다면 강제성을 부여하면 된다. 동호회를 가입한다던지, 서비스직 알바를 한다던지 말이다.

내가 알고 지내는 지인 중 한 사람은 어느 날 성격이 너무 바뀌어있어 그 비결을 물어보니 연기 학원을 취미로 다녔다고 한다. 추측하기로는 연기를 하면 내가 특정한 사람이 된 것처럼 행동해야 하니 그런 것들이 성격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회피형 성격 바꾸기: 나의 단점 드러내기

 

 

나의 밑천을 드러낸다는 것은 나로써는 정말 힘든 일이었다. 특히 완벽주의를 가진 사람으로서는 정말 깨부수기 힘든 벽이었다. 하지만 일부러라도 나는 이런 점이 부족하다는 것을 흘리듯이 말을 하고 다녔고 (그것이 겸손이라는 말로 포장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다 보니 이전보다는 조금이나마 나의 부족함에 대해 받는 스트레스가 줄었다.

 


회피형 성격 바꾸기: 도움 요청하기

 

 

이도 나의 단점을 드러내는 것과 비슷한 맥락인데 작은 도움이라도 요청하는 습관을 들이다 보면 나의 경우에는 문제 해결력이 올라가면서 나의 회피형 성격을 바꾸는데도 도움이 되었다.

 

회피형 성격은 문제 해결력이 떨어져서 내가 (완벽하게)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일이 생기면 일단 덮어두고 내가 그것을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생길 때까지 그 일을 외면하고 싶어 한다. 가만히 있는다고 내가 그 일을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 아닌데 일단 도망치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도움을 요청하는 버릇을 들이다 보면 나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자연스레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해 같이 해결방법을 궁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고 이런 식으로 하나둘씩 문제가 해결이 되다 보면 덩달아 회복 탄력성도 올라가게 된다. 내가 도움을 요청하지 않으면 나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회피형 성격 바꾸기: 일단 그냥 시작하기

 


이것은 웃길 수도 있지만 우리집 반려견에게서 배운 방법인데 그냥 아무 생각 말고 계속해보는 것이다.


나의 반려견은 개고기 농장 출신인데 그러다 보니 처음에 데려왔을 때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힘들다 힘들다 했지만 사실 그 아이를 우리가 따로 돈을 주고 교육을 시켜본 적은 없었다.

그저 나는 산책을 열심히 시켰을 뿐이고 무서워하는게 있다면 가만히 그 앞에 서있는 정도였던 거 같은데 그 과정에서 자기가 경험으로 어떤 것이 안전하고 어떤 것이 아닌지 자꾸 부딪히면서 혼자 배운 것이다.

 

특히 개농장 출신 강아지들은 사람에 대한 공포가 굉장한데 나의 반려견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사람에게 다가갔다. 지금도 사람을 좋아한다고 하기엔 어렵지만 항상 먼저 다가가서 냄새를 맡아본다. 누군가가 어머 귀여운 강아지네 하고 손을 뻗는 순간 화들짝 놀라며 저 멀리 도망을 갈지언정 항상 사람이 있으면 멀리서 냄새를 맡아보고 가까이 다가가 본다. 나는 이것을 어렵고 힘들지만 계속해서 도전해 보는 것이라고 이해했다.

이것은 언젠가 유튜브에서 본 말인데, "오는 비는 맞아야 한다"는 말이 마음에 많이 와닿았다. 내리는 비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비는 언젠가는 그치기 마련이다. 비에 쫄딱 맞아도 시간이 지나다 보면 옷은 마른다.

 

 

 

 


🛫 추천글 🛬
 
독일에서 지인에게 선물하기 좋은 차 | 한국과 독일사이


30대의 인간관계는 연애와 비슷하다


행복을 미래에서 찾는 나


내가 독일에서 살아가며 겪는 성장


해외 생활 중 유난히 한국이 그리울 때 | 한국과 독일사이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