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여름은 아니지만 날이 갑자기 더워진 김에 냉침 밀크티를 만들기로 했다. 밀크티를 마시며 더불어 오늘 오래간만에 왔던 해외생활 현타에 대해서도 분명 또 똑같은 현타를 겪을 미래의 나를 위해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현타 진정용 냉침 밀크티 재료
재료: 원하는 홍차 티백 대략 5-6개(잉글리시 브렉퍼스트나 아쌈 류를 추천, 나는 영국 홍차인 Yorkshire Tea 혹은 아일랜드 차인 Barry's Tea Gold Blend를 주문해 마시는 편이다.), 꿀, 물, 우유(두유나 아몬드 브리즈 같은 것도 괜찮음. 베지밀 같은 두유는 꿀 생략해도 됨.)
내가 여름에 자주 만들어 마시는 이 냉침 밀크티는 나 같은 게으름뱅이들에게 딱이다. (1L 찻주전자 기준 🫖 )
물은 티백이 잠길 정도로만 끓인 뒤에 대략 18그람 정도의 티백을 넣는데 내 티백은 개당 3g이어서 6개를 넣었다. 그다음 홍차가 진하게 우러나야 밀크티를 만들기에 적합하므로 꽤 기다린다.
홍차가 꽤 진하게 우러나왔다면 아직 온기가 있는 찻주전자에 꿀을 크게 한 스푼 넣어주고 기다려준다. (꿀 용량은 각자가 알아서 조절하는 걸로..) 이때 티백은 빼지 말 것! 🙅
꿀이 잘 녹았다면 찬물을 대략 절반 정도를 넣는데 이 비율은 각자가 조금씩 실험해 가며 찾아가는 것이 좋다.. 나는 물과 우유의 비율이 6:4 정도 되는 것을 좋아하는데 우유만 넣어도 되고 우유를 따뜻하게 마시는 영국식 밀크티처럼 조금만 넣어도 되고 마음대로 하면 된다.
이렇게 완성된 밀크티는 냉장고에 냉침해 두면 차가워지자마자 바로 마셔도 된다.
해외생활 현타올 때
해외생활을 적게 한 것도 아닌데 솔직히 까놓고 말하자면 나는 내 의사를 100% 로 전달해 본 적은 없다. 독일어 공부를 게을리했으니 그렇다고 한다면 솔직히 아니라고는 말은 못 하지만 그냥 먹고살다 보니 그렇게 됐다. 나름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공부하는 요령도 잘 없는 편이고 독일어 공부를 일명 '갓생'사는 사람들처럼은 하지 못했다.
유튜브에 자주 등장하는 이 '갓생' 사는 유학생이나 직장인들은 그 바쁜 틈에도 짬을 내서 독일어 공부를 참 효율적으로도 하던데, 나라는 사람은 공부하는 요령은 없는 사람이라 그런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저 대단하다고 생각할 뿐이다. 특히 독일 생활하는 사람은 잘 아는 유명한 독일어 잘하는 한국인 유튜버가 있는데 그분 영상을 보면 나는 왜 저 사람처럼 안 되지라는 생각이 들어 독일어 공부 유튜브도 안 본 지 꽤 됐다.
아무튼 독일어로 일을 한다고 해서 독일어를 잘하는 거는 아닌 것이라는 걸 굳이 독일이 아니더라도 해외생활 하는 사람들은 잘 이해할 테마일 것 같은데 나는 오히려 일을 하게 되면 독일어가 퇴보되는 신기한 현상을 겪었다. 독일어로 일에 대해서는 척척인데 갑자기 잡담할 때 독일어가 안 나오는 이상한 상태인 것이다.
처음에는 "난 외국인이니까 괜찮아~ "하나로 잘 버텨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해외생활 연차가 계속될수록 난 더 잘해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 것 같았다.
그전에는 예를 들어 '젓가락'이라는 단어를 설명하고 싶은데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으면 "그 기다란 거 스틱 두 개 있잖아, 밥 먹을 때 쓰는 건데 아시안들이 많이 쓰는 거"정도로만 설명이 되어도 충분히 괜찮았지만 이젠 그렇지 않았다. 나는 "젓가락"을 설명하고 싶었는데 그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는 것에 대해 그동안 이것도 모른 채 살아온 나 자신에게 화가 치미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예를 들자면 휴가가 어땠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이탈리아에서 우동면 같이 뚱뚱한 면으로 만든 파스타를 먹었는데 그거는 피렌체 근방에서만 볼 수 있는 특산물인 것 같더라고. 거기서 사 올 걸 하고 독일에 돌아와서 후회했지 뭐야."라는 말을 구구절절 어떻게 잘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저 "어 거기서 파스타 진짜 맛있는 거 먹었었는데 너무 좋더라." 정도로 문장을 끝내버리는 것에 대해 답답함이 쌓이면서 그 답답함에 대한 분노의 화살이 나 자신에게 향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독일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내가 초래한 결과이긴 하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도 여기에 사는 동안 참 치열하게 살았는데 열심히 산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은 그 순간에는 없다. 그저 독일어를 공부하지 않고 탱자탱자 논 게으름뱅이만 보일 뿐이다.
오늘도 남편과 산책을 하다가 일본에 있는 '히노끼 탕'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싶었는데 당최 이것을 어떻게 문장을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는 것이다. 한참을 어버버 하다가 순간 울컥해서 집에 오는 내내 눈물만 뚝뚝 흘렸다.
남편은 나를 도와준답시고 나름의 추리로 열심히 구글을 뒤지더니 이거는 독일에 없는거라 설명하기가 어려웠을 거라며 나를 위로해 줬는데 그 위로가 나에게는 더 비참하게 다가왔다. 탓할 사람도 없고 나 자신을 탓하자니 내가 가엽고 그냥 이 새장에 갇힌 듯한 느낌이 나를 좌절에 빠뜨렸다.
그간 일만 하고 Alltagsdeutsch를 쓸 일이 적다 보니, 대화를 한다고 해도 남편 하고만 하니 내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사람하고의 대화는 내 독일어 실력을 크게 도와주지는 못하는 것이다.
사실 내가 부족한 점이 있고 이를 고치고 싶다면 보완을 하면 된다. 나는 특히 뭔가 설명을 하는 것을 잘 하지 못하니 잘 설명하는 방법을 연습하면 된다. 그저 부족한 것이 보일 때 마다 고치면 되는데 게으른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그것마저 또 미루게 된다. 그리고는 또 이런 현타가 반복이다. 써놓고 보니 나 자신이 한심하게 보이는데 ㅋㅋ 그냥 이렇게 우울한 날들이 있곤 한다. 이런 찌질한 나도 나의 일부이니 잘 토닥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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