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장면이 나의 무의식에 숨어있던 어떤 감정을 건드리게 되면 나도 모르는 불안, 분노 혹은 우울이 생길 수가 있다. '오늘 무슨 일이 있던 것도 아닌데 갑자기 왜 그럴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 이유가 없는 건 아니다. 내가 방금 겪은 일이 나의 무의식에 있던 어떤 부정적인 기억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나는 왜 불안할까
무의식?
이따금씩 기분이 좋다가도 갑자기 확 기분이 나빠지거나 확 불안해지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그 순간을 잘 넘기지 못하면 그날 하루는 완전 공치는 거다. 가만히 있다 보면 슬슬 불안한 감정이 나를 덮치기 시작하면서 침대에 누워 눈물만 주룩주룩 흘리게 되는 거다.
이런 감정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고 돌면서 왜 나는 여기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거지, 남들은 이것도 저것도 다 하고 있는데 나는 루저처럼 하루 종일 뭐 하는 거지 이런 생각이 들다가 나라는 인간은 참 인생을 헛사는구나 나 왜 살지 싶은 마음이 들면서 우울한 마음으로 발전이 되는데 거기까지 감정이 다다르게 되면 이제 걷잡을 수없이 우울海 라는 바다에 풍덩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한 유튜브를 통해 어느 정도 그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나의 무의식이라는 것이다. (궁금한 사람은 '이유 없이 기분 나빠지는 사람만 보세요'라는 영상 참고)
영상 내용을 대충 얘기하자면 재밌는 내용의 영상을 보다가도 그 영상에서 누군가 만들어내는 몸짓이 어린 시절 나를 학대했던 부모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어 갑자기 기분을 나쁘게 만든다는 것이다.
나는 어린시절의 기억이 거의 없다. 심리상담을 받으면 으레 거치게 되는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과정이 있는데 나는 정말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어 상담이 잘 진전되지 못했다. 기억난다고 해봤자 아주 어린 시절보다는 아주 희미한 중학생 시절부터.. 그것도 부정적인 몇 장면만 생각날 뿐이다. 주로 엄마에게 맞은 기억인데 슬프게도 나는 이것 말고는 기억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아무튼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내가 괴로워서 묻고 싶었던 기억이 나의 무의식을 통해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유를 알았으니 좀 낫느냐? 그건 맞긴 맞다. 내가 어떤 일에 욱 하게 되더라도 아 내가 지금 과거의 어떤 기억을 건드렸구나 그래서 화가 났구나 하고 인정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나아지느냐? 그건 독일식으로 말하자면 Jain. 네 이기도 하고 아니오 이기도 하다는 애매한 말인데 나의 감정을 알아챈 이후 이전보다 더 행복해졌느냐?라는 질문에는 아니오라고 답할 수 있겠다. 이제부터가 또 다른 싸움의 시작인 것이다.
그래서 상담을 받고 있다. 물론 한국처럼 주기적으로 받진 못한다. 온라인을 받는 상담이라 대면상담보다는 훨씬 저렴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부담되는 건 사실이다. (상담 가격이 과하게 비싸단 소린 아니다. 그냥 나의 경제적 능력이 그에 못 미친다는 뜻..) 다행히 독일에서는 보험처리를 해서 몇 회 정도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모양인데, 아직 제대로 된 상담을 시작하진 못해서 이렇다고 말하긴 어려울 듯싶다. 아무튼 한국과 비교해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는 것은 분명히 말할 수 있겠다. 기회가 되면 이에 관해서 한번 적어볼 듯싶다.
순간의 우울 털어내기
일단 아는 거 깡그리 모아보자
일단 감정 컨트롤에 좋다고 하는 건 깡그리 긁어보았다. 이에 효과를 보는지 못 보는지는 개인에 따라 다를 테지만 말이다.
1. 4,7,8 호흡법
무작정 눈을 감고 4초 동안 숨을 들이쉬고 7초 동안 숨을 참고 8초 동안 입으로 숨을 내쉬는 방법인데 호흡을 컨트롤하면서 마음도 같이 진정이 되는 효과가 있다.
2. 호오포노포노(Hoʻoponopono) / 명상
일종의 명상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하와이에서 유래된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이라고 하는데 눈을 감고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용서하세요'라고 수없이 되뇌는 것이다. 호오포노포노로 명상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유튜브 영상들이 있으니 검색해보면 된다.
http://www.100ssd.co.kr/news/articleView.html?idxno=56483
이는 호오포노포노에 관한 백세시대라는 곳에서 쓴 칼럼이다.
3. 이미지 트레이닝
이건 두잇이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본 방법인데 눈을 감고 에메랄드 빛 구슬을 삼킨다 생각하고 숨을 들이마신 뒤 그 구슬이 액체처럼 온몸에 퍼진다 생각하며 숨을 내쉬는 것이다.
혹은 불안을 사물이라고 생각하고 이것을 뭉쳐서 밖으로 꺼낸다 생각하거나 무언가 차가운 것을 삼키고 그게 내 몸 안에 촥 퍼져서 나를 진정시킨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직접 해본 결과 의외로 효과가 없진 않다.
4. 손뼉 치기
언젠가 공공 화장실에서 본 것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나는 내가 정말 좋아'로 손뼉 치기. 어이없지만 따라 하다 보면 어이없게도 웃음이 난다.
자, 따라 해 보자:
나^는^내^가^정^말^좋^아^
나는^^내가^^정말^^좋아^^
나는내가^^^^정말좋아^^^^
나는내가정말좋아^^^^^^^^
나는 어떻게 감정을 털어내는지에 대해
신체적인 활동이 중요
1. 청소하기
시덥잖은 활동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가장 즉각적인 효과를 주는 활동이다. 특히 내가 평소에 싫어하는 일을 할수록 그 효과는 더 크다.
나는 청소기 돌리는걸 너무나도 싫어하는데 이런 감정 상태에서 청소기를 한번 돌리고 나면 금방 마음이 진정이 된다.
집안일에 관련해서 추가하자면, 이건 일전에 인스타그램에서 본 건데 귀가하기 전에 내가 해야 할 일을 순서대로 중얼대며 외워뒀다가 귀가하자마자 해야 할 일들을 한 번에 해버리면 그 순간에는 절대적인 명상에 가까운 효과가 난다고 했던 것 같다. 실제로 집안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하게 되는데 일이 딱 끝나는 순간 묘한 안도감이 들면서 성취감이 생긴다.
2.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대화
이것은 사실 해외에 사는 나에게는 조금 어려운 방법이긴 하다. 하지만 효과는 확실하다.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나면 엔도르핀이 솟아오르면서 뭐든지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 남편은 세상 긍정적인 사람인데, 이 이유 중 하나에는 주기적으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있지 않을까 싶다.
3. 무작정 외출하기
우울한 감정에 빠지게 되면 스스로를 좁고 어두운 공간에 가두려고 하는데 일종의 개미지옥 같은 거다. 그래서 무작정 공원 같은 곳으로 외출을 하면 이에 큰 도움이 된다. 집에 반려견이 있다면 밖으로 나갈 더 좋은 핑계가 되는데 나가도 되고 안 나가도 되는 거랑 강아지 산책을 가야 한다는 의무랑은 동기부여가 다르다. (실제로 독일은 하루 2시간 정도 산책을 의무적으로 하게 법이 바뀌었다고 한다. 주별로 어떤지는 찾아봐야 알겠지만..)
실제로 우울증 치료 프로그램 중에 원예치료가 있고 병원에서도 초록색을 볼 수 있는 창가에 누워있는 환자와 벽을 보는 자리에 누워있는 환자와 비교해서 회복 속도가 차이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한다.
꼭 공원에 가지 않더라도 본인이 좋아하는 목적지에 가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나는 슈퍼마켓을 가는 걸 좋아해서 일부러 그쪽으로 외출할 때가 있다.
4. 감정일기
내 안에서 순간 어떤 강한 부정적인 감정이 들었을 때 내가 지금 어떤 감정상태에 있고 왜 이런 감정을 가지게 되는지 거슬러 올라가면서 원인을 찾아나가는 것이 상당한 도움이 된다. 컴퓨터보다는 자필로 공책 같은 곳에 적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5. 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
도저히 다른 부정적인 잡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신체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다. 나가서 무작정 전속력으로 달린다던지, 밖에 나가기 힘들다면 아파트 계단을 2-3칸식 올라가는 등의 운동을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땅끄 부부 같은 쉬운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힘든 운동을 하다 보면 일단 숨을 쉬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다른 잡생각은 금세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평소에 우울, 분노, 불안 컨트롤하기
내가 자극받는 포인트를 기억해두기
내가 생각했을 때 내가 특히 자극받는 포인트는 '비교'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을 해보자면 영상이나 글을 통해 어떤 행복한 가족에 대한 얘기를 접하게 되면 (우리 집이 화목한 가정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그것이 콤플렉스라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너무 우울해진다. 그래서 나에게 이런 느낌을 주는 유튜브 영상은 일부러 보지 않고 있다.
두 번째로, 한국 사람은 참 열심히 산다. 그래서 집구석에서 가만히 처박혀있는 나에 비해 이 사람들은 이룬 것도 많다. 그 사람들이 이룬 것에 대해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고 그들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라 생각하기 때문에 그 결과에 대해서 존중은 한다. 문제는 그들을 나와 비교하며 나를 미친 듯이 깎아내린다는 것이 문제인데 저 사람들은 저렇게 열심히 사는데 나는 왜 이 모양 이 꼴로 사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다시금 우울해진다. 그래서 정말 좋은 내용들이지만 일부러 이런 매체는 찾아보지 않고 있다.
비슷한 경우로 은근한 강요의 메시지를 지닌 유튜브 영상도 안 보는 편인데 나는 열심히 살고 싶지 않은데 자꾸 열심히 살지 않는 너는 루저!라는 기분을 들게 하는 영상들이 있다. 물론 그들이 하는 말 다 맞는데 나는 열심히 살고 싶지 않은데 자꾸 그런 나용의 영상이 보이면 나는 또다시 내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나쁜 사람으로 만들게 되어 이런 채널들도 잘 보지 않는다.
1. 휴대폰 사용량 줄이기
모두가 알지만 잘 실천하지 못하는 방법이다. 휴대폰을 단순히 쓸데없는 일에 장시간을 사용하게 되면 하루가 끝나고 내가 여태 뭘 한 거지라는 생각과 함께 허무하고 내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휴대폰을 멀리 하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좋다. 스스로 절제하지 못한다면 파트너에게 휴대폰을 맡기고 디톡스를 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다.
2. 소셜미디어 줄이기
1번의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얘기다. 불필요한 소셜미디어의 사용을 줄이는 것인데 특히 릴스는 생각 없이 스크롤을 내리다 보면 금방 몇 시간이 지나있고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땐 내가 여태 뭘 한 거지라는 생각에 자괴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스스로 절제하기 어렵다면 앱을 다 삭제를 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3. 산책하기
'매일' 그리고 '규칙적인 시간'에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경우 요즘엔 매일 오후 6시에 강아지 산책을 나가는데 그전에 어학 시험을 준비하던 시절 아침마다 10분이라도 걷던 것이 참 도움이 많이 되었다. 쓰다 보니 아침 산책도 다시 나가야 할 듯싶다.
4. 감사일기
'회복탄력성'이라는 책에 의하면 규칙적인 운동과 감사일기가 멘탈에 큰 효과를 준다는 내용이 있다. 그 이후로 나는 꼭 잠자리에 들기 전 5개 정도 내가 감사한 것을 노트에 적어 내리고 있다.
5. 보조제 복용
지금은 안 하지만 Weleda라는 브랜드에서 나오는 Neurodoron이라는 보조제가 있다. 처방전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약만큼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나름 효과가 있는 편이었다.
6. 파워포지션
이는 터닝포인트-위대한 성공의 시작점이라는 유튜브에서 미국 대통령 4명의 멘탈관리법 이라는 제목을 가진 영상에 관한 것이다. 여기서 토니 로빈스라는 사람의 멘탈 훈련 방법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 대충 소개를 하자면 이렇다:
1) 슈퍼맨처럼 일어서서 허리에 손을 두고 가슴을 쭉 편 뒤 2분 동안 호흡을 한다. 앉아 있는 상태라면 손을 깍지 끼어 뒤통수에 대고 발을 어디엔가 올려놓고 눈을 감는 게 동일한 효과를 가지고 올 수 있다. (일명 회장님 자세?)
2) 내가 이전에 성취했던 일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그때로 돌아간 것처럼 생각해 본다. 이는 조던 피터슨의 인생의 12가지 법칙이라는 책에도 나온 방법이란다. 생각해보니 시크릿이라는 책하고도 좀 비슷한 것 같다.
7. 거울 속의 나와 하이파이브
이는 동일 유튜브에서 본 '3초 만에 두뇌를 속여서 최대치의 능력을 끌어내는 법'이라는 영상인데 그저 매일 아침 화장실에서 '다 괜찮아', '난 할 수 있어'라고 속삭이며 거울 속의 나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것이다. 실제로 며칠 해본 결과 좀 부끄럽긴 하지만 나에게 웃음을 주는 방법이었다.
물론 마음의 문제는 영원히 관리하며 살아야 한다고 각오하고 있다. 그래도 살다 보면 점점 요령이 생겨서 부정적인 마음이 들다가도 곧 다시 긍정적인 나로 돌아올 수 있으리라 하고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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