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변화의 시작점이기도 한 나의 첫 워킹홀리데이. 나의 첫 목적지는 호주였다. 워킹홀리데이를 가겠다고 결정한 것도 아마 별생각 없이 충동적으로 결정했던 기억이 난다. 별 고민 없이 결정한 호주행이었지만 그 선택은 나의 최고의 선택이 되었다. (유학원 통해서 간 건 인생 통틀어 제일 멍청했던 선택이었지만..)
워킹홀리데이 결정 계기
내 인생의 모든 결정은 충동적이었다
당시에 다니던 과가 맞지 않아서 심적으로 많이 지쳐있던 상황이었다. 요즘에야 그렇지 않지만 예전에는 선후배 간 '군기'라는 걸 잡는다는 전통을 위장한 악습을 가지고 있는 학교들이 있었는데 바로 내가 그 희생양 중 하나가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선배라고 해도 햇병아리 같은 애들이 선배라는 이유로 후배에게 체벌을 가했고 그 결과 나는 다리가 심하게 삐어 한 달간 깁스를 하고 다녀야 했다. 그리고 당연했지만 나에게 사과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때가 1학년 봄이었고 그 이후로 나는 그 학교 자체에 정이 떨어져 버렸다.
그렇게 성적도 바닥인 채로 방황하다 1년이 지난 2학년 봄 즈음에 호주 워킹홀리데이에 관해서 우연히 알게 된 듯싶다.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마침 코엑스에서 워킹 홀리데이 설명회 같은 게 있었고 재미 삼아 가볼까 했다가 뭐에 홀린 듯이 계약서에 사인을 해버린 것이다. 그 이후에 나는 부모님에게 어학연수를 핑계 대며 휴학을 하겠다 설득을 했다.
쓰고 보니 참 나는 처음부터 인생이 충동적인 사람이구나 싶다. 도저히 j 가 될 수 없는 p의 인생이란 🤣
내가 등록했던 유학원은 지금은 존재하는지 모르는 강남의 모 대형 유학원이었다. 지금 생각하니 거기는 정말... 합법적인 사기꾼들의 모임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내 돈(정확히는 부모님 돈)을 무자비하게 뜯어갔고 나는 으레 유학이란 돈이 많이 들기 마련이지 하고 바보같이 돈을 갖다 바치고 있었다. 이 자리를 빌려 유학 준비하는 분들, 혼자 준비하세요.......... 유학원은 어차피 아무것도 몰라요... 내가 돈 내고도 내가 알아봐야 하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이런 유학원은 현지에 있는 어학원과 아싸리 짜고 커미션을 받는 형태로 학원을 소개해 주곤 하는데 그게 멜버른에 있는 Embassy라는 어학원이었다. 얼마 전 궁금해서 그 학원에 대해 찾아봤는데 없어진 것 같더라... 라트로브 스트릿에 있던 학원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무튼 한 가지 이 유학원이 잘한 것은 그 (비싼) 어학원을 연계해준 것이고 그 덕에 나는 다양한 국가에서 온 사람들과 친구를 할 수가 있었다. 그들 중 몇몇은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연락을 하고 그중 한 친구 하고는 주기적으로 만나기까지 하니. 어쨌거나 유학원 덕이라면 덕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하며 만난 인연
세상을 혼자 살아가는 것에 대해 배우게 되다
독일의 어학원과 달리 호주의 어학원은 말 그대로 소셜라이징을 위한 학원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다 같이 하는 활동이 많았다. 그중 내가 기억하는 것은 매주 화요일마다 비정기적으로 공원에서 바비큐 파티를 했던 것과 수요일엔 나이트클럽, 그리고 목요일엔 Turf Bar에서의 모임이었다. 여기에 다른 친구들과 농구를 하러(나는 관객ㅋ) 가기도 하고 영화도 봤던 기억이 난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몇몇 친구들과는 빅토리아 나이트 마켓에 가서도 재밌게 놀았던 기억이 난다. 이때 어디에선지 모를 곳에서 구매한 Merlot 멜롯 와인이 참 맛있었는데...... Turf Bar에서 늘 마시던 Fat Yak라는 에일도 생각이 난다. 그땐 그걸 너무 좋아해서 Coles에서 6 pack으로 사다 쟁여먹었던 기억도 난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그 경험은 다시 하지 못할 소중한 기억이었는데 당시의 내가 너무 어렸고, 지금도 철은 없지만 그땐 더 철이 없었고 미숙해서 실수를 저지른 것만 생각이 나 참 아쉽기도 하다. 물론 세월이 지나 그들이 나의 실수를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원래는 반년만 머물겠다고 한 것이 1년을 꼬박 머물게 했는데 (정확하게는 10개월 정도) 돈을 벌어보고자 3개월 정도 호주 카페에서 일을 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영어도 정말 못한다 생각해 늘 주눅 든 상태로 일을 하다가 마지막에는 거의 잘렸던 기억이 나는데 당시에 나보다 영어를 못했던 친구가 보란 듯이 스스로의 힘으로 영주권을 얻고 마침내 최근에 시민권을 얻은 것을 보면서 참 대단하다 싶고 내가 나의 능력을 너무 과소평가해 도전을 망설였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에게 혹독 한 건 매한가지구나.
글을 쓰면서 지금 내가 이때의 잘못을 다시금 저지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내가 나를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나는 친구들 말처럼 사막에 던져놔도 잘 살 것 같은 사람인데, 그리고 남편의 말처럼 참 강한 사람인데 말이다.
그리고는 미래의 내 아이는 경쟁하지 않고 내 의견을 나이 상관없이 자유로이 토론하는 독일에서 남편처럼 자신감 있고 긍정적인 아이로 기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이트클럽에서 춤 실력 상관없이 막춤이라도 그들과 신나게 추던 일, 당시에 가깝게 지내던 친구들과 시드니로 놀러 갔던 일, 워홀을 마무리하며 혼자 떠난 여행.. 이 모든 것이 나에게 너무나도 좋은 추억이 되었고 또한 지금의 나를 이루는 소중한 자산 중 하나가 되었다.
고향은 아니지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도시 멜버른, 요즘에는 어떻게 변했을까? 참 궁금하다. 언젠가 남편과 함께 멜버른으로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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