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소세지는 생각보다 꽤 짜다. 소세지가 짠 건 당연하겠지만 독일 소세지는 생각보다 더 짜다. 그래서 생각보다 소세지를 그렇게까지 즐겨먹지는 않는데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고 꽤나 즐겨먹는 소세지가 있다. 그건 바이에른 지방의 특산물 중 하나인 Weißwurst(바이스 부어스트)인데 이는 먹는 방법도 다소 독특하다. 이를 제대로 먹기 위해서는 약간의 사전 정보와 스킬이 필요하다.
바이스 부어스트에 대한 짤막 지식
12시 이전에 먹어야 한다고?
바이스 부어스트에 대해 바이에른 사람들은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일종의 삼종 세트로 바이스 부어스트(Weißwurst)+브레첼(Brezel/Brezn)+밀맥주(Weißbier)의 조합으로 즐기는데 들리는 말에는 12시 이전에는 먹어야 한다는 말이 있었지만 그건 냉장 시스템이 없던 옛날에 소세지가 빨리 상하기 때문에 나온 말이고 요즘에는 전혀 상관없는 말이긴 하다. 하지만 바이에른 사람들은 지금도 바이스 부어스트는 아침에 먹는 소세지라고 칭한다.
이 소세지는 먹는 방법도 참 다양한데 일단 이 소세지의 껍질(Pelle)을 벗겨서 빨아먹던지 (zuzeln) 혹은 칼로 잘라먹던지(schneiden) 그리고 벗겨서 먹는다면 어떻게 벗겨먹는지, 칼로 잘라먹을 땐 어떻게 잘라서 먹는지 등 참 다양하게도 먹는 편이다. 껍질은 먹어도 되지만 다소 질기다고 한다.
바이스 부어스트의 조리
굽지 말고 덥혀라
바이스 부어스트의 생김새는 다른 소세지들처럼 Darm에 속재료를 채워 넣는 모양을 하고 있다. 다른 소세지들을 생각하면 조금 길고 얇은데 바이스 부어스트는 조금 짧고 통통하다. 우리 가족은 늘 에데카의 정육 코너에서 파는 바이스 부어스트를 사는 편인데 가공되어 파는 것보다는 당연히 조금 더 비싸다. 하지만 크기도 더 크고, 신선하고, 맛도 조금 다르다.
먼저 준비과정으로는 바이스 부어스트를 냄비에 담아 따뜻한 물에 덥혀두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건 물은 절대 끓으면 안 된다. 끓는 물에 담글 경우 옆구리가 터져버리기 때문에 물이 끓지 않도록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바이스 부어스트는 겉면에 물이 마르지 않도록 이따금씩 살짝 눌러 물에 담가줘야 한다.
바이스 부어스트는 꼭 브레첼과 먹어야 하는데 원래는 슈퍼마켓에 파는 냉동 브레첼을 사다 먹지만 이날은 전날에 미리 사놓는걸 깜박해서 아침에 빵집에서 사 왔다. 여기에는 바이에른 식 단 겨자를 꼭 곁들여 먹어야 하는데 보통 Händlmaier라는 브랜드의 것을 사 먹는다. 겨자도 사놓는걸 깜박해서 😅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하나 굴러다니던 게 있어서 살았다.
소세지는 가운데를 포크로 쿡 집어 냄비에서 가져온 뒤 가운데를 저렇게 주욱 세로로 자른다. 껍질은 생각보다 질기기 때문에 한 번의 칼질로는 잘 안 잘리는데 그러면 마지막에 걸리는 껍질을 붙잡고 주욱 떼주면 손쉽게 소세지가 떼어진다.
바이스 부어스트가 뜨거울수록 껍질에는 더 많은 소세지 조각이 붙어있게 되는데 잠시 식도록 기다려주거나(그럴 일은 잘 없지만 ㅋ) 아님 칼로 스윽 긁어서 먹으면 된다. 바이에른 사람들이 바이스 부어스트를 먹는 방법을 소개한 유튜브에서는 이런 식으로 먹는 방법을 der Schaber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는 schaben이라는 동사에서 온 건데 밀다, 긁다 이런 의미를 가진 단어이다.
보통은 브레첼에 버터와 단 겨자를 곁들여 먹지만 나는 겨자보다는 개인적으로 오바쯔다라고 하는 바이에른 산 스프레드(Aufstrich)를 발라먹는걸 참 좋아하는 편이라 늘 같이 곁들여 먹는다. 이전에 우리를 방문했던 윗 지방에 사는 남편 친구가 상당히 신기해했던 걸로 봐 선 오바쯔다는 여기서만 구매할 수 있는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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