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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함께하는 독일생활/하루하루 독일일상

독일어를 잘해야 한다는 압박

by nDok 앤독 2022.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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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이제 어느 정도 살다 보면 이런 말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 "이제 x 년 살았으니까 원어민 저리 가라겠네~". 그 순간부터 독일어를 잘해야 한다는 압박은 시작된다. 


독일어에 대한 압박감

 

물론 각자의 입장이 다르겠지만 남의 시선에 대해 굉장히 신경을 쓰며 살아온 나는 누군가가 나의 독일어를 들어보고 "너는 x 년이나 살았는데 왜 독일어를 잘 못해? 이제 원어민처럼 하는 거 아니었어? " 따위의 말을 듣는 것이 두려웠다.

그러니까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나에 대해 넌 보잘것없는 사람이야 하고 평가하는 그 말들이 두려웠던 것이다. 그런 말들이 일종의 압박이었는지 특히 말하기에서 막힐 때 좌절감이 느껴지며 나는 ㅇ년이나 살았는데 왜 아직도 말이 이렇게 안 나오지?라는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 대한 압박감

 

자랑하려는 건 아니지만 나는 발음이 꽤 좋은 편이다. 거기에 그 나라의 억양도 곧잘 흡수하는 편이다. 물론 완벽을 따지자면 절대 그건 아니지만 한국인 억양이 없어 적어도 나가 짧게 짧게 하는 말을 듣고 한국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잘 없다.

나는 호주 멜버른에서 약 1년간 워킹 홀리데이로 살아본 적이 있는데 호주를 떠날 때 즈음 나의 영어는 아직도 형편없었지만 적어도 억양은 호주 사람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게 나의 불행의 시작이 될 줄이야 그 누가 알았겠는가.. 

 

호주에 있을 때도 그리고 현재 독일에 있을 때도 나에게 사람들은 그 나라 언어를 '잘한다'라고 한다. 물론 현지인이 나한테 그런다는 것이 아닌 그 언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그러는 것이다. 그 나라의 언어를 잘 못하더라도 일단 발음이 좋고 억양이 그럴싸하면 사람들은 그 나라의 언어를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원어민이 들으면 이상한 단어와 틀린 문법을 쓰는 게 바로 티가 나니 나가 현지인으로 오해받는 일은 없다. 그런데 나는 사람들이 말하는 'ㅇㅇ는 영어/독일어 잘하니까'라는 말이 나를 짓누르는 압박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는 그런 말을 했는지조차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한마디에 사로잡혀 압박감에 시달려왔다. 앞으로 볼 일도 없는 사람들의 그 단순한 말 한마디 때문에.. 

 

나는 그렇게 나를 뭣도 모르는 사람들이 평가하는 말에 사로잡혀 나 자신을 너무 오랫동안 괴롭혀왔다. 그리고 이제야 나는 나는 원어민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법륜스님 말씀처럼 나는 그냥 한낱 잡초일 뿐이었는데 뭔가 대단한 사람이 될 것인 양 기대치를 높인 것이 문제였다. 내가 스스로 터무니없이 높게 설정한 허들을 넘지 못하니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높이뛰기 초보에서 한순간에 양학선 선수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내가 나를 무슨 엄청난 마법이라도 부릴 수 있는 것처럼 뼈를 깎는 노력 없이도 당연히 이 사람처럼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던 것이다. 원어민이 아니니 언어가 막히는 건 당연한 현상이다. 내 독일어가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원어민’이 될 수는 없다.

 

 

나는 나로서 살면 된다

누군가의 인정은 필요치 않다

 

그들이 여기에 태어나서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흡수한 그 언어와 문화를 내가 한순간에 따라잡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물론 몇십 년 살다 보면 어느 정도 그들의 위치와 비슷하게 될 수는 있겠지만 아주 '독일인'처럼 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다. 

 

내 독일어가 누군가의 기대에 훨씬 못 미치더라도 나는 나로서 살아가면 된다. 내가 독일어를 못해서 그들이 나에게 실망하면 내가 뭐 직장을 잃나? 건강이 안 좋아지나? 갑자기 길거리의 모두가 나를 보고 손가락질을 하게 되나? 아니다. 그들도 보잘것없는 한낱 잡초에 불과하다. 잡초가 잡초에게 뭘 잘못할 수 있을까? 사실 그런 말을 실제로 들어본 적도 없고 실망한다 할지라도 나를 함부로 평가하는 그런 사람 하곤 조용히 연락을 끊으면 되고 내적으로는 내 독일어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상당히 괜찮구나 라는 식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나를 가르친 어학원 선생님은 50년가량을 독일에 사셨고 철학을 공부하셨으며 독일어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이시기도 하다. 그분을 보면 어떤 때는 영락없이 독일인 같이 보이기도 하다가도 인도에는 고작 20년만 사셨다 하셨지만 여전히 인도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다. (식습관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성인이 되기까지의 시간들은 평생을 좌우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나를 독일인이 되려고 그들의 틀에 나를 끼워 맞출 필요는 없다. 꼭 이 사회에 잘 섞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그럴 수도 없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말이 있다. 뱁새는 황새가 될 수 없다. 대신에 매력 있는 뱁새가 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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