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커뮤니티에 종종 올라오는 글들 중 하나는 바로 독일인들의 성격에 관한 얘기이다. 그중에서도 비즈니스 적인 측면에서 특히 자신의 실수에 대해 전혀 인정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 언급을 하며 "독일인들은 왜 그러지?"라는 의문을 가진다.
회사생활을 하면 한 번씩은 다들 경험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독일인들은 자신의 실수로 일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해 웬만하면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아예 들어본 적이 없다. ) 한국인 입장에서는 그거 사과 하나 하는 게 그렇게 어렵나? 싶은데 길진 않지만 몇 년 살아보니 아 이런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비즈니스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이런 것에 대해 잘 알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바로 내가 하는 모든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한국에서 일반적인 직장인 생활을 해 보진 않았지만 으레 드라마 같은 곳을 보아도 사실 내 잘못이 아닌데 그냥 현재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그래 내가 잘못했다 하고 얼버무리며 문제 상황을 매듭지으려 하는 장면이 한두 군데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절대 그러면 안 된다. 이것은 내 잘못이요 하고 시인하는 순간 회사 측에서는 "그래? 그러면 네 실수 때문에 생긴 손해를 네가 물어내야겠다."라는 식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독일 회사 내에서는 말 한마디라도 정말 조심해서 말해야 한다.
특히 책임소재가 애매한 것에 대해서 내가 한순간의 실수로 내 잘못이요 라고 말하는 순간 모든 손해를 다 내가 감당해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 절대 내가 잘못했다는 말은 하면 안 된다. 그렇기에 독일인들의 입에서는 설사 그 실수가 정말 내가 한 것이라도 내가 잘못을 시인한 순간 어떤 손해를 입을지 알 수 없으니 일단 덮어두고 내 잘못 아닌데? 하고 나오게 되는 것이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여기에 정말 개인적인 의견을 더하자면 직장에서 어떤 금전적인 큰 손해가 일어났을 시에 해당 사건 관련자들에게 단순히 정보 수집을 위한 것이라며 이런저런 질문을 할 수도 있다. 나의 과대해석 일진 모르지만 이런 식으로 유도신문 비슷하게 질문을 하여 법적으로 책임을 지울 꼬투리를 찾을지도 모르니 특히 조심하여야 한다.
실제로 나는 내가 퇴사한 지 한참 된 직장에서 당시에 이런이런 사건이 있었는데 몇 가지 물어볼 것이 있다며 나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했었다. 후에 짝꿍이 말하길 이건 너의 책임이 아니니 설사 네가 아는 것이 있다 하더라도 절대 모르쇠로 일관하라는 것이다. 특히 기억나지 않는 것에 대해 이런 것 같다~ 는 식으로라도 어떤 일에 대해 시인을 하게 된다면 법적인 책임이 나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팁은 그저 무슨 얘길 들어도 나는 모르오~ 기억이 나지 않으므로 그 어떤 내용에도 제대로 된 대답을 해줄 수 없다는 식으로 애매한 대답을 하며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야 한다. 다시 한번 언급하지만 특히 퇴사자의 경우 전 회사가 물어보는 것에 전부 대답을 해줄 의무가 없다. 그러므로 나는 이미 퇴사한 사람이니 해당 사건에 대해 권한이 없어 이는 이제 당신들이 해결할 문제이다.라고 딱 잘라서 끝내야 한다.
물론 "당신은 조금 과장해서 생각하시는거 같고요, 우리 회사에서는 순순히 잘못했다고 하던데요?"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모든 회사에 똑같은 일이 벌어지지는 않으므로 내가 가진 경험과 생각이 남들과 다를 수는 있겠지만 주기적으로 이러한 독일인의 태도에 대해 불평하는 글이 올라오는 걸 보면 꽤나 많은 사람들이 관련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그러니 혹시 비슷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항상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한 번쯤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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