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남편의 친구가 놀러 왔다. 저번에 에르딩 온천에 같이 갔던 그 친구다. 이번에도 그 친구는 에르딩 온천에서 있을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왔고 하룻밤 동안 우리 집에 머물기로 한 것이다. 이 친구는 자신이 뮌헨에 있을 동안 무엇을 하고 싶은지 쭉 리스트를 적어왔는데 그중에 하나가 뮌헨에 있는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바베큐 립을 먹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일단은 남편이 낮에 일이 있는 바람에 그 친구와 단둘이 잉글리쉬 가든에서 시간을 때워보기로 했다.
뮌헨에서의 일상은 서울에서의 그것과 비교하자면 한없이 소박하기 그지없다. 공원에서의 산책 혹은 기껏해야 식당에서의 외식이 전부인 것이다. 한국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참으로 소소한 날들이다.
이번에 우리를 다시 한번 방문한 그 친구와도 역시나 소소한 하루를 보냈다. 남편이 낮에는 일 때문에 시내에 나가 있어야 해서 그 친구와 둘이 남편의 볼일이 끝날 때까지 같이 시간을 보내기로 했는데 어디를 갈까 하다가 잉글리쉬 가든에 가보는 게 어떨까 해서 그곳에서 산책을 하기로 했다.
강아지와 대중교통 타고 잉글리쉬 가든 가기
하루 종일 나가 있는 일정이라 강아지 산책을 하지 못해 같이 데리고 나가기로 했다. (참고로 강아지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대중교통 경험이라고 해 봤자 남편과 잠시 타본 버스가 전부였지만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심정으로 일단 한번 태워보기로 했다. 다행히 댕댕이는 첫 장거리치곤 생각보다 잘 버텨주었다.
티켓 안에 강아지 한 마리 정도는 추가 요금 없이 데리고 탈 수 있어서 따로 돈을 낼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대중교통은 생각보다 반려동물에게 스트레스가 되는 일이므로 점진적으로 훈련을 해나가는 것이 제일 베스트인 것 같다.
실제로 일이 벌어지진 않았지만 강아지가 버스 안에서 이따금씩 거세게 숨을 내쉴 때가 있어서 버스 안에서 토하는 거 아닌가 하고 꽤나 걱정을 하게 했다. 마침 여분의 비닐봉지도 휴지도 아무것도 갖고 타지 않았기 때문에 더더욱 마음을 졸였다. 다음에는 꼭 잊지 말고 가지고 타야지.. 하지만 다행히 낑낑거림이 심하지도 않았고 강아지에 굉장히 너그러운 나라답게 귀여워해 주는 분들도 계셨다.
우여곡절 끝에 잉글리쉬 가든에 도착을 했고 우리는 얘기를 나누며 꽤나 오랜 시간 동안 공원을 거닐었다. 잉글리쉬 가든은 뮌헨에서 제일 큰 공원인데, 양옆으로 큰 것이 아닌 위아래로 길게 되어있는 형태라 많은 주민들에게 접근성이 좋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일전에 유튜브에서 공원이 같은 면적이어도 형태가 어떠냐에 따라 이득을 보는 사람들의 숫자가 배로 차이 난다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잉글리쉬 가든의 경우가 딱 길게 나 있는 경우인데 길이가 정말 길어서 어디 사는 사람이든 간에 쉽게 공원에 갈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자연을 중하게 여기는 독일인의 특성상 많은 사람들이 만족할 만한 그런 도시계획이지 않나 싶다.
그렇게 한참을 물 한 모금 없이 몇 시간을 공원을 걷다가 안 되겠다 싶어 가기로 한 바베큐 립 레스토랑 근처에서 목을 축이며 남편을 기다리기로 했다. 다행히 근처에 문을 연 카페가 하나 있어 거기로 갔는데 자리도 딱 야외 테이블 이어서 특히 강아지가 있는 나에게는 더욱 좋은 자리였다.
이때 나는 아마 타이 레모네이드? 이런 걸 시키고(그냥 레몬 대신에 라임을 넣어서 그렇게 이름을 지은 듯.. ) 남편의 친구는 독일인답게 아페롤을 시켰다. 신기하게도 저 아페롤은 오이를 넣어서 독특한 맛이 났다. 개인적으로 아페롤은 쓴 맛이 나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별로 쓰지도 않았고 은은하게 느껴지는 오이 향이 나쁘지 않았다.
평소에 에너지가 넘쳐나던 댕댕이도 몇 시간 강행군에 지쳤는지 바닥에 홀라당 누워버렸다. 그래도 이렇게 힘을 잔뜩 빼놔야 밤에 나가자고 보채지 않아서 차라리 힘들게 돌아다니길 잘했다 싶다.
남편이 오고 얘기를 나누다가 바베큐 립을 먹으러 이동했다. 원래는 집 근처에 있는 다른 유명한 맛집이 있는데 하필이면 그 친구가 올 때 그 레스토랑이 문을 닫는 마람에 차선책으로 가게 된 곳인데 립도 굉장히 부드럽고 맛있었다.
한 가지 재미있던 건 메뉴 중에 코리안 바베큐 립이라는 메뉴가 있었는데 한번 먹어볼까 싶다가도 왠지 내가 생각한 그 맛이 아닐 거 같아서 고르지 않았다. 그러자 남편이 자기가 한번 먹어보겠다며 호기롭게 주문해 보았고 이윽고 받은 립은 맛은 꽤 있었으나 태국의 향이 살짝 났던 것 같다. 그래도 뭐 맛있었으니 만족스러웠던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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