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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함께하는 독일생활/하루하루 독일일상

해외 생활 중 유난히 한국이 그리울 때 | 한국과 독일사이

by nDok 앤독 2024.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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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생활을 하다 보면 흔히들 들리는 말이, 사람마다 각자 맞는 나라가 있다고들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성격상의 이유이지만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인데, 힘든 날이 나를 찾아올 때마다 '혹시 이 나라 말고 나에게 더 맞는 나라가 있지 않을까? 나의 무지로, 내가 나를 잘 모르기 때문에 지금 이 시궁창에서 뒹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따위의 멍청한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아무리 맞는 나라에 살고 있다 한들, 인생이 어찌 꽃길만 있겠는가, 밥 로스의 말 처럼 어둠이 있으니 빛이 있는 것이다. 
 
남들은 다들 나를 부러워한다. 외국 나가 사니 얼마나 좋니, 탈 한국을 축하한다, 나도 너처럼 해외 생활 한번 해 보면 소원이 없겠다, 너는 힘든 일도 없겠다 거기는 모든 것이 다 좋지 않니... 나처럼 해외 생활을 해 본 사람들은 지겹게 듣는 말이고 또 나를 외롭게 만드는 말들이다. 
 
처음에는 그 말들이 다 짜증이 났고 네가 나를 알아? 한국 가고 싶어도 비행기 티켓 값이 비싸서 티켓을 끊지 못하겠는 내 마음을 네가 아니? 원하는 때 가족 볼 수 있고 한국어를 쓰며 생활한다는 것이 얼마나 복 받은 것인지 니들은 모르겠지 등 그들의 말들을 마음속으로 비난하기 바빴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보니 내가 그들 입장에 있었어도 그들처럼 말 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100프로 확신할 수 있는가?라고 나 자신에게 물어보니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들이 묘사하는 독일이 내가 살고 있는 독일과 일치한다는 걸 시인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저 문득 생각해 보니 내가 한국에 있는 내 친구들을 봤을 때 '니들은 그게 복인 줄 모르겠지'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있고 그들 또한 나를 보면 '배가 불렀네'라고 생각이 드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마음 속을 되뇌는 것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가끔씩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일명 '현타'가 오는 일들은 분명히 있고 해외 생활에 대한 회의감을 들게 할 때가 있다. 
 

해외 생활이 빡센 이유 1. 


굳이 독일이 아니더라도 나처럼 해외 생활을 하는 동포들은 분명히 이해를 하는 테마일 것이다.. 
 
독일에서 일을 하기 전, 계약서를 읽어볼 때 특정한 단어나 문장의 뉘앙스 파악이 힘들 때이다. 한국어로 쓰인 계약서도 문구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법적 효과가 달라지는 용어들이 분명 있을 것인데, 이걸 외국어로 읽고 그 의미를 이해하자니 정말 머리가 터질 것 같다. 
그리고 많은 경우 이런 뉘앙스를 놓쳐서 협상 시 나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게 되는 일들이 항상 있다.. 
 

해외 생활이 빡센 이유 2. 


의사 보기가 너무 힘들다. 물론 응급의 경우는 다르지만 심각한 정도가 아닌데 나는 죽겠는 경우, 나는 당장 의사를 보고 싶은데 의사를 보기는 불가능에 가깝고 설사 의사를 만난다 할지라도 겉으로 보이는 심각한 문제가 없다면 '차를 마시세요' 라던지 '충분한 잠을 자세요' 라던지 '물을 많이 마시세요' 등의 처방을 받기 일쑤다. 실제로 나도 이런 내용을 "처방"받은 적이 많다. 물론 항생제 쓰는 거 좋지 않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 분명 이 몸 상태는 약을 써야 하는 몸 상태인 것 같은데 이렇게 거절받게 되면 마음이 힘들고 특히 혼자 사는 사람의 경우 내가 죽으면 누가 구급차를 불러주지?라는 생각까지 들 수도 있다. 
 
여성의 경우는 이해할 텐데 스트레스였는지는 모르지만 생리를 엄청 늦게 시작한 달이 있었다. 원래는 아무리 늦어도 3일 안에는 무조건 시작을 했었기에 생리를 안 한지 일주일이 넘어가고 임신을 한 것도 아닌데 소식이 없으니 마음이 정말 불안했다. 
 
이런 이유로 내가 다니던 산부인과에 전화를 했고 일주일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니 일단 기다리라는 답변만을 들었다. 그리고는 자기가 몇월 며칠 오전에 예약을 잡아 줄 테니 그때 오라고 했다.
홈 오피스를 하는 사람이야 시간을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서 아무 때나 병원에 갈 수 있다고 쳐도 나같이 출근을 하는 사람들은 일하다 말고 갑자기 두세시간 씩 자리를 비울 수가 없는데 그때 일 때문에 시간을 내기 어렵다고 하니 그럼 다른 병원에 가보란다. 
 
한국에서야 워낙 진료를 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고 점심시간도 긴 편이니 (독일은 6시간 이상 근무의 경우 30분, 9시간 이상의 경우 45분의 휴식시간이 주어진다. 물론 무급이다.) 점심시간을 틈타 잽싸게 다녀올 수 있는 짬이 난다고 하더라도 독일의 경우 한 번 의사를 볼 때 내가 예약을 했다 한들 딱 그 시간에 의사를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아무리 빨라도 2시간은 잡아야 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새 환자를 받지 않는 곳이 너무 많다. 내가 당장 아프다고 하여 전화 한번 하고 예약을 잡을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그 병원을 방문하기 전에는 공보험 환자를 받는 곳인지도 확인해야 하고 새 환자를 받는 곳인지도 알아야 한다. 새 환자를 받는 곳이 아니면 그 병원에 예약을 잡을 수가 없는 것이다. 

검정색 콩이 들어 있는 갈색의 물
해외 생활은 평생 말로만 들어오던 배숙이라는 걸 만들어 보게 한다.


 

해외 생활이 빡센 이유 3. 


해외 생활에서는 약을 주문하는 것도 참 할 말이 없게 만든다. 한국이었다면 내가 주문한 약의 재고가 없을 땐 애초에 홈페이지에서 그 약을 주문하지 못하게 막아두거나 혹은 이메일로라도 재고가 없어 결제를 거절한다고 쓸 것 같은데 사람을 한참 기다리게 하더니 갑자기 말도 없이 주문 취소해 버리는 어이없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물론 몸이 아프지 않은 지금이야 웃어 넘길 수 있다고 하지만 몸이 정말 아팠고 간절하게 그 약을 원했을 당시에는 화가 정말 머리끝까지 났었다. 일찍 취소라도 해줬으면 근처 약국이라도 급하게 갔을 텐데 오전에 주문한 걸 저녁 여섯 시가 다 넘겨서 취소 연락을 받았을 땐.. 휴.. 🤬
 

해외 생활이 빡센 이유 4.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해외 생활이 빡센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데 그건 바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 감정을 공감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것에 대해서 이해받으려고 하면 안 되지만 그래도 가끔은 나도 이해받고 싶은데, 내가 사랑하는 한국의 가족들, 친구들은 마냥 내 인생이 행복하게만 보이고 내가 겪는 어려움들이 실제로 와닿지는 않는다는 걸 어렴풋이 느낀다. 
 
독일의 가족들도 나를 이해하려고는 하지만 사실 아시안이 아닌 그들이 나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머리로는 그게 나도 이해가 되고 내 감정에 공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당연히 알지만 그래도 내가 이해받지 못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 어느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느꼈을 때 좌절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해외 생활이 빡센 이유 5. 

 
이건 내가 생각하는 해외 생활이 빡센 이유 중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데 그건 바로 가족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내가 이런 얘기를 쓰게 될지 쓰면서도 솔직히 좀 웃긴데, 왜냐면 나는 가족과 그렇게 돈독한 사이는 아니기 때문이다. 집에 전화하는 것도 솔직히 일 년에 한두 번? 한 번만 할 때도 있다. 
 
자라면서 부모에 대한, 엄마에 대한 분노가 있었고 이건 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테마일 것이다. 아무튼 지금은 이래저래 이해도 하지만 그래도 남들처럼 부모에게 애교를 부린다던지, 엄마가 친구 같다던지 이런 감정은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보지 못하는 것이 힘들다니, 참 아이러니 하다. 
 
나는 특히 아빠에 대해서 애틋하게 생각하는 편인데 그건 내가 아빠와 외적으로도 성격적으로도 많이 닮아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아니면 내가 딸이라 그런건지.. 유독 평생 가족을 위해 취미도 없이 희생만 하며 살고 일이 너무 바빠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가장이었는데, 이젠 일은 좀 줄었지만 딸이 바다 건너 지구 반대편으로 시집을 가 버려 볼 수도 없는 아빠를 생각하니 참 마음이 아프다. 지금도 사실 아빠를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고 하염없이 눈물이 나 평소에는 아빠를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인생은 동전과 같다. 앞면이 있으면 뒷면이 있고 1의 좋은 일이 있으면 좋지 않은 일도 1만큼 있다. 그렇다는 건 내가 어디서 어떤 인생을 살아도 같은 양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걸 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나의 몫인 것이다. 
내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것들 중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면 되지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저 받아들이며 나에게 주어진 지금을 즐기고 감사하며 하루하루 사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노란색 수염이 달린 용 그림이 있는 초록색 포장지와 빨간색 컵 두 잔
가끔 이런 저런 이유로 마음이 어지러울 때 내 마음을 진정시키려 차를 마실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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