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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한국엄마 독일아빠/사랑하는 반려동물

(개농장) 유기견 입양 시 주의점, 목줄 vs 하네스

by nDok 앤독 2023.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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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농장 구조 유기견을 입양해서 기르고 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유기견이라는 존재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지 않고 그저 한 생명을 구한다는 생각만 하고 입양을 결정했는데, 물론 지금 이 아이는 나에게는 없어선 안될 가족이 된 건 맞지만 그간 심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기에 내가 개인적으로 느꼈을 때 조심할 점들을 얘기해보고 싶다.
 




현재의 반려견과 인연이 되기 전 나는 두 마리 정도의 유기견(?)을 길렀었다. 왜 물음표를 달았냐 하면.. 처음에 들였던 한 마리는 내가 어렸을 적 이웃집 할머니께서 이사를 가기 전에 우리에게 주고 가신(버렸다는 표현이 맞을지는 모르지만..) 개였고 물론 이 아이는 그 이웃집 할머니와 평생을 함께했던 노견이었기에 우리에게 전혀 정을 주지 않았고 끝내는 가출을 한 채 찾지 못했다.

두 번째 들인 강아지는 그나마 상황이 좀 나았는데 성견이긴 했지만 그 주인이 결혼을 하게 되며 모종의 이유로 강아지를 같이 데려갈 수 없게 되자 우리에게 주고 간 것이다. 다행히 해당 강아지는 사람을 좋아하는 아이였고 우리와 잘 지냈던 기억이 난다.

그간 내가 길렀던 유기견(?)들은 최소한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트라우마는 없는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다루는데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입양에 대해서 더 쉽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결론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웃집, 지인이 아닌 보호소를 통해서 개농장 구조 유기견 입양을 했고(사실 개농장 구조인 것도 나중에 입양이 결정되고 나서 알았다.) 나는 공고에 쓰인 것들이 마냥 전부이고 모두 사실인 것으로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아이를 입양하고 나서야 알았다.

물론 보호소 사람들도 케어해야 하는 강아지가 너무 많기에 각자의 성격을 다 알 수가 없으니 그들의 잘못이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유기견들은 특히 살아가는 환경이 갑자기 바뀌게 되면 더 경계하게 되기도 하니 말이다.

그래서 꼭 개농장 구조가 아니더라도 유기견을 입양하고자 할 때에 보호소에 여러 번 찾아가서 같이 시간을 보내며 유대감도 쌓고 이 아이의 진짜 성격이 어떤지 천천히 보는 것을 추천한다. 실제로 내가 사는 독일에서는 보호소에서 입양을 하고 싶다고 다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몇 번씩 방문을 해서 보고 나와 이 유기견 간의 일종의 케미가 잘 맞는지, 내가 이 아이의 주인으로 적합한지, 내 경제력은 이 아이를 돌볼 수 있을 만큼 적당한지 등의 조건을 본다.


여러 가지 사정 상 한국의 유기견 보호소들은 이렇게 운영이 되지 못하다 보니 내가 공고에서 보고 예상한 이 유기견의 성격이 막상 입양해 보니 너무 다르거나 혹은 공고에 묘사된 것보다 더 심하거나 더 심하게는 알려지지 않은 질병에 의해 다시 파양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특히 개농장 유기견 보호소를 통해 입양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런 조건들을 좀 더 상세히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본인 성격이 남한테 싫은 소리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데.. 그 예시가 바로 나다.

입양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고 나는 그 사실을 나중에 제삼자를 통해서 인지를 하게 되었지만 강아지는 아직 비행기를 타지 않았기에 입양을 취소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하는 성격인 데다 ‘어떻게 생명을 두 번을 버려..’라는 착함 병 말기환자였던지라 그저 그 상황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특히나 강아지와 경험이 없는 분들은 유기견 입양은 안 했으면 좋겠다. 하더라도 어린 새끼 강아지를 데려와 바로 훈련소에 보내 사회화 훈련을 했으면 좋겠고 그럴 마음과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이 입양을 결정했으면 좋겠다.

또 한 가지, 나처럼 개농장 구조 유기견을 입양할 경우 정말 운이 좋거나 애초에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견종(리트리버라던지)을 제외한 유기견들은 비슷한 트라우마가 있다. 사람의 손길을 극도로 무서워하거나 빨리 움직이는 것에 예민하고 찰랑거리는 쇠 부딪히는 소리 등등 전반적으로 인간과 인간에 관련된 소리에 상당한 경계심이 있다.

반려견에 대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유기견의 마음을 열고 유대감을 쌓는 과정이 정말 고통스러울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또다시 수만은 반려견들이 거리로 내몰리게 된다. 특히나 파양에 대한 극도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보호소로 가서 다시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채 어느 한적한 시골길에서 뜬금없이 품종견이 발견되는 등 몰래 강아지를 버리는 사람들이 생긴다.



개인적으로 유튜브에 올라오는 ‘유기견이 마음을 여는 과정’이런 식의 제목을 단 영상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내가 그런 영상들만 봤는지는 모르지만 짧게는 며칠, 길어봤자 한두 달? 정도의 짧은 과정을 거쳐 마음을 연 유기견들의 영상만 즐비하게 늘어져 있고 나처럼 1년 이상이 걸리는 사람들에 대한 영상은 거의 찾을 수가 없다. 알고리즘이 문제였는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실제로 인간에게 마음의 상처가 있는 유기견들은 마음을 평생 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강아지들이 아무리 심한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한들 그 상처는 며칠, 길어봤자 한두 달이면 말끔하게 사라지리라 기대하고 유기견을 입양하게 된다. 나도 그랬고 말이다. 몰상식한 사람이라고 욕을 먹어도 어쩔 수 없다. 사실인걸 말이다.
하지만 한 가지 알아야 할 것은 생각보다 유기견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유기견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있는 사람들만 입양을 할 수 있었다면 입양이 될 수 있는 강아지의 개체 수는 눈에 띄게 적을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보호소를 통한 반려견 입양에 대한 지식이 더 많이 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케바케지만 내가 생각하는 한국인이 유기견을 입양했을 때의 단점은 동정심이 강하다는 거다. 위에서 얼추 언급했지만 나의 경우 버려진 애를 내가 데려오는 것이니 이 아이가 설령 힘든 아이라고 할지라도 ‘가족으로써’ 사랑으로 감싸며 길러야 한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성격 때문에 입양할 당시에도 많은 정보를 물어보기라 힘들었다.
왜냐면 버려진 아이를 마냥 내가 감싸야한다는 생각에 물건을 사는 것처럼 꼼꼼하게 따지고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한국-해외 입양견의 경우 특히 더 어려운 것 같다. 이걸 내가 다시 비행기를 태워서 보내야 한다는 죄책감에 돌려보내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한 가지 어려운 점을 꼽자면 유기견들은 모견과 부견을 알 수가 없다. 특히 모견이 중요하다. 강아지는 사람처럼 모견을 통해 사람과의 사회성을 배우게 되는데 모견이 사람을 피해 다니거나 공격성을 보이는 경우 강아지가 그걸 보고 영향을 받아 비슷하게 자라게 된다는 것이다. 유기견들의 경우 모견이 어떤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강아지의 성격을 가늠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한국 보호소의 경우 이것도 내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것이지만 무조건적인 희생을 바라는 것이 있다. 나는 언젠가 ‘오줌을 가리지 못하면 바닥에 그냥 오줌 싸게 하세요’ 이런 말을 들었는데 독일에서 바닥에 오줌? 그거 파켓 바닥에 다 스며들어서 울면 그 보상금은 누가 내주나? 절대 안 될 일이다.
게다가 우리는 마당이 없어 산책 이외에는 배변을 시킬 방법이 없었는데 일단 적응 중이라 도망칠 수도 있으니 내보내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이웃이 뭐라 그러면 양해 부탁한다 써붙이라고.. 그래서 실제로 신고당해서 곤경에 처하는 사람은 우린데? 말도 안 된다. 우리의 경우 그냥 무시하고 다시 데리고 나갔다. 이처럼 현지의 사정을 잘 모르고 한국 보호소에서는 무조건적인 희생을 바랄 때가 있다. 그래서 이런 충돌에 대해서도 알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물론 주인인 우리도 희생을 하지만 무조건 강아지에게 다 양보하고 그렇게 지낼 순 없다. 이 강아지가 우리의 삶에 큰 걸림돌이 된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반려견을 이해하려고 하듯이 반려견도 새 주인인 우리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서로 공존할 수 있다고 본다.
 
개와 사람의 관계에서 개가 사람보다 우위에 있어선 안 된다. 물론 강아지를 사랑하고 유기견 입양해서 잘 기르시는 분들이 보면 화날 얘기일 수 있지만, 하는 데까진 하는데도 강아지의 공격성 내지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면 그 둘은 함께할 수 없다. 개는 사람이 아니라 개다. 개들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독일 조차도 한국의 일부 개주인들처럼 마냥 무슨 잘못을 하던 둥가둥가 하면서 개를 기르는 나라가 아니다 보니 감당이 되지 않는 개를 계속 데리고 있는 것을 더 이상하게 보는 편이다.
 

나도 파양 하는 사람들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안 좋은 시선을 가질 때가 있었다. 데려가기로 했으면 무슨 일이 있건 책임을 져야지 저건 애를 두 번 죽이는 일이 아닌가?
근데 막상 내 일이 되고 보니 이런 나의 생각이 얼마나 멍청했는지를 깨닫고 있다. 무슨 일이 있건 책임을 질 순 없다. 우리 모두가 마더 테레사도 아니고 나이팅게일도 아니다. 감당이 안된다 생각했을 때 우리보다 더 사랑으로 감싸줄 수 있는 다른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 멀리 봤을 때 더 강아지를 위한 선택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입양에 대해서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한번 샀다가 맘에 들지 않으면 환불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 내가 책임을 져야 하는 감정이 있는 생명체인 것이다.





번외로 개농장 트라우마가 있는 유기견을 기르기로 결정한 사람들이 의외로 어려울 수 있는 것들 중 하나가 하네스 매기다. 개농장 구조견이라 그런지 자기 몸에 손을 대고 줄이 매어지는 것은 죽으러 가는 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하네스는 생각보다 잘 벗겨진다. 종류불문 하네스 자체가 그렇다. 차라리 목줄을 매는 것을 추천한다.

아니면 애초에 Sicherheitsgeschirr라는 세 줄짜리 몸줄을 구매한 뒤 (이게 단단해서 강아지들이 절대 벗어날 수 없다.) 베이컨 박스라는 브랜드에서 파는 이지그립이라고 이중으로 감는 줄이 있는데 그런 걸 구매해서 꼭 안전하게 장치를 하는 것이 좋다. 이와 관련해서 공항 픽업 준비물과 입양 전 구매할 용품이라는 타이틀로 이미 언급을 한 일이 있지만 나처럼 독일에서 입양을 할 경우 내가 독일에서 찾은 제품들로 다시 한번 포스팅을 해볼 예정이다. 

 

 

살구 색 카페트에 올려져 있는 황토색의 고리가 달린 줄

 

 

이름으로 찾기가 어려우면 브랜드 로고가 이런 식으로 되어있는 줄을 찾으면 된다. 


 

황토색의 줄을 손에 감고 주먹을 쥔 모양

 

 

이런 식으로 이중으로 손에 감고 다닐 수 있는 줄인데 여차해서 줄을 놓친다고 해도 순간적으로 당기는 힘에 의해서 줄이 손목에 강하게 조이게 된다. 
 
하네스를 채우는 제일 좋은 타이밍은 막 집에 도착했을 때 케이지를 열자마자이다. 그때는 뭐가 뭔지 모르고 새로운 환경에 대한 스트레스가 개줄/하네스에 대한 공포보다 더 큰 상태이므로 하네스를 채우는 것에 큰 거부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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