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에 귀걸이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왜냐면 귀걸이는 내가 화장을 하지 않아도, 머리를 예쁘게 묶지 않아도 귀걸이의 형태에 따라 얘가 좀 꾸몄구나 라는 인상을 줄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나는 꾸미는 것을 상당히 귀찮아하는 편이라 고데기는커녕 화장도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애초에 나는 고데기 똥손이라 뭘 시도하지 않는 것도 있다.
하지만 곧 독일에서의 셀프 웨딩 준비를 해야하는 이상, 뭐라도 해야 했다. 물론 돈을 주고 누군가를 고용할 수도 있었지만 독일에서의 웨딩 전문 메이크업 샵과 독일 헤어 샵들의 평판이 가격에 비해 그렇게 좋지는 않다는 것을 몇 번의 검색 끝에 알게 된 이상 쉬운 거 하나를 파서 셀프로 준비한 뒤 그날 하루만 대충 잘 모면하자는 생각이었다. 어쨌거나 독일에서 셀프 웨딩을 준비하기로 생각한 이상 내가 고데기 똥손일 지언정 웨딩날이 다가오면서 뭔가를 하기는 해야 했기에 그때부터 열심히 유튜브 영상을 뒤져보았다.
고데기 똥손의 셀프 웨딩 준비
셀프 웨딩 헤어 첫 시도
나의 얼굴형은 계란형에 가까운 하트형이고 약간의 돌출입이 있다. 그래서 하관 쪽이 부각되는 디자인은 극히 피해 줘야 하는지라 이를 고려해서 웨딩 헤어 스타일을 준비하려고 했다.
일단 처음으로 생각한 것은 머리카락을 하나로 묶은 스타일이었다. 유튜브 영상에서는 머리를 먼저 말고 하면 좋다고 하지만 뭔가 이러쿵저러쿵 잘 실핀으로 고정하면 나름 괜찮지 않을까?라는 발상에서 시도해본 것이었다.
독일에 온 이후 석회수 때문에 내 머리숱은 거의 절반이 줄었던 지라 어쩌면 승산이 있지 않을까 하고 한번 해보자 준비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역시 머리 끈이 내 머리카락의 힘을 버텨내지 못했고 머리는 축축 처지기 바빴다. 그리고 일단 내가 똥손이라 그런가 이런저런 세심한 터치를 잘하지 못해 영상에서는 마냥 예뻐 보였던 잔머리가 내 똥손을 거치고 나니 자다 일어난 것처럼 지저분해 보였다.
내가 처음에 해보려고 시도했던 것도 진짜 쉬운 것이었는데 대충 말로 설명하자면 이렇다:
머리카락을 양갈래로 나눈 뒤에 고무줄을 뒤통수 부분에 가깝게 묶어놓고 루즈하게 따거나 그냥 트위스트를 한 뒤에 각 머리 끝을 잡고 고리를 만들듯이 다른 고무줄에 끼워 넣는다. 이때 머리 끝은 머리카락 속에 잘 숨긴다. 양쪽이 고리가 다 잘 만들어지면 한 고리를 잡고 다른 고리를 통과시킨 뒤 실핀으로 두피에 잘 고정한다. 해당 영상은 laineymariebeauty라는 유튜브 채널의 easier than it looks everyday updo!라는 영상이다.
하지만 대체로 유튜브 영상에서 웨딩 헤어를 연출하는 분들의 머리카락은 한결같이 길고, 레이어드 되지 않은 데다 숱이 그렇게 많지도 않았다. 그래서 일단 하나로 묶는 건 포기했다.
재시도
그다음 고려한 스타일이 반 묶음에 똥머리를 하는 것이었는데 머리숱을 적게 잡아도 역시 내 손의 문제인지 잘 되지 않아 결국 그렇게 피하고 싶었던 고데기 스타일을 준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러던 와중에 찾은 것이 열 없이 컬을 만드는 스타일이었다.
유튜브에 no heat 5 min curl, scarf heatless curl 이런 식으로 검색을 하면 스카프 수건 등등으로 머리를 말아놓고 자고 일어나면 되는 방법이 있다. 자잘한 컬이 어울리면 모량을 자잘하게 잡고, 큰 컬이 어울리면 다소 두꺼운 간절기용 스카프를 접어 모량을 많이 잡고 스타일링한다. (나의 경우 머리를 반반 나눈 상태에서 각 3등분 정도 했다.)
참고로 긴 앞머리가 있으면 그 부분은 빼고 말거나 머리를 마는 기준점을 아래로 내려 말기 시작한다. 앞머리 부분은 구르프로 하거나 약간의 앞머리 고데기로 연출하는 것이 낫다.
그런데 이것도 영상 속에서는 세상 단정해 보이고 예뻐 보이더니 역시나 내가 시도하니 해그리드가 따로 없었다. 그래도 컬 지속력 하나는 끝내줬던지라 내 기억에 3-4일까지도 컬이 지속되었던 것 같다. 웨딩 헤어가 아니었다면 평소에 한 번쯤 시도했을 법한 스타일이다.
결국 고데기를 연습해야겠구나 하고 영상을 찾아보던 중 한 영상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반 묶음 스타일에 똥머리도 없는 헤어였다. 대신 화려함은 없었기 때문에 다소 화려한 머리장식을 구매했다.
➡ 독일 결혼: 시청 결혼식 준비 - 신부 악세사리 구입 (feat. 독일의 중고나라)
사용한 용품
- 열 보호 스프레이, 고정 스프레이, 헤어롤, 왁스
일단 셀프 스타일링을 위한 자잘한 기본용품을 뺀 나머지는 이 정도로 준비했다. 롤을 제외한 나머지는 다 독일 드럭스토어에서 구입했다. 고데기를 말기 전에 저 스프레이를 열심히 뿌렸고 스타일링이 끝난 뒤에는 스프레이를 뿌리고 하드왁스와 알로에겔을 섞어 크림처럼 만들어 잼잼 하면서 머리를 위로 올려 머리가 풀어지지 않도록 준비했다.
클립 없는 봉고데기를 갖고 있는 사람은 고데기를 말 때 고데기를 얼굴과 일직선 방향으로 두고 오른쪽 면을 말 때는 왼손으로 고데기를 잡고 장갑을 낀 오른손으로 안쪽 방향 바깥쪽 방향 돌아가며 그냥 돌돌 말면 된다.
(해당 팁은 유튜브 채널 디바 제니의 봉고데기 사용하는 방법!! 에서 얻었다. 해당 영상은 나처럼 셀프로 스타일링을 어떻게든 해보려던 클립 없는 봉고데기를 가진 나에게는 혜자 같은 영상이었다.🙏)
저 롤은 레어리 유튜브 채널에서 추천해주길래 한번 봤는데 독일제라네..?? 근데 웃기지만 독일에서 구하기 정말 힘들었다. 🤣 이베이를 뒤지고 뒤져 어느 나라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독일이 아닌 나라에서 들여다 파는 걸 겨우 구했다.
다음으로 내가 참고한 스타일은 Quick half up half down hairstyle이라고 소개된 셀프 헤어 스타일링 영상이다. 정말 정말 쉽고 실핀도 딱 두 개만 필요하다.
참고로 앞머리의 경우 먼저 세팅력이 약한 스프레이를 뿌린 뒤 구르프로 말아서 드라이기를 쐬어주면 고정력이 강해진다고 한다. (기우쌤 채널 중 긴 앞머리 셀프 스타일링 영상 참고)
혹시나 나처럼 셀프 웨딩 헤어를 준비하려는 사람들 중 영상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발 실력으로 대충 사진을 몇 장 찍어봤다:
먼저 양 쪽 머리 다 귀 위를 기준으로 머리를 좀 나눈 뒤 잘 고정해 준비시켜둔다. 참고로 모량이 너무 적으면 나중에 뒷모습에서 꼬아진 모습이 볼품이 없을 수 있으므로 어느 정도의 모량이 필요하다.
그다음 남은 부분을 반 묶음을 하고 저렇게 대충 구멍을 만들어둔다.
그다음 처음에 나누어놨던 약간의 머리를 손가락을 빙빙 돌려가며 만들어둔 고리에 위에서 아래로 착 넣는다. 이때 손가락은 위에서 아래로 혹은 바깥쪽에서 안쪽을 향한다.
들어간 머리카락을 실삔으로 잘 고정하면 끝이다. 마지막으로 약간의 잔머리는 잘 빼주면 좋다. 그냥 여기에 스프레이 뿌리고 왁스로 잼잼 하고 미리 사둔 꽃핀을 꽂으면 셀프 웨딩 헤어 완성이다.
사진이 좀 흐릿하지만 독일에서 찍은 웨딩 포토에서는 대충 이 정도의 느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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