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걱정거리의 9할은 차지하고 있는 아무리 떨쳐보려고 해도 쉬이 떨쳐지지 않는 이 버릇은 남과의 비교이다. 이미 블로그에도 몇 번 글을 썼을 정도로 주기적으로 나를 갉아먹는 아주 안 좋은 버릇인데 남편 덕분에 서서히 극복하고는 있지만 쉽지만은 않은 장기전이 될 듯싶다.
비교는 어디에나 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등장인물에서는 행복, 슬픔, 소심, 까칠, 버럭, 예민의 감정이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설정에서 출발한 영화인데 나와 남편의 관계를 비교해보니 문득 이 영화가 떠올랐다. 이 캐릭터들에 남편을 비유하자면.. 행복과 약간의 버럭이 합쳐진 사람이고, 약간의 행복과 나머지 모든 캐릭터들의 합이 나인 것 같다.
나의 단점을 꼽아보자면 참 많다. 낯가림과 소심의 극치를 달리고 온갖 우울과 세상 걱정은 다 끌어안으며 '그때 이럴걸' 따위의 후회와 자책을 달고 사는 사람이기도 하다.
긍정적인 남편과의 비교
반면에 이와 비교해 우리 남편은 참 긍정적인 사람인데 자기 일에도 참 충실하며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도 잘하는 사람이다. 동네 주민들과도 어쩜 그렇게 대화를 잘 나누는지.... 우리 동네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사는데 이웃 주민들과 만나면 다년간 다져진 할머니와의 특훈으로 영업하면 참 잘하겠다 싶은 언변술을 발휘하여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남편만 만나면 너무 즐거워하실 정도로 그들을 즐겁게 해 드린다.
친한 친구들끼리도 중년의 남정네들인데도 어쩜 그리 소녀들처럼 시시콜콜 수다를 잘 떠는지 참 신기할 따름이다. 물론 남편이 철저하게 그들과의 연락을 유지하기 위해 캘린더에 날짜를 적어놓고 주기적으로 전화를 건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겠구나 라는 생각은 든다.
나랑 반대인 남편을 보며 알게 모르게 그와 나를 비교하며 열등감을 느꼈는지 늘 우울감에 시달렸다.
우리 집과는 다른 화목한 가정, 아들 둘인데도 어쩜 그리 애교들이 많은지.. 나는 이 나이 되도록 이룬 것이 하나도 없는데 이에 비교해서 남편은 한 우물만 열심히 파 업계에 몸담은 지 10년도 넘었다. 본업 외에 자잘하게 할 줄 아는 일들도 많고.. 지금 직장을 그만둔다고 해도 문제없이 그 자잘한 이력들로 다른 분야에서 바로 시작을 해도 될 만큼 크고 작은 프로젝트들이 곁다리로 쌓여있다.
남편은 나가 우울해하면 늘 옆에서 토닥여 주는데 남편이 그럴 때마다 나는 나 자신이 한없이 더 작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일도 남편과 비교하면 변변치 치 못한 일만 골라서 하고, 그마저도 길게도 못하고 그렇다고 독일어를 잘하는 것도 아닌 바보 천치인데 금전적, 감정적인 서포트까지 필요한 외국인 마누라라니.. 참
여기서도 알 수 있듯이 나는 남 칭찬은 참 잘한다. 반면에 나 자신에 대해서는 참 엄격하고 가혹하게 군다. 내가 상담을 받는 상담실 의사 선생님의 말로는 자기는 한국에 대해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떻고 여기는 어떻고 따로 두고 볼 것이 아니라 한국은 한국대로 독일은 독일대로 그 자체로써 보는 것을 권한다고 한다. 대표적인 비교라면 한국은 입시에 찌들어서 불행하고 여기는 그렇지 않으니 행복하다, 혹은 반대로 한국은 친절하고 일처리도 빠른 편인데 독일은 세월아 네월아 하고 무례하기 짝이 없다 뭐 이런 누구는 잘났고 누구는 못났고 식의 비교 말이다.
상담을 진행하며 나의 주 양육자와의 애착관계를 설명할 때도 그랬군요 힘들었겠어요 하고 우쭈쭈? 해주는 한국의 방식과는 달리 철저하게 제삼자의 입장에서 '근데 엄마도 사람인 걸요', 내가 이런 상태인데 미래의 아이에게 잘할 수 있을까 할 땐 '엄마에게 너무 많은 책임을 지우지 마세요'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리고 내가 독일과 한국과의 괴리에서 한참 싸우다 결국은 독일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살듯이 지금 내가 겪는 이 괴로움도 당연한 과정이며 이 또한 이전처럼 받아들이며 살 수 있게 될 거라 하셨다. 사실 사람을 만나면 이런 복잡하고 쓸데없는 생각이 덜 드는데 참 사람의 맘이라는 게 이런 상태에서는 그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죽을 거 같으면 비교를 멈추게 되어있다
현재 나의 가장 큰 괴로움은 인간관계이다. 뭐 그 밖에도 자잘한 고민이 많긴 한데.... 일단 곰곰이 생각해보니 인간관계가 가장 큰 괴로움인 것 같다. 나는 이만큼 마음을 줬는데 너는 왜 나에게 마음을 주지 않니..라는 장사꾼의 마인드를 가지고 사람을 대하게 되는 것 같다. 언제쯤이면 나는 사람을 사랑으로 대할 수 있게 되는 건지 참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오은영 박사님의 아이는 혼나지 않고 백번이고 천 번이고 말로써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말을 되새기며 나 자신을 나무라려는 생각보다는 꾸준히 좋은 생각을 하려는 '훈육'을 나 스스로에게 해보고자 한다.
법륜스님 말씀으로는 당장 죽을 것 같으면 자연스레 그만두게 된단다. 아직 살만하니 계속 남과 나를 비교하고 이에 괴로워 한다라나 뭐라나. 비교를 멈출 수 없으면 그냥 받아들이고 쪼금 괴로워하거나 아님 죽기 살기로 그만두거나 선택은 내가 하는 거라고 하신다. 맞는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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