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6년간 살면서, 또 30대를 이곳에서 맞이하고 또 살아가면서 든 개인적인 생각은 30대의 인간관계는 연애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을 한두 번 정도 쓴 기억이 나는데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때당시엔 나의 인간관계를 생각하면 아프고 괴로운 감정이 많이 들었었는데 요즘엔 그런 감정은 없어졌다. 그래서 이젠 흘려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를 위해서는 조건들이 좀 있다.
노력하지 않는 인간관계
물론 각자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고 모두 존중한다. 내가 얘기를 나눠 본 많은 한국인들은 친구 같은 거 의미 없고 인생은 어차피 혼자다 이런 식의 대화를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기혼자의 경우 남편/아내와 둘이서만 잘 살면 된다, 친구 같은 거 어차피 다 떠나가기 마련이다 이런 의견들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얘기를 꺼내봤자 공감받지 못할 것 같아 굳이 얘기를 꺼내지는 않지만 나는 나이가 들 수록 친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남편/아내와의 금슬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닌 각자의 배우자와 편하게 얘기를 나누며 얻는 에너지가 있고 또 친구에게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가 있다. 그리고 자녀가 있다면 자녀에게서 얻는 에너지, 또 직장 동료에게서 얻는 에너지 등 각기 다른 집단에서 각기 다른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사랑이다
친구들 중에도 학창 시절을 함께한 친구들, 대학교에서 혹은 직장에서 시작하게 된 인간관계 등 세상엔 다양한 인간관계가 있고 나는 이 인간관계를 사랑의 각기 다른 형태라고 본다.
연인과의 사랑, 가족 간의 사랑뿐만이 아니라 친구들을 사랑하고 또 직장 동료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어떤 인간관계든 연애와 비슷하다고 본다. 굳이 연애라고 한 것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말할 때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관계는 연인과의 사랑이기 때문이니 예시를 들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철칙을 세웠다.
1. 서로 노력하지 않는 인간관계는 애써서 유지할 필요가 없다.
각자 생각이 다르겠지만.. 나는 인생을 살아 본 결과 돈과 지위를 떠나서 내가 마음이 가는 사람들과 어울려야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에게 마음이 가는 중요한 조건 중 하나는 그 사람도 나를 위해 노력을 해주냐는 것이다.
연락이 그래서 중요하다. 나에게 꾸준히 연락을 해준다는 것은 바쁜 삶의 와중에도 나를 틈틈이 생각하며 나의 안부를 물어봐준다는 것이므로 당연히 나와의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가장 알기 쉬운 척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연히 연락의 빈도가 다는 아니다.
나만 연락을 하는 사이여도, 일 년에 한 번 연락할까 말까 한 사이인데도 분명 마음이 계속 가고 좋은 사람이 있다. 그것은 분명 그 사람이 나와 만났을 때 나를 좋아하고 나와의 인연을 소중히 생각한다는 걸 언어적 혹은 비언어적으로 표현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반대로 내가 이 사람을 이해해야 하나?라는 의문이 계속 들게 하는 관계들이 있다. 나는 마음속에서 계산을 하게 되는 관계는 그냥 보내주는 편이다.
처음에는 타지에서 만나는 인연들이니 뭔가 아닌데 싶은 것들이 있어도 서로 문화가 달라서, 혹은 같은 한국인의 경우 이 사람들이 현지화가 되어서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거라고 생각하며 상처받아도 참고 만나곤 했었다.
하지만 계속 뭔가가 거슬리는 일들이 생기고 서운한 일이 생기고 하니 내 마음이 점차 피폐해져 갔다. 내가 좀생이인가 싶은 날들이 많았다. 내가 편협한 사고를 가지고 있는 거라며 내 자신을 깎아내리는 날들이 많았다. 그리고 후에 그런 관계들을 놓아주고 나니 알았다. 그저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2. 직감을 믿어라
내가 누군가과 인간관계를 맺을 때에는 다른 조건들은 최대한 무시하고 내 직감을 믿는다.
이 사람의 직업이 내가 원하는 직업이거나, 그 지역의 정보통이거나, 아이들끼리 잘 논다거나 하는 조건들은 무시한 채 내 마음의 소리를 잘 들어보는 것이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이 사람과 만났을 때 마음이 잘 맞고 편한지 말이다. 의외로 좀 불편한데도 위에 열거한 조건들 때문에 참고 만나는 관계들도 많을 것이다.
물론 그 사람이 딱히 좋진 않아도 이 사람으로 인하여 내가 얻을 것이 있다 생각하여 참고 만날 수도 있을 것 같고 이런 결정들을 나는 존중한다. 인생에 옳고 그른 선택은 없기 때문이다. 굳이 얘기하자면 다 옳은 선택인 것이다.
일단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 나와 비슷한 성향인 사람들이 있다면 누군가와 만났을 때 괜스레 찝찝하거나 만나고 나면 피곤한 사람과는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 만나지 않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람은 늘 변하는 존재이고 후에는 이 사람이 의외로 나와 쿵짝이 잘 맞을 수가 있다.
감정에 대한 사람의 직감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3. 표현하지 않는 연애는 애쓰지 않는다. 인간관계도 그렇다.
연애를 할 때 내 마음을 표현하는 건 참 중요하다. 적어도 내가 너를 많이 사랑한다는 비언어적인 표현이라도 말이다.
다른 인간관계도 똑같다. 표현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그렇다는 건 오랜 친구였으니까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이가 되는 것이 아니다. 오랜 친구일수록 더 표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제일 싫어하는 문구 중 하나가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옛날에 유명했던 초코파이의 티비 광고문구다.
당연한 것은 그 어디에도 없다.
예를 들자면 나에게는 10년간 알고 지내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옆나라에 사는 친구인데 심리적인 거리로 따지자면 직통이 없고 다른 도시에서 한 번 갈아타야 서로에게 도달을 수 있으니 서울과 포항? 정도인 것 같다. (포항 사실 한 번도 안 가봐서 잘 모른다..)
내가 독일로 오기 전에는 이 친구가 두어 번 한국에 왔었고 이후엔 일 년에 한 번씩 서로의 나라를 오가며 우정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돈도 많이 들고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의식적으로 서로 노력하고 있다.
아마 이런 것들이 귀찮고 피곤한 사람들은 일명 자발적 아싸 혹은 아싸까진 아니더라도 혼자서 지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거나 이미 인생에서 힘든 일이 많아 도저히 다른 곳에 쏟을 에너지가 없는 사람들일 것이다.
어쨌거나 이런 노력을 쏟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니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4. 밀당하지 않는 관계는 중요하다.
연애를 할 때만 밀당을 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밀당에 대한 각자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역시나 언급했듯이 옳고 그름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나의 스타일과 나의 가치관을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니 나와 생각이 다르다 하여 발끈하지 말았으면 한다.
일단 나는 연애할 때도 밀당을 할 수 있는 성격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실제로 몇 번 내가 자기를 너무 좋아해 줘서 고맙지만 부담스럽다고 차이기도 했다.
근데 나는 과거의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덕분에 좋은 남편 만났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 법칙을 다른 인간관계에도 적용하고 있다.
편한 사람이 아닌 새로 알아가는 친구의 경우에도 연애와 비슷하게 ‘내가 너무 자주 연락하나..?’ 라던지 ‘이번에 얘가 얘기를 했으니 다음에는 내가 먼저 얘기를 꺼내야지’ 혹은 ‘저번에도 내가 만나자고 했는데 이번엔 얘가 만나자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등의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연애도 다른 인간관계도 누군가 먼저 연락을 한다고 하여지는 것이 아니고, 을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그런 거 상관없이 내가 연락하고 싶을 때 연락하고 만나자고 하고 그러고 있다.
본인이 평소 모든 인간관계에서 재고 따지는 타입이라면 내 직감에 대해 의심해 볼 수 있으나 한 명이라도 누가 누구에게 더 줬니 누군 덜 줬니 따위의 계산을 하지 않는 친구가 있다면 본인이 이런 계산적인 생각이 들 때 이 사람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 건가 생각해 볼 수 있다.
5. Giver가 되어라.
나는 Giver와 Taker 중에 Giver가 되는 것이 사람을 잘 골라낼 수 있는 타입이라고 생각한다. 잘해주다 보면 나의 친절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거나 혹은 이를 이용하려 하는 사람들을 잘 골라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내가 베푸는 것들에 대해 당연시 여기지 않고 그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과는 좋은 인연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덮어놓고 퍼준다는 의미는 아니니 혼동하지 않았으면 한다.
실제로 나는 Giver에 가까운데 한 번 친구들에게 소소한 선물을 한 적이 있다. 물론 내가 당시 친구들에게 필요한 선물을 하지 못했고 지금 생각해도 센스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나는 내가 평소 쓰는 것들 중에서 좋다고 생각한 것을 골라 나름 고심해서 고른 선물들이었다.
언급했듯이 조금 센스가 없는 선물들이었기에 선물을 건네주면서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
몇몇 친구들은 그래도 내가 애써서 가져온 것이고 현지에서 온 선물이니 고맙다는 말을 전한 반면 무슨 이딴 걸 선물로 주냐는 듯한 어투로 말로는 그래도 고맙다곤 하지만 굉장히 떨떠름해하며 내 선물을 가져가지도 않고 그대로 두었던 친구도 있었다.
당시에는 그 친구의 그런 태도에 무척 상처받았지만 지금 생각하니 덕분에 싸게 친구 잘 걸렀다고 생각한다.
6. 사람은 계속 변하는 존재이다.
사람은 계속 변하는 존재이다. 나에게 학창 시절 못되게 군 친구가 나중에는 사회에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어있을 수도 있다. 예시가 좀 과했을 수도 있지만 내가 말하고자 한 바는 지금 나와 맞지 않는다 하여 영원히 안 맞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나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잠시 그 친구와 거리를 두고 지내보는 것도 좋다. 그 사람과의 연을 끊으라는 것이 아닌 잠시 휴식을 가지라는 것이다. 그 잠시라는 건 며칠이 될 수도, 몇 달이 혹은 몇 년이 될 수도 있지만 말이다.
7. 서로 배려해야 한다.
누군가와 멀어진다는 것이 꼭 누군가 잘못을 해서라는 의미는 아니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멀어지게 되는 일들이 생길 수 있고 이는 누구의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인생에 변화가 생긴다 하여 꼭 멀어지는 것도 아니다.
서로의 상황은 다르지만 서로 배려한다면 그 관계는 또 오래갈 수 있다.
내가 아이를 낳고나니 아이와 관련된 주제들만 관심이 간다고 하여 미혼인 친구에게 자식얘기 교육얘기를 주야장천 하는 건 그 친구에 대한 배려가 아니다.
연애도 그렇지 않은가. 꼭 그런 얘기를 친구와 할 필욘 없다. 둘 사이의 공통의 주제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는 어디에도 없다. 그게 피곤하고 거저 누군가와 저절로 맘이 맞기만을 바란다면 그건 내가 이기적인 것이다.
그러니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와 이유 없이 멀어지고 있다는 기분이 들면 나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자.
8. 하지만 나를 무조건 1순위로 둔다.
설사 상대가 너무 좋은 사람이지만 나의 열등감 때문에 그 사람과의 관계가 어렵다면 그 사람을 잠시 멀리해도 좋다. 내 마음이 그렇다면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마음이 아프지 않은 순간이 오면 다시 그 사람과 연락을 이어나가도 좋다.
9. 받아들인다.
만남과 헤어짐에 대해서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 노력을 해보되 그럼에도 불구하고 멀어지는 관계들이 있다면 그저 받아들인다. 내가 어쩔 수 없는 것들에 매달리는 것은 내 마음만 다칠 뿐이다. 지금 그 관계가 멀어진다 하여 영원히 만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30대의 내가 생각하기에 인간관계는 줄타기를 잘해야 한다. 라인을 타라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받더라도 계속 누군가와 관계를 만들어갈 것인가 상처받지 않는 대신에 외로울 것인가 이 둘 중에 선택을 잘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혼자서도 외롭지 않은 사람들도 많으니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그 기준에 맞춰 살면 된다.
나는 상처받으면서 관계를 이어 나가 보기도, 아예 칩거하다시피 살며 외로워보기도 해 본 결과 조금 상처를 받더라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게 좋지만 그들의 행동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말자는 나름의 기준이 생겼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내가 상처받아본 결과 나름 단련이 된 것이라 생각한다. 실패를 많이 해 봐야 성공으로 갈 수 있듯이 말이다.
이런 생각들을 하기 전에 사실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생각은 나의 성향을 제대로 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여태까지 살면서 내가 쭉 내향이라고만 생각했다. 사람들과 어울리기 싫어하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있는 장소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 이런저런 파티, 클럽 등은 꺼리는 편이다.
그런데 어느 날엔가 우연히 본 놀면서 배우는 심리학(일명 놀심)이라는 채널에서 최재훈 센터장과 의 인터뷰 이후로 내 자신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 영상에서 최재훈 센터장은 외향-내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했고(일명 아련 병풍) 이런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사실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힐링을 해야 하는데 내향적이라 그런 자리에 잘 어울리지 못하고 나는 내향인인가 보다 하며 칩거하며 살다 보니 충전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듣고 곰곰이 생각을 해 보니 나는 확실히 안에 있는 것보다는 밖에서, 혹은 사람들과의 접촉을 통해서 기운을 얻는 것 같았다. 하지만 큰 무리 안에서는 아니고 소수의 그룹, 제일 좋은 건 일대 일로 만나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알고 나니 앞으로 내가 어떻게 인간관계를 구축해 나가야 하는 것인지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혀서 나에게는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혹시 이 영상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은 놀면서 배우는 심리학 채널에서 'MBTI보다 더 정확하게 성격을 알아내는 방법'이라는 영상을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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