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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부지런히 여행하자/한국 여행

한국에서 먹은 것들과 나눈 대화의 기록 1

by nDok 앤독 2022.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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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나홀로 휴가를 가며 많은 사람들과 만났다. 이는 내가 한국에서 먹은 것들과 친구들과 나눈 대화의 기록에 대한 모음이다.


한국 식당

 

식탁-위-국-과-반찬


한국에서 격리해제 후 처음으로 친구들 만나던 날이었는데 너무 오랜만에 이런 함께 먹는 식사를 해봐서 그런지는 몰라도 너무 맛있었다. 물론 음식도 가성비 괜찮았던 기억이 난다.
이날 총 3명의 친구를 같이 만났는데 그중 한명은 정말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도 너무 편하고 재밌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참 감사했던 날이었다. 고맙게도 이 친구가 노티드 도넛이라고 뭔가 유명한 도넛이라며 사다준 것이 있는데 독일의 Krapfen하고 정말 비슷했고 맛도 진짜 좋았다.

 

대화가 그렇게 특별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소소하게 각자 사는 얘기, 만나는 사람에 대한 얘기, 약간의 고민과 웃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찍은 인생네컷 사진이 참 기억에 남는다. 여기를 1차로, 2차를 수제 맥주집에서, 3차를 맥주창고 같은 곳에서 감자튀김 놓고 배불러 죽겠다 하며 결국은 다 먹은 생각이 난다. 마침 티비에서 야구를 틀어 주길래 야구 얘기도 하고.. 소소하지만 소중한 순간들이었다. 해외에 살아서 그런지 이렇게 한국에 올 때 마다 한번씩이라도 만날 인연들이 있다는게 참 소중하고 나를 위해 시간을 내준다는게 참 고맙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생각해보니 이 때 너무 정신없어서 남편한테도 잘 연락을 하지 못했다. 그나마 겨우 아침과 저녁에 한번씩 혹은 그마저도 못한 날들도 있다. 지금 남편이 꼴랑 2박 3일 비엔나로 놀러갔는데 허하고 쓸쓸한 마음이 드는 것을 보니 이 때 남편이 얼마나 외로웠을지 .. 앞으로는 이렇게 혼자 다니면 안되겠다 싶다. 


[네이버 지도]
농부쌈밥
서울 동작구 사당로30길 19
http://naver.me/FxjOOjRD

 

네이버 지도

농부쌈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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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배기-에-담긴-국밥


예전에 알바하던 시절 같은 곳에서 일하던 언니가 결혼을 하며 해외로 이민을 가게 되면서 거의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은 만남이 있었다. 당시 언니가 공덕역에 하루 머물고 출국을 한다길래 근처 어디가 좋을까 하다가 설렁탕 집으로 정했다.

 

나도 이 지역은 잘 모르는지라 대충 지도에 보고 평점하고 리뷰 좋은델 골라본 건데 가는 길을 좀 헤매고 있으니 갑자기 길가던 아저씨가 그집은 저쪽으로 가야해요 라고 알려주실 때 부터 맛집의 느낌이 풀풀 풍기기 시작했는데 정말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저씨들과 테이블 위의 소주병들을 보고 잘골랐구나 싶었다. 역시나 설렁탕은 찐이었고 정말 맛있게 먹었다. 그동안 독일에서 야매 설렁탕이라고 만들어 먹던 것이 있는데 사실 설렁탕 맛이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먹어왔었다. 하지만 이제 왜 그게 야매 설렁탕인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언니하고는 주로 해외살이에 대한 대화를 했던 것 같다. 언니는 이제 막 떠나는 입장이었으므로 내가 처음 독일로 떠나올 때가 떠오르기도 했다. 이민간다고 짐 다 싸들고 온 와중에 예전 직장 동료들이 새벽에 전화하는 것도 다 받아주던 언니.. 해외에서는 언니의 그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만 언니한테 다가갔으면 좋겠다. 서로 멀리 떨어지게 되지만 또 언젠가는 만날 수 있겠지? 

[네이버 지도]
한양설농탕
서울 마포구 도화길 20-4
http://naver.me/xDAcjfUa

 

네이버 지도

한양설농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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놋그릇-에-담긴-쌀밥-과-비빔-밥-채소


남산에 맛있는 비빔밥 집이 있다 그래서 한번 먹어보려 가족과 함께 가본 곳이다. 여기서 진정 서울의 헬 주차를 느낄 수 있었던 게 근처 길가에 차를 대려고 하니 맞은편에서 온갖 욕을 하며 차를 빼라고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감시카메라가 있다 어쩐다 하길래 좋은 소리를 해주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맞은편 식당에서 본인들 손님 차를 주차시키려고 일부러 그랬다는 걸 알고 무시하고 주차를 하려고 했으나 무슨 깡패 출신인지는 몰라도 정말 사람 한대 칠 것처럼 광기를 부리길래 어휴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하고 그냥 다른 곳에 주차를 했다.

이 비빔밥집은 진즉 그런 자리싸움에서 그래 니들 다 해 드쇼잉 하신건진 몰라도 공용 주차장에다 주차를 하라고 안내를 하던데 여기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리뷰 보니까 맛도 드럽게 없는거 같더만 어휴

비빔밥 집은 평대로 참 정갈하고 맛있었다. 거의 문 열자마자 바로 들어간 건데도 이미 안은 사람으로 꽉꽉 차 있었고 심지어 마지막 자리였다. 우리 가족은 육회 비빔밥을 시켰는데 다른 비빔밥과 거의 두배 좀 안되게 비싼데다 그 값을 하는거 같진 않아서 다음에는 굳이 육회로 안시켜도 맛있을 듯 하다. 맛은 있지만 굳이 이거 먹으러 남산까지 갈 필욘 없는거 같고 근처에 갈 일이 있다면 간 김에 한번쯤 먹어봐도 좋을 곳이다.

 

우리 가족은 참 대화가 없다. 늘 그랬다. 시댁에 가면 다들 할 말이 어찌나 그리 많은지 조잘조잘 대화가 끊이지 않는데 우리집은 딱 정반대다. 처음에는 그 다름이 참 싫었다. 왜 우리 가족은 시댁처럼 사근사근하지 못할까? 왜 우리는 서로 할말이 없을까? 처음에 독일로 나올 적엔 그것이 늘 불만이었다. 다른 집은 친정이랑 통화를 그리 자주 한다는데 나는 전혀 그렇게 하질 못했다. 전화 해봤자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를 공항으로 배웅해주러 온 아버지가 출발 한시간 전에 들어간다는 나에게 왜이리 일찍 가냐고 하셨을 때, 표현이라는 걸 모르는 아버지가 표현을 하셨을 때 마음 속에서 울컥 올라온 것은 열세시간의 비행시간 내내 나의 마스크 안을 적셔내고 있었다. 정말 가족은 가족이다.

 

남편을 너무 사랑하지만, 해외에서의 삶과 남편과 가족을 이루리라 결심한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지만 딱 그 한순간 한국인이 아닌 남자와 결혼하기로 한 나의 선택에 대해 아주 잠시 후회했었다. 

[네이버 지도]
목멱산방
서울 중구 퇴계로20길 71 1층 목멱산방
http://naver.me/5WGIJu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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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산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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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테인레스-냄비-안-닭고기-국


오랜 친구가 사는 동네에 있던 곳인데 나는 닭한마리를 처음 먹어본 지라 처음에는 삼계탕 비슷한 건지 알았지만 이건 또 다른 맛이었다. 양파절임에 닭고기를 싸먹는 거였는데 나한테는 생각보다 좀 쏘쏘인 요리였지만 그래도 나쁘진 않았다.

몇년만에 본 건데도 어제 만난 것 처럼 편한 친구와의 만남은 사실 같이 뭘 먹더라도 상관없을 만큼 가치있는지라 조잘조잘 대화를 나눈건 아니지만 그래도 참 편하고 좋았다. 지금처럼 앞으로 늘 그러리란 장담은 못하기에 지금 이 순간을 오롯이 즐기는 것이 또 나만의 비결이라면 비결일까..

 

웃기지만 친한 친구랑은 뭔가 대단한 얘기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느껴진다. 굳이 인생에 대해 심오한 대화를 하지 않아도 각자 공부한다는 명목 하에 카페에 앉아 나는 아이패드를, 이 친구는 노트북을 펴들었지만 이내 다른 친구와 같이 문자를 하며 낄낄거리는 모습에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생각이 들었다. 

[네이버 지도]
닭한마리 공릉본점
서울 노원구 동일로 1020
http://naver.me/5SgZkg4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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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한마리 공릉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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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소스-쭈꾸미-볶음-치즈-토핑


갑자기 무슨 용기에선지 10년 혹은 그 이상 오랫동안 연락 하지 않던 친구에게 뜬금 없이 만나자는 말을 꺼냈다. 아마 내가 해외 살지 않았다면 내지 못 했을 그런 용기였던 것 같다. 그 친구는 흔쾌히 나의 제안에 응해줬고 우리는 그렇게 같이 쭈꾸미를 먹었다.

 

그 친구는 꽤 많이 변해 있었다 물론 십 년이라는 세월이 강산을 바꾼다는 말이 괜히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다소 놀라웠다. 하긴 그렇게 따지면 나도 많이 변했겠지.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얘기를 나누었고 그 친구의 신중했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오랜 세월 동안 겪었던 그녀의 경험들을 말해 주는 듯 했다. 한없이 진지한 그녀를 보니 우리가 정말 어른이 되긴 되었구나 싶었다. 

[네이버 지도]
선학쭈꾸미 노원점
서울 노원구 상계로3길 29 1층
http://naver.me/IxDoZpNu

 

네이버 지도

선학쭈꾸미 노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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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만난 사람은 내가 알바하던 시절 같이 일했던 언니인데 한국에 방문한 김에 만나고 싶던 그런 언니이다. 원래는 왕십리에서 같이 곱창을 먹고 싶었는데 아뿔싸 이미 바글바글 사람으로 가득 찼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둘러 그 근처에 있던 치킨집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언니는 세월이 그렇게 지났는데도 똑같이 앳되어 보이던 그때 그 시절의 얼굴이 보였다. 언니의 얼굴을 보니 그때로 다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언니가 말하길 나는 정말 쿨한 사람이었다고, 언니가 한번씩 이상한 손님들에 대해 얘기를 할 때마다 나는 '언니 그런 사람들한테 괜히 신경 쓰지 마요.' 라고 하며 툴툴 털어내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내가 남의 눈에는 그렇게 쿨한 사람으로 비춰졌었구나. 사실 나는 꽤 멋있는 사람이었구나 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그동안 내가 참 못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남은 나를 이렇게 보고 있었다니.. 내가 나한테 가혹하게 굴며 살았구나.

나는 오히려 이 언니가 참 이상한 사람한테도 싹싹하고 프로페셔널하게 일처리를 하지만 웃음은 또 잃지 않는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언니는 본인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윽고 자리를 옮겨 카페에서 다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는데 대화 도중 내가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과 난민에 대한 얘기를 꺼내자 언니의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이 보였다. 언니가 이렇게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구나, 방금 전까지만 해도 힘든 직장생활의 고충에 대해 토로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남의 불행에 대해 진심으로 아파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사람이구나. 나 좋은 사람하고 친구하고 있구나 싶었다. 

[네이버 지도]
곱순이네
서울 성동구 무학봉26길 12
http://naver.me/IMQiwYD1

 

네이버 지도

곱순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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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지도]
맛닭꼬 왕십리점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21길 9 1층
http://naver.me/xnccW6S5

 

네이버 지도

맛닭꼬 왕십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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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2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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