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 ) 한국엄마 독일아빠/사랑하는 반려동물

독일에서 한국 강아지 입양일기 - 알아가기

by nDok 앤독 2022. 3. 25.
반응형

독일에서 거주하고 있었지만 한국 강아지를 입양하고 싶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하고 있었다. 계기라고 한다면 언젠가 우연히 본 유기견 입양 단체에서 진도 같은 대형견은 국내에서 인기가 많지 않아 잘 입양을 하려고 하지 않는 데다 업자가 입양을 하는 척 데려가 개고기로 팔아넘기기도 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무튼, 여차저차 해서 한 단체에서 입양을 받게 되었다. 이제 알아가는 것이 문제이다.


우여곡절 끝에 강아지가 오게 되었다.
보통 아시아나나 대한항공을 타고 프랑크푸르트로 오는 루트가 제일 많기도 하고 그쪽이 봉사자를 구하기도 쉽기 때문에 우리도 그 루트를 택했다. 우리가 입양한 유기견은 독일로 도착하기 전에 한국에 있는 훈련소에서 사회성을 기르기 위한 훈련을 했다 들었다.


일단 첫 며칠 동안의 타임라인을 대략 적어보자면 입양을 오고 난 뒤 둘째 날 까지는 상당히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한 달이 지난 지금도 불안해 하긴 하지만 그때는 더 힘들었다. 아침만 되면 우리를 향해 미친 듯이 짖었고 나는 이웃이 들을까 안절부절 못 하며 그 아이를 진정시키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 첫 며칠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냥 땅바닥에 누워 강아지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하루 일과의 첫 시작이었다.

당연한 행동이지만 우리의 새 식구는 집안을 계속 킁킁거리며 돌아다니거나 입을 자주 벌리고 헥헥거리는 등 불안해했지만 이건 딱히 우리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저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었을 뿐.. 특히 강아지는 남편을 무서워했는데 보통 트라우마가 있는 개들은 남자들로부터 폭력을 당했던 경험이 있어 그렇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 얘기는 차후에 좀 더 자세히 하겠지만 아이가 온 다음 날 내가 입술을 크게 물리는 사고가 있었다. 응급실로 급히 가 생전 처음으로 살을 꿰매는 처치를 받았는데 슬프지만 흉터가 좀 크게 남았다. 흉터 크림을 현재 열심히 바르고는 있는데 상처가 옅어질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이 사고로 인해 아이는 다시 심하게 불안해하기 시작했고 유기견을 입양해주신 측에서는 그동안 받은 훈련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하셨다. 근데 뭐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나 얘가 미숙한 아이인 것처럼 우리도 미숙한 보호자인 것을..


그렇게 큰일이 있었지만 다행히도 셋째 날부터는 밥도 다 먹는 등 나름 발전이 있는 것 같았다.
넷째 날에는 처음으로 우리 가까이에 등을 돌리고 앉아주고 우리가 일어나서 화장실에 가도 불안한 표정으로 따라오지 않고 그 자리에 눈만 뜬 채 그대로 누워있는 등 적응을 생각보다 빨리 해나가고 있었다. 이날 처음으로 강아지가 달리는 꿈을 꾸는 것도 보았는데 혹시 쫓겨다니던 때를 꿈꾸는 게 아닌가 싶어 알아보니 원래 강아지는 달리는 꿈을 자주 꾼다고 했다.

이때부턴 남편의 제안으로 다양한 생활 소음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일부러 슬리퍼를 질질 끈다던지 차를 호로록 소리가 크게 나게 마신다던지 말소리도 일부러 작게 하던 걸 다시 평소 톤으로 대화하기 시작하는 등 일부러 소리를 더 자주 나며 이런 소리들은 위협적인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아이가 우리를 이해한 건 지는 모르지만 차츰 소리에 대해서 둔감해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이삭 TV라는 유튜브 채널을 보고 많이 배웠는데 여기서 알려준 팁 대로 쓰다듬을 땐 (이땐 바깥에서만 쓰다듬을 수 있었다.) 약간 긁듯이 쓰다듬으라고 해서 그렇게 하며 차츰 우리의 손길에 대해 익숙해지도록 훈련시키려 노력했다. 이 분이 만든 다양한 산책 훈련 영상도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되었다.

강형욱 훈련사의 영상도 많이 참고를 했는데 봄이라는 강아지를 훈련하는 장면에서 어떤 스트레스를 없애기 위해서 다른 더 큰 스트레스를 만들어 주면 이전 스트레스는 신경 쓰지 않게 된다는 팁을 보고 더 큰 스트레스인 야외에서 주로 촉감에 대한 테스트 내지 훈련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강아지를 데려온 지 한 달이 좀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는 굉장한 발전을 겪어왔다. 믹스라고 하지만 진도 특성이 있던 것 때문일까 아이는 매일매일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 주었고 그 모습에 신난 우리는 더 용기를 얻어 이런저런 훈련을 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어디 아픈 곳도 없이 주사도 잘 맞고 우리의 손길도 이전처럼 호들갑 떨며 피하지는 않는데 우리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 같다.

앞으로도 이렇게 건강하게 자라줬으면 좋겠다! 💙

 

흰-강아지-눈-코-입-정면-사진
웃는건가.. 화가 난 건가... 😅



💙추천글💚

✅ (가치관) 내가 독일에서 살아가며 겪는 성장
✅ (김치없인 못살아) 독일에서 김치 담그기
✅ (세상 심플한 독일 결혼식 드레스) 독일 시청 결혼식: 드레스 수선
✅ (시끌벅적 독일 시댁 이야기) 독일 일상) 명절도 아닌데 벌어지는 시댁에서의 'Familienfest(가족 축제)' 1
✅ (인간관계) 친구가 필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필요한 이유
✅ (독일에도 축의금이?) 독일 축의금과 하객 문화
✅ (요즘 최애간식) 짭짤한 한 입 스낵 미니 피자 롤 (두 가지 버전)
✅ (처음으로 성공한 계란찜) 키토제닉/저탄수 계란찜, 오이 카나페

반응형

댓글